동료 국회의원과 국회 출입 국내 언론사 기자, 상임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그 해 가장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했다고 평가받는 의원들을 선정해 수여하는 백봉신사상(白峰紳士賞) 명단이 19일 발표됐다.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탄희(왼쪽부터), 윤재옥, 박광온, 라종일 백봉연구원 이사장,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하태경, 용혜인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탄희(왼쪽부터), 윤재옥, 박광온, 라종일 백봉연구원 이사장,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하태경, 용혜인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친명계 압박에 원내대표 자진사퇴했던 박광온 의원이 대상 수상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가장 모범적인 태도로 의정 활동을 했다고 평가되는 의원에게 주는 대상을 받았다.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산하 백봉라용균선생기념사업회는 25회 백봉신사상 대상 수상자로 박 의원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박 의원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상을 받았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친명계가 거칠게 압박하자 선출직인 원내대표를 자진사퇴할 정도로 ‘점잖은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박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자, 박 의원에게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여야 의원 모두에게 신뢰가 두텁다. 백봉 신사상 대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대상을 수상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대상을 수상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박 의원과 함께 발표된 '베스트10' 의원 명단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민주당 이재명 대표·홍익표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도읍·김예지·주호영·하태경 의원,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도 포함됐다. 1980년 이후 태어난 40대 이하 의원을 대상으로 신설된 '백봉청년신사상' 첫 수상자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선정됐다.

미스터리= 가족 불화 및 쌍욕 논란, 개딸 정치와 당내 갈등 격화, 수많은 사법리스크로 얼룩진 이재명 대표가 수상

그 중 이재명 대표가 명단에 포함된 게 압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련기사에는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이지만 정치적 이미지와 리더십 스타일 상 ‘백봉 신사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백봉신사상은 그동안 문자 그대로 신사적인 정치인에게 수여되는 상이었다. 이미지 자체가 신사적이어야 했다.

이에 비해 이 대표는 전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이 대표는 과거 형과 형수와의 불화 과정에서 쌍욕을 한 사실이 드러나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사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의미하는 ‘개딸 그룹’은 비명계를 수박이라고 비하하면서 ‘수박깨기’ 운동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이러한 증오의 정치를 사실상 방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딸이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거세다. 이 대표도 이런 여론의 흐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 정치문화를 심화시킨 정치 리더가 백봉신사상을 받은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법리스크 문제도 심각하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 백현동 의혹, 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등 수많은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아무리 대한민국 사법부를 무시한다고 해도, 이처럼 많은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을 백봉신사상에 선정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희대의 블랙코미디= 시상식 열린 19일,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 열려

이 대표는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는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화요일인 19일에도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 출석해야 했던 탓인지 이 대표는 이날 시상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만약에 비리 의혹 재판 때문에 시상식에 불참했다면, 백봉 신사상은 희대의 블랙코미디로 전락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나눠먹는 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를 선정한 것은 도에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백봉신사상은 독립운동가이자 광복 이후 제헌의원,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백봉 라용균(羅容均, 1896~1984)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된 상이다. 한 해 동안 가장 신사적이고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한 의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자기통제력과 정직성 ▷공정성 ▷원칙준수 ▷유연성 ▷균형성 등을 갖춘 ‘신사’적인 국회의원이 그 대상이 된다.

수상자 선정은 백봉정치문화 교육연구원 산하 백봉 라용균 선생 기념사업회가 매년 국회 출입 국내 언론사 기자와 동료의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정치적 리더십 ▷업적 및 성과 ▷교양과 지성 ▷모범적 의정활동 등 4개 분야를 평가하고 각 분야별 득표를 종합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모범 의원을 선정, 시상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라종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부터 백봉신사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5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라종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부터 백봉신사상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문조사는 지난 10월 16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진행됐다. 응답자들은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정직성(29%), 국가·사회·국민에 대한 헌신(22.7%), 의회민주주의 실천(18.4%), 정치적 리더십(14.8%), 언어 구사(12.8%), 보편적 세계관(1.3%) 등을 꼽았다.

높은 점수 매긴 기자 및 의원들이 ‘역풍’ 자초...이 대표의 ‘백봉신사상’ 수상이 정치적 악재로 작용?

이 상의 수상자로 이재명 대표가 선정된 데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솔직히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상인데, 베스트10에 이재명 의원이 포함됐다”며 “(이 대표가) 신사인가요?”라고 꼬집었다.

함께 출연한 신지호 전 의원도 “형수한테 쌍욕을 하면 백봉신사상을 받는다, 이렇게 되나요?”라며 “어디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을까요?”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정직성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지적하며 “국가·사회·국민에 대한 헌신요? 매일 재판받으러 다니는데 헌신할 시간이 있나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은 이 대표의 국회 참석률이 제일 낮은 점을 들며 ‘의회민주주의 실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당을 저렇게 어려움에 처하게 해놓았는데 ‘정치적 리더십’이 어디 있냐?”며 “질문하면 매번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게 언어 구사입니까?”라고 직격했다. 이 위원의 지적에 신 전 의원은 “형수 욕설도 언어 구사”라고 비아냥댔다.

이 위원은 이 대표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카쓰라- 태프트 밀약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상당히 우리의 적인 것처럼 얘기했는데, 이게 보편적 세계관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상의 권위가 아주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여야 원내대표와 대표들한테 그냥 나눠주는 상이라고 그러지만, 이렇게 되면 기존에 상을 받았던 사람들도 욕먹는다”라며 “이재명 대표가 백봉신사상을 탔다고 하면, 누가 이 상의 권위를 인정하겠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부적절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대표가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것은 오히려 그 정치적 흠결을 재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악재’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 대표에게 높은 점수를 매긴 언론사 기자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예상치 못했던 역풍을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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