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 논평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사태이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가운데)과 함께 찾았다. 윤 대통령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오른쪽)의 안내를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가운데)과 함께 찾았다. 윤 대통령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오른쪽)의 안내를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윤 대통령 비난 논평을 이례적으로 삭제...비난 여론이 뼈아팠던 듯

사태의 시발점은 지난 15일이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성과인 삼성전자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기업 ASML 공동연구개발(R&D) 센터 건립에 대해 “ASML은 이미 2021년 화성시·경기도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업무협약을 했고, 지난해 11월 해당 R&D센터 건설에 착수했다”면서 “삼성, 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노력과 경기도와 화성시의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를 '글로벌 반도체 동맹 완성'이라며 대통령 순방 성과물로 포장하고 가로챘다”고 비판했다.

1년전 착공한 R&D센터 투자유치를 2023년 12월에 ‘재탕 발표’했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의 요지였다. 특히 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임을 자처하려거든 남의 성과에 숟가락만 얹는 ‘꼽사리 외교’를 멈추라”고도 했다. ‘숟가락만 얹는’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윤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과 성과 전반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16일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이번에 성사된 1조원의 R&D센터 건립은 기존 투자 프로젝트와 전혀 다른 별개 사안이다”면서 “대통령은 ASML 회장을 두 차례 만나 지속적으로 투자 확대를 요청했고 이번 순방을 계기로 ASML이 전격적으로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뉴메리컬어퍼처) EUV 노광장비'에 대한 공동연구가 목표이다. ASML은 7㎚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공급하는 '슈퍼 을(乙)' 반도체 장비업체이다. 삼성전자와 공동연구하기로 한 하이 NA EUV 노광장비는 2㎚ 이하 공정에 사용되는 최첨단 장비이다. 향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하이 NA EUV 노광장비 확보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에 하이 NA EUV 노광장비를 공동연구하기로 한 것은 중대한 성과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사업파트너로서 신의를 다져오고, 윤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통해 지원한 게 주효한 것이다. ▶펜앤드마이크 12월 19일자 “삼성전자가 거둔 성과를 ‘은폐’했던 민주당,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해” 참조

따라서 민주당은 거세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거둔 성과마저도 부인한다는 비판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백기를 들었다. 최민석 대변인은 17일 “제가 지난 15일 발표했던 브리핑은 사실과 달라 삭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얌체' '꼽사리 외교' 등의 원색비난을 퍼부었던 데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김어준의 가짜뉴스=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 성과는 지난해 11월 착공한 ASML R&D센터와 동일한 내용

하지만 논평 삭제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거세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이 국익을 훼손하는 논평을 서슴지 않고 발표하는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규명이 이뤄져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펜앤드마이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태는 이렇게 진행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ASML은 공동으로 한국에 1조원 규모의 초미세 첨단반도체 공정기술 개발 연구팹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약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에서 체결했다.

좌파 진영의 ‘교주’를 자처하는 김어준은 다음날인 13일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삼성전자와 ASML간의 협약을 집중적으로 폄훼하면서 맹비난했다. 한마디로 한국기업인 삼성전자가 12일 거둔 성과는 지난해 11월 착공한 R&D센터와 동일한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반복해서 주장하는 데 집중했다.

유튜버 김어준 씨는 지난 13일 이봉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와 ASML 간의 협약을 집중적으로 폄훼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김어준 씨는 지난 13일 이봉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와 ASML 간의 협약을 집중적으로 폄훼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김어준은 대뜸 “ASML이 동탄에 2400억원 투자, 작년 11월 기사입니다. ASML이 경기도 화성시와 투자협약 체결했다, 재작년 11월 기사입니다”면서 “ASML의 한국투자는 그렇게 2년 전에 결정된 사안인데, 윤 대통령 네덜란드 방문 성과에 포함됐죠. 성과 부풀리기 적당히 좀 합시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3년 전 코로나 때 이재용 부회장이 네덜란드로 해외 출장을 갔을 때 ASML 회장 만나서 했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지금 실현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자기가 한 것처럼 숟가락 얹은 게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변인이 15일 동원한 ‘숟가락 얹기’라는 가짜뉴스 표현은 이틀 전에 김어준이 사용한 단어인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라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동원해 삼성전자와 SK의 MOU를 도매금으로 폄하

김어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싱가포르 현지 반도체 전문가라는 이봉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짜뉴스와 삼성전자 비하를 지속했다.

이봉렬씨는 입을 열자마자 “아침뉴스를 보니 삼성전자와의 R&D센터 설립, SK와의 수소 재활용 기술 개발 등 3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돼 있는데, MOU란게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메모잖아요”라고 대뜸 한국 기업들의 노력을 도매금으로 폄하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씨가 “리페어 센터(재제조), 트레이닝 센터 이런 걸 확장하고 있고 그 부지에 R&D센터를 지을 수 있겠다,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말하자, 김씨는 “캠퍼스나 R&D센터는 직접 생산은 아니잖아요, 생산시설 투자가 진짜 투자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삼성전자가 2022년 11월 착공한 ASML 재제조 센터는 가치가 낮은 투자에 불과하다고 비하한 것이다.

김어준의 한국 비하= ASML 부품 생산 못한다며 한국 비난에 열중...최첨단 EUV 장비 공동연구에 대해서는 언급 안해

이씨는 “ASML은 장비를 본사에서 모두 만들지 않는다. 각 외국에 있는 지사에서 모듈별로 미리 부품을 만든다”면서 “그 생산 모듈을 만드는 곳이 미국, 대만, 독일에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이씨는 이처럼 EUV 장비를 구성하는 부품 생산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ASML의 협력을 가치가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열중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하이 NA EUV 노광장비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가짜뉴스’ 생산에 열을 올리는 반면, 삼성전자가 대내외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는 ‘중대한 협력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은폐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같은 태도는 민주당 대변인이 삭제했던 논평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씨는 “ASML의 연례보고서를 보면, 한국 리스크는 2개를 적어놓았다. 2025년까지 ASML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쓰고 싶은데 한국에선 그게 안된다고 적어놓았다”면서 “이게 안되면 (ASML이) 한국에 생산시설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윤 대통령이 그 리스크를 강화시키고 있는데”라고 거들었다.

교주 김어준의 ‘가짜뉴스’가 민주당의 논평 삭제 사태 초래했다면 ‘대수술’이 필요해

김어준이 삼성전자와 ASML이 이번에 MOU를 체결한 최첨단 EUV 노광장비 공동연구에 대해서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부품 생산을 위한 투자가 없는 ASML의 한국투자는 낮은 가치”라는 논리를 반복한 데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도 단순히 문제가 된 논평를 취소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최첨단 EUV 장비 공동연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 또 김어준이 생산하는 ‘가짜뉴스’를 확인하지 않고 맹신하면서 인용하는 구조가 이번 논평 삭제 사태를 초래했다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어준의 주장 중 ‘가짜뉴스’를 걸러내서 인용할 수 있도록 민주당 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공당으로서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책무라는 지적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