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의 2가지 대처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의혹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는 이미 탈당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돈봉투 수수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금품수수가 아니다’며 감점도 하지 않았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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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기 전략’을 통해 내년 4월 총선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법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검찰이 돈을 받은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본격화할 경우, 엄청난 역풍에 따른 ‘대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송영길 전 대표가 마련한 돈봉투를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못된 대처1과 역풍= 송영길은 이미 탈당한 개인이라며 사과도 안해...‘86용퇴론’ 전방위 확산 조짐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에 지도부는 ‘탈당한 개인’이라며 당 차원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송 전 대표는 이미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현실적으로 탈당 상태인 점을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가 이미 탈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을 긋고 있지만, 송 전 대표가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대표주자인 만큼, ‘86용퇴론’이 전방위로 확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돈봉투 전달책으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도 86 정치인이고, 돈봉투를 받았다고 검찰이 밝힌 명단에도 86세대 의원 상당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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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 ‘비명계 4인방인 ‘원칙과상식’은 “우리 당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이미 탈당한 전 대표가 구속된 것에 불과하니 책임이 없다고 하면 그만인가”라며 사과를 넘어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 결단까지 촉구했다.

김종민 의원은 19일 BBS라디오에서 “전직 당대표가 돈 문제로 구속됐다면, 엄청난 일”이라며 “제대로 사과하고 현직 당대표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본인도 당대표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뭉개고 있다’며 비판하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에 민주당이 조용하다’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도덕적 감수성이 무디어졌다”며 “그 정도 사건이어도 ‘중대한 범죄가 아니다’ 이렇게 뭉개고 지나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나”라고 비판한 것이다.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20일 채널A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을 소환해 “뭉개는 분위기가 일상화되다 보니 몰염치한 ‘도마뱀 정당’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까 판정을 유보하겠다는 정도의 솔직한 표현이면 좋겠다”며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뭉개는 원인에 대해 “윤석열 정부나 윤 대통령 평가가 낮으니까,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게 뭉개더라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돈봉투를 받은 의혹이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 지역구민들이 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원외 모임 ‘민주주의 실천행동(실천행동)’은 19일 송 전 대표의 구속과 관련해 민주당이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송영길 혐의에 침묵하거나 정치공세에 편승해왔다”며 “돈봉투 경선의 가장 큰 수혜자가 이재명 대표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천행동 역시 민주당이 침묵함으로써 ‘뭉개고 있다’는 비판에 힘을 실은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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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대처2와 역풍= 돈봉투 수수 의혹 국회의원, 공천 평가에서 감점 안해...공천 내홍 폭발 위험

또한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진행한 국회의원 현역 평가에서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의 점수를 깎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다. 검찰은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하면서, 돈봉투 수수 의원 규명을 위한 수사 동력을 확보한 상태이다. 현재로는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임종석‧ 허종식 의원 등 3명이지만,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최대 20명에 달하는 민주당 의원이 줄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검찰 줄소환이 현실화되면 민주당으로서는 악재가 분명하다. 게다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내홍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도 민주당 평가위원회 측은 “이번 돈봉투 사건은 5대 비위 사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감점을 하지 않았다. 세부규정에 ‘의원이 기소됐거나 5대 비위 사건(성희롱·갑질·음주운전·채용비리·금품수수)에 연루된 경우 감산하라’고 명시돼 있는데, 평가위 측은 돈봉투는 금품수수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현재 평가는 종료됐고, 실제로 감점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정혁진 변호사는 20일 채널A에 출연해 “돈봉투가 금품수수가 아닌가요?”라며 “그때 돌린 게 안에 있는 내용물(300만원)은 쏙 빼고 돈봉투만 돌린 것이냐?”며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그렇다면 민주당은 300만원 이하는 아예 돈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개정된 정당법에 따르면 일정한 대접은 가능하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술은 안 되고 7000원 짜리 이하 밥만 가능하고, 돈은 안 되는데 음식이나 과자는 돌려도 되지만 만 원 이하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돈이 300만원이기 때문에, 정당법에서 허용하는 기준의 300배나 되는 돈을 돌렸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그게 문제가 안 된다고 한다면, 민주당은 당헌 대신 형사소송법을 당헌으로 채택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민주당 당헌 80조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부정부패 행위’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평가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이 당내 공천 과정에서 내홍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자 송 전 대표를 포함해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은 탈당을 했다. 그런데 나머지 20명 의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침을 정하지 않았고, 더욱이 감점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뭉개기로 일관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 더 큰 내홍의 소용돌이 맞을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평가위원회가 감점을 하지 않았는데, 향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으면 송 전 대표나 윤 의원‧ 이 의원처럼 탈당하라고 할 수 있겠나”라는 우려를 표했다. 공천 과정에는 원래도 시끄럽고 말이 많이 나오게 마련인데, 돈봉투 사건 관련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 당 내분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돈봉투 받은 의원들의 추가 소환 가능성과 그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의혹만 갖고 명단이 공개된 의원들에게 어떻게 할 수가 없잖느냐”라며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확인된다면 원내지도부 등 당 지도부에서 대책이 있을 것”이라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채널A에서 민주당의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뻔뻔하게 버텨도 열렬 지지층들이 버텨주니까, 국민들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뭐라도 얘기를 해야지, 저렇게 그냥 뭉개는 것이 옳은 처신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장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뭉개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더 큰 내홍과 소용돌이를 자초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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