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취임과 동시에 4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한 지명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인식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1일 이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1일 이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내년 총선 ‘한동훈 바람’ 가능성 대두...차기 주자 양자구도에서 한동훈이 처음으로 이재명 앞서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지명자와 이 대표에 대한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양자대결에서 한 지명자가 오차 범위 내에서 이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명자에 대한 컨벤션 효과가 벌써 확인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선 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둘 중 누가 더 적합하느냐'는 물음에 45%는 한 지명자, 41%는 이 대표를 택했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한 지명자의 득표율이 47%로, 이 대표(42%)를 앞섰다.(이 조사는 무선 ARS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3.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지난 8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보다도 더 고무적이다. 당시 조사에서 한 지명자는 16%를 기록해 이 대표(19%)를 오차범위 이내까지 따라잡았다. 한 지명자가 상승 추세를 보인 것과 달리, 이 대표는 하락 추세를 보여 주목됐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물론 수도권이다. 역대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바람’이었다. 한동훈 지명자가 지난 대선 이래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왔던 차기 대선 구도에 근본적인 지각변동의 조짐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차기 주자 조사에서 한동훈이 1위를 기록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 바람’이 불 가능성이 제기된 첫 지표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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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조사 결과만으로도 민주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효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형성된다고 한동훈이 중도확장력 가질까?

앞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더 부각돼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형성되면, 선거 흐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직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최소한 한 전 장관은 여러분 당의 대표처럼 범죄 혐의자는 아니다"라면서 도덕성 공격을 시작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온갖 비리 혐의로 재판정에 불려다니고 욕설과 거짓말의 대명사, 전과자 이재명 대표와 국민에겐 겸손하고 범죄인은 단호하며 정직하고 스마트한 한동훈 지명자를 거론하며 “양당 대표의 얼굴이 극명하게 비교가 될 것 같다”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와 관련해 서정욱 변호사는 21일 채널A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은 이재명 대표를 잡을 유일한 최적의 필승카드”라며 “이 대표는 해방 이후에 가장 범죄 혐의가 많은 것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이자 피의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한동훈 장관처럼 능력이 출중하고 자기 맡은 분야에서 제대로 일을 해온 분하고, 계속 범죄 혐의로 수사 받고 재판받는 분하고 과연 누가 중도 확장력이 있겠는가”라면서, 한 장관이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한 지명자가 ‘청년과 중도층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게 국민의힘 측 자신감이다.

중도층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앞서지만 상황은 유동적

하지만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35%)과 민주당(33%)의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중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국민의힘(25%)이 민주당(35%)에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열세를 얼마나 극복하고 중도층으로 확장하느냐의 여부가 한 지명자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따라서 단순히 ‘검사 대 피의자’ 구도만으로는 한 지명자가 중도층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사 대통령에 검사 대표, 검찰당’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 공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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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명자가 검찰당이라는 프레임을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라는 접근법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21일 채널A에서 “총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이고 대선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의미에서 총선을 회고적 투표, 대선을 전망적 투표라고 한다”면서, “한동훈 장관은 미래권력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의 성격은 다음 대선에 대한 사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신 전 의원은 이 대표도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미래 권력이지만, ‘재판리스크’로 인해 다음 대선 도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나오면 땡큐’라면서 ‘한나땡’을 외치고 있지만, 신 전 의원은 “한나땡을 외치는 민주당 구성원들이 땡큐”라면서 “한나땡땡이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86세대’ 운동권 대부 민경우, 한동훈에 의한 ‘86세대 청산’ 가능성 제기

따라서 미래권력인 한 지명자가 민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86세대 청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민경우 시민단체 ‘길’ 대표는 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장관이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면서 386 청산 운동을 주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운동권이라는 건 70년대, 80년대에 있었던 현상”이라며 “90년대 초반이 되면서 한국은 기본적으로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 자체가 필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86 운동권이 뒤늦게 이념 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치의 대세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90년대가 되면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산업화‧ 경제 전문화‧ 과학기술의 시대가 되었고, 검사‧ 의사‧ 과학기술에 기반한 기업가의 시대가 되었지만 운동권들이 과도하게 개입을 하면서 너무 이념 정치가 되었다는 것이 민 대표의 주장이다. 1965년생인 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장을 거쳐 90년대 후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을 지낸 운동권의 대부로 불린다.

따라서 민 대표는 한 지명자의 등장은 단순히 국민의힘 내 리더십의 교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거대 야당의 주류인 386 세대들에 눌려 있던 90년대 주류들이 이제야 부상한다는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지금 현 상황을 독재 정권, 검찰 독재 라는 표현을 쓴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민 대표는 “80년대 중후반 민주화 운동을 할 때 검찰 독재, 조중동, 공안 통치 주장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답했다. 연이어 “그런 프레임을 계속 끌고 가야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안위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무려 20년을 끌고 왔다”고 지적했다.

한동훈의 등장은 20년만에 한국 정치 세대교체를 암시해

민 대표는 현재 민주당 168명의 의원 중 ‘86세대’로 분류되는 의원은 70명 정도라며, “한국 역사에 이렇게까지 단일 집단이 많은 건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에서 만약에 민주당이 승리하면 민주당 운동권 정치인들이 한국 정치를 극단으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아마 운동권 정치 청산이 본격적인 일정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86 운동권을 청산한다면 그 자리를 대체할 집단은 ‘90년대 초반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발전할 때 체계적으로 공부를 했던 전문가, 엘리트 보수층’이 될 것이라고 민 대표는 전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지명자의 등장이 ‘세대교체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만약 한 장관이 전격적으로 여의도에 데뷔를 하게 된다면, 가장 큰 유탄을 받는 게 아마 86운동권 세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매 선거 때마다 ‘86용퇴론’ 이런 얘기들이 나왔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금 아마 가장 큰 딜레마가 86운동권 중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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