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백의종군’, 비례대표 사양 가능성 제기

지난 10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았을 때까지, ‘한동훈 총선 차출론은 그를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 중 한곳에 출마시키자는 것이었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승부처에 보내서 최소한 1석을 확보하고, 수도권은 물론 전체 선거판에 바람을 일으키는 스타로 활용해야 한다는 압력이 당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꾸준히 가해졌던다.

그랬던 것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부산엑스포 유치실패 등으로 당이 위기에 몰리자 당 대표 권한을 갖는 비상대책위원장에 당연직인 선대위원장까지 맡게 될 정도로 그의 위상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문제는 지금까지 총선에서 각 정당의 당 대표나 선대위원장은 지역구에 출마하기 보다는 비례대표로 전국에 지원유세를 다니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거론됐던 한동훈 종로출마설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615대 총선때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표는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전국구) 14번을 배정받는 배수진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선거에서는 여당인 신한국당의 차기주자였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도 전국구 1번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 202021대 총선에서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대표는 서울 종로 출마와 비례대표행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당 대표가 지역구에 발목이 묶이면 안되니 비례대표로 전국에 지원유세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 당내의 주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종로출마를 강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201219대 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출마하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전국을 누비며 선거의 여왕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에따라 한동훈 전 장관 또한 비례대표행이 유력해 보인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제발 한번만 와달라는 요청이 빗발칠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빡센 지역구에 출마해놓고, 지역구 유세 대신 전국을 돌아다니다가는 낙선하기 십상이다.

또 한편으로는, 한 전 장관이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이상, 아예 비례대표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는 것 자체를 일종의 특혜로 규정하면서 순수한 자원봉사, 진정한 의미의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자처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동훈 전 장관의 차기전략과도 연결되는 선택이다. 현재 한 전 장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압도적인 차기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에는 못미치더라도, 1당만 되더라도 한 전 장관의 이런 위상은 약화되지 않고, 지속 또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대선은 2027, 총선이 끝나자 마자 한 전 장관이 대선행보를 펼쳐 나가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의 이른 대권행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지않은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다.

더불어 대권행보가 빠를수록 각종 공격에 노출되면서 리스크 또한 커질 수 밖에 없다.총선이후 다음 대선까지 한 전 장관이 일정한 정치적 휴식기, 내지 휴지기를 갖고 자기충전을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의도식 기성 정치문법에서 탈피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 한동훈 전 장관이 자신의 출마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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