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오는 26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한동훈 카드를 선택한 것은 절박함의 발로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심정을 담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중도층 표심과 2030표심을 움직여서 내년 총선, 특히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동훈 등판하자마자 ‘이재명 대세론’ 붕괴...‘86 운동권’ 퇴장 유도하는 ‘신인류 정치인’ 평가

한 지명자가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등판하면서 차기주자 지지율 판세가 급변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고착화돼 있던 ‘이재명 대세론’을 단박에 부숴버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결속과 일부 중도층 흡수 등이 빚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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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지난 20∼2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에서 한 지명자는 4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1%를 각각 기록했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한 지명자 47%, 이 대표 42%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 이유가 ‘확장성’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현재 정치는 86운동권 출신이 주도하고 있는 진영, 팬덤 정치로 아직도 80년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탈진영, 탈팬덤 정치 시대를 열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면서 "한 후보는 기존 당원과 보수층을 재결집 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청년층 및 중도층과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지명자가 ‘86 운동권’ 정치세력의 퇴장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신인류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50세라는 젊은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지명자의 리더십 스타일 자체가 강력한 MZ 소구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도 단박에 수락...속보이는 ‘여의도 문법’ 폐기하고 ‘직설법’ 선택

한 지명자는 지난 11월 국회답변 과정에서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문법은 여의도 사투리다. 나는 5000만 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단언한바 있다. ‘여의도 문법’을 폐기처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신에 ‘MZ문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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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질질 끌지 않는 ‘직설법’을 즐긴다. 한 지명자는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비대위원장직 지명을 즉각 수락한 이유에 대해 “‘여의도 문법’처럼 삼고초려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심했으니 간 볼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보시는 국민들이 지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사양 작전’을 동원해서 시간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었다.

한동훈, MZ 여성 중도층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포지티브 혁신전략' 구사할 듯

한 지명자의 색깔은 최대 15명인 비대위원 인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 지명자는 22일 비대위원 인선 기준으로 ‘국민을 위한 열정적 헌신’과 ‘다양한 목소리’를 제시했다. 친윤석열(친윤) 그룹과 중진 의원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기존 구도에서 탈피해 MZ세대, 여성, 중도층 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을 다수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처럼 친윤 및 중진 퇴진이라는 ‘네거티브 혁신전략’을 펴기보다는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MZ, 여성, 중도층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시킴으로써 ‘포지티브 혁신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정 파벌의 퇴장’을 요구함으로써 반발을 자초하거나, 당내 갈등을 촉발시키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혁신과 당내결속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퇴장해야 될 기득권과 함께 혁신을 도모해야 할 중진그룹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짐여자가 ‘정치적 수사학’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앞으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지명자는 지난 19일 비대위원장감으로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세평에 대해 “세상 모든 길이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된다”라고 대답했다. 이 답변은 정곡을 찔렀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1881~1936)의 단편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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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측이 ‘빈약한 정치 경험’을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올리자, 한 지명자도 대응논리 개발에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루쉰의 작품을 인용함으로써 약점을 공격하던 사람들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논리적으로 완결됐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설득되는 반박이었기 때문이다.

나경원도 ‘MZ 공감’ 행보 나서...길거리 캐스팅에 출연해 “내 외모는 10점 만점에 8점”

한 지명자와 같은 ‘MZ 공감’ 행보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외모가 뛰어난 남녀를 길거리 캐스팅해서 즉석 인터뷰를 하는 ‘숏폼 서비스 채널’에 출연한 것도 ‘MZ 공감’을 위한 정치 스타일 변화로 꼽힌다. 이 즉석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은 대놓고 자신의 외모를 자랑한다. 여성 정치인의 예쁜 외모에 대한 칭찬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 자체를 폄하하는 시선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나 전 의원 스스로가 파괴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인류 정치인’ 한동훈의 출현과 나 전 의원의 변신 시도는 일정 부분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인스타그램 숏폼채널 ‘캐스트유(CAST U)’에 올라온 ‘서울대 판사 출신 정치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나 전 의원은 8가지 질문에 짧게 답을 한다. 속전속결식 질의응답이다. 우선 “외모, 재력, 지능 중에 본인의 매력은?”에 대해서 “지능, 외모”라고 답했다. “본인 외모를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매기느냐”는 물음에는 “8점.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10점이었다는 뜻이다. 캐스트유에 출연한 젊은 여성들은 평균 20대 초 중반이다. 직업은 대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다. 그들은 자신의 외모 점수를 보통 6점이나 7점이라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처음이고, 60세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출연한 인물이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보다 자신에 대한 외모 점수를 높게 매겼다.

“서울대 최고 아웃풋 세 명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 배우 김태희, 나경원”이라고 대답했다. “정치인들 중 미모 원톱이 누구냐”는 질문에 “나인가?”라며 웃었다. 또 “잘생긴 사람들 꽤 있잖아요. 오세훈 시장도 잘 생겼고, 민주당 의원들이 잘 생겼던데”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출연한 ‘캐스트유(CAST U)’는 ‘MZ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한 채널로 분류된다. 근엄한 정치인의 태도를 버리고 MZ세대의 세속적 가치인 ‘외모지상주의’를 폄하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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