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출범 시기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시기가 미묘하게 맞물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한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이 전 대표를 만나서 포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지난 21일 법무부 장관 이임식 후 '이준석을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지난 21일 법무부 장관 이임식 후 '이준석을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국민의힘 내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 지명자가 이 전 대표와 힘을 합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만날 필요도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태경, “한 장관이 이 전 대표 만나서 대화하면 넓은 연대 가능”

하태경 의원은 지난 21일 K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나야 하고, 함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장관은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과 과거 악연이 전혀 없다"며 "한 장관이 적극적으로 만나서 대화해 이 전 대표가 탈당 안 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면 훨씬 넓은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2일 CBS라디오에서 한 전 장관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취했다. "저는 누구나 만나기 때문에 만날 수 있다"면서도 "피상적인 대화로는 지금의 문제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신당 계획에 대해서도 "법적인 절차를 다 따르면 한 일주일에서 2주 정도가 최소 기한"이라며 창당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취임을 서둘러 한 배경에는 우리의 탈당에 따른 주목도, 명분 등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아전인수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예찬, “다 쓰러져가는 이 전대표 몸값 올리는 쇼에 한 장관이 힘 뺄 필요 없어”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대한 주도권은 한 지명자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한 지명자는 지난 21일 법무부 이임식 직후 '이준석을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당장 만날 입장이 아니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장 최고는 "이준석 신당이라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때 굳이 이미 다 쓰러져가는 이 전 대표의 몸값을 올려주는 쇼에 한 장관이 초반부터 힘을 뺄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지명자의 등장으로 이 전 대표의 영향력 자체가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민주당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22일 채널A에 출연한 장현주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은 “일단 쏟아지는 뉴스를 보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뉴스가 많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낙점이 되면서 이준석 전 대표가 영향력을 많이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지명자의 부상과 함께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크게 2가지가 꼽힌다.

이준석의 악재 1= 안철수 겨냥해 비속어 쓰고 제대로 사과 안해...이준석 ‘인성 논란’ 가열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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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최근 여의도 복국 집에서 안 의원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 전 대표가 Jtbc 유튜브에 출연해 당시 설전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안 의원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이준석이가~’ 이러니 밥이 넘어가냐고, 이 XX가”라고 했다. 이 XX는 안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당시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이 전 대표는 비속어 논란이 제기되자 당일 SNS를 통해 사과했다. “안철수 의원에게 죄송하게 생각... 더 조심히 방송에 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는 데다, 다음날 CBS라디오 방송에서 ‘사과를 한다’면서도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다시 한번 비속어를 썼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방송을 접고, 정계를 은퇴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21일 채널A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얼마 전에 이 전 대표가 사퇴한 김기현 전 대표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생했다는 말이 없다며 ‘싸가지가 없다’고 비난을 한 적이 있다. 안 의원에게 이런 욕설을 한 이 대표는 보수 진보를 떠나 ‘인간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어물쩍 사과로 넘어가서는 안 되고, 이 정도면 정계에서 깨끗이 은퇴하라”고 요구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패륜아’라고 비난했다. 안 의원의 나이는 올해 61세이고, 이 전 대표는 38세이다. 23세 차이로, 거의 아버지뻘 되는 안 의원에게 욕설을 한 이 전 대표는 당 윤리위 ‘제명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21일 채널A에서 이 전 대표의 CBS 라디오 방송에서의 사과를 두고 비판했다. “저게 공식 사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제가 만약 방송에서 저렇게 욕을 했다면 방송을 바로 하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욕설 방송 다음날 CBS 라디오에 초청돼 버젓이 다시 욕설을 했다면서, “무슨 특권이냐?”고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더욱이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같은 욕설을 했다고 억울해 하며 눈물까지 보인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는 "저에 대해서 '이 OO, 저 OO'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며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 위원은 “윤 대통령이 했는지 안 했는지도 불분명한 욕설을 두고 억울해 했는데, 안 의원에게는 공개적으로 욕설을 해놓고 ‘아유 미안합니다’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지, 그 경박함에 정말 놀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욕설이 문제된 당일에 빠르게 사과를 했지만, 신당 창당을 앞두고 이 대표에게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이준석 악재 2= ‘천아용인’ 중 김용태 탈당 안한다...한동훈 등판으로 ‘이준석 신당’ 흔들려

이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중 한 명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전 최고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내에서 혁신하고 당내에 남는 것이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다양성을 저 스스로 한번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이별 선언까지는 아니다”라며 “물론 이 전 대표와 ‘천아인’과의 관계가 굉장히 가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제 원칙에 맞는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와의 이별’은 아니라고 했지만, 김 전 최고가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지 않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 지명자가 국민의힘에 구원 등판하면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세력이 흔들리는 조짐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국민의 시선 끌어모을 MZ 인재 발탁하면?...이준석의 효용은 급락할 가능성 높아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탈당을 하겠다고 한 날짜는 12월 27일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포용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려는 세력이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최측근 중의 한명인 김 전 최고마저 국민의힘을 탈당하지 않겠다는 선언한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최고 외에 ‘천아인’ 중 ‘인’을 제외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나 허은아 의원까지도 ‘고심 중’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21일 CBS 라디오에서 “천아용인 중 대다수가 합류를 확정했고, 마지막 한 명이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측근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한 지명자의 등장으로 이 전 대표의 입지가 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당시 26세 청년이던 이준석을 발탁한 것처럼, 한 지명자가 이번에 그런 인물을 발탁하게 된다면 이 전 대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을 MZ 인재를 발탁해 전면에 포진시킬 경우, 이준석 카드의 효용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전 대표가 대체재라면 한 지명자가 굳이 만나서 협력을 설득할 필요성은 줄어든다. 한 지명자나 향후 영입할 MZ 인재가 이 전 대표의 역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 전 대표가 보완재적 성격을 갖는다면 한 지명자가 포용해야 할 정치세력이 된다. 대체재냐 보완재냐 그것이 문제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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