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인허가 사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백현동 개발비리와 관련된 ‘수사무마 의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2일 백현동 민간사업자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의 수사무마 청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곽정기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전 총경)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4.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4. [사진=연합뉴스]

수임료 7억원과 현금 5천만원 받은 곽정기,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 발부돼

지난 19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전 고검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11시경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곽 전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고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곽 전 총경과 임 전 고검장이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개발비리 배임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 두 명의 변호사는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에서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정 회장으로부터 수사무마 대가가 포함된 수임료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 전 총경의 혐의는 작년 6~7월 정 회장으로부터 경기남부경찰청의 백현동 사건 수사무마 등을 명목으로 수임료 7억원과 공무원 교제·청탁 취지의 현금 5000만원을 별도로 수수했다는 것이다. 곽 전 총경은 또 해당 사건을 자신에게 소개해 준 박모씨에게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고검장은 지난 6월 정씨로부터 검찰의 백현동 사건 수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1억원을 개인 계좌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부동산업자 이모(68·구속기소)씨에게 수사무마 청탁 대가로 13억3천여만원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씨가 정 회장에게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을 소개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곽 전 총경을 상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임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기각 사유를 분석해 향후 수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곽 전 총경의 과도한 수임료 주목돼... 경찰의 백현동 수사는 지지부진

법조계에서는 임 전 고검장의 구속영장에 대해서는 ‘기각’을 높게 보는 분위기였다. 1억원의 수임료는 많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백현동 사건의 수임료로 적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고검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고검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곽 전 총경의 수임료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제는 그 수임료가 ‘경찰의 백현동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대장동 사건에 비해서 구조가 간단하다.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구했던 2단계보다 더 상향되었다는 점, 성남시의 4단계 용도변경이 이재명 대표 측근인 ‘허가방’ 김인섭 씨를 영입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백현동 개발비리를 둘러싼 경찰의 초기 수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 5개월간 공익감사 청구를 진행 안해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21년 5월, 성남미래정책포럼과 시민 320여 명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다. 성남시가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고 위법한 옹벽 설치를 허가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은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하고도 약 5개월간 감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10월에야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조사를 했다. 감사원은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답변으로 2022년 1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2022년 4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이첩했다.

경찰은 성남시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접수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의 내용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을 정도면, 성남시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문제의식이 퍼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이재명의‘ 국토부 협박 발언’ 계기로 검찰 고발...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이송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 협박 발언’을 하면서 다시금 백현동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20일 국토교통위가 실시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도변경을 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허위사실공표' 대상이 된 발언을 했다. [사진=SBS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허위사실공표' 대상이 된 발언을 했다. [사진=SBS 캡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성남시가 용도변경에 선을 긋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사실이 공문으로 확인됐다”며 같은 달 27일 이 대표의 ‘국토부 협박’ 발언 등을 문제삼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1월 이 사건을 성남지청으로 이송했다. 당시 성남지청은 대표적 친정권 성향인 박은정 지청장이 지휘하고 있었다. 성남지청은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백현동 의혹은 원칙적으로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성남지청의 입장이었다.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대검이나 국민의힘의 고발을 접수한 중앙지검이 사건을 모두 성남지청에 넘겼고, 성남지청은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경찰의 백현동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

수사권이 조정된 경우라도 ‘부패범죄, 공직자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송한 것이다. 백현동을 수사하면 이재명 대표의 관련성이 곧바로 드러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고도 경찰의 수사는 더디기만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곽 전 총경의 수사무마 로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검찰이 곽 전 총경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문제를 수사하고 있으므로, 이 의혹이 낱낱이 파헤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총경이 정바울 회장으로부터 백현동 사건 수사무마 명목으로 수임료를 받은 시기가 2022년 6~7월이다. 공교롭게도 경찰이 성남지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시점은 2022년 6월 16일이다. 압수수색의 관건은 신속성과 기밀성에 있지만, 경찰은 국민의힘이 고발한 이후인 2021년 11월 1일, ‘백현동 개발비리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밝히기까지 했다. 내사 사실을 공표하고도 7개월이나 지나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진태 국민검증특별위원장과 김은혜 의원 등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 백현동의 '옹벽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1.11.2. [사진=연합뉴스] 

곽정기 구속으로 경찰 수사 지연의 고의성 및 이재명 관련성 부각돼

압수수색 후 경찰은 2022년 8월 2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이 백현동 개발비리의 핵심인 ‘용도변경 배임 의혹’이 아니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송치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일었다. 공직선거법 공소 시효가 9월 9일 만료됨에 따라 시간에 쫓겨 제대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이 지적된 것이다.

하지만 곽 전 총경의 구속으로 당시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가 수사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수사를 일부러 지연하고 이 대표와 백현동의 직접적인 관련에 대해서도 눈감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 대표의 백현동 배임 혐의는 경찰의 수사가 아니라, 검찰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 1월 27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사건을 이관받은 후, 2월 7일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까지 경찰은 이렇다 할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곽 전 총경의 수사무마 로비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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