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의 협상카드’라는 분석이 대세였다. 하지만 ‘협상이 불가능해진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대장동 의혹 최초 언론제보자’가 자신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최측근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정치적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최측근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정치적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최측근인 남평오 전 실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신당 창당 결심을 밝히면서도 ‘신당 창당의 구체적인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미리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일 출판기념회 토론회에서 "불행하게도 작년 대선부터 시험문제가 딱 '윤석열, 이재명 중 하나를 고르세요' 였는데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라며 "이대로 가면 내년 시험도 3년째 똑같이 나와서 많은 분들이 '시험 문제에 답이 없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당 창당을 시사한 것이다.

전날 MBC 인터뷰에서도 이 전 대표는 "정치에 절망하고 국가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의 결심을 보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난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침묵하던 이낙연, ‘공천 학살’ 앞두고 신당 창당 행보?

이 전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본인이 그 당의 본류인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진정성에 있어서도 의심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을 했을 때와 달라진 게 없고, 그 동안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순간이 굉장히 많았는데 갑자기 움직임을 보이는 건 ‘공천 학살’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도 지난 13일 채널A에서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에 대해 “아직 100%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했을 때, 얼마나 많은 세력을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새해 초에 신당을 창당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최 평론가는 “창당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재판리스크가 1월에 드러나게 되면, (민주당 내에) 본인의 공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최측근 남평오, 27일 기자회견 갖고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는 나” 밝혀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돌아갈 다리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남평오 전 실장이 27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는 나”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남 전 실장은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을 제보한 것을 놓고 ‘이 전 대표 때문에 재판받게 됐다’고 주장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이 대표와 개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장동 의혹 실체는 윤석열 후보라는 민주당의 억지 주장은 머쓱해져

지난 20대 대선 최대 이슈였던 대장동 의혹은 경기경제신문에 실린 한 칼럼에서 시작됐다.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기자는 2021년 8월 31일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며 대장동 의혹을 제기했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박 기자를 22일 소환했다. 박 기자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이낙연 당시 후보의 최측근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면서 “(일각에서 거론하는) 윤영찬·설훈 의원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박 기자의 22일 발언 이후 ‘제보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남 전 실장이 스스로 제보자임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 강경지지층은 그동안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만든 원흉이라고 지적하며, 당 청원 게시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출당을 요구했다. 남 전 실장은 “이 전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현실을 덮는 모습들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며 “이 전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는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2021년 이낙연 대선후보 경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던 남 전 실장은 박종명 기자에게 2021년 8월쯤 관련 내용을 제보했고 이를 토대로 칼럼이 실린 이후 언론들의 취재로 구체적인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의 실체는 이 대표가 아니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라는 억지주장을 펼쳤다.

남평오의 기자회견 배경은...이낙연이 당 잔류 선택하면 내년 총선 공천 어려워져?

남 전 실장은 국회의원은 아니었지만, 이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이 전 대표가 대선후보일 때는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고, 총리시절에는 민정실장을 했기 때문이다. 남 전 실장이 이 전 대표와 협의를 거쳐 기자회견을 가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의혹 최초 언론제보자가 자신'이라고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의혹 최초 언론제보자가 자신'이라고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남 전 실장은 ‘개딸들이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의혹의 제보자라고 공격을 해서, 그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자신이 제보자임을 밝혔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개딸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따라서 ‘왜 하필 지금?’이라는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남 전 실장은 현재 ‘서울 강서갑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친명으로 분류되는 강선우 대변인의 지역구이고,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사이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 잔류할 경우 남 전 실장의 공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평오의 기자회견으로 이낙연이 ‘돌아갈 다리’는 불태워져?

따라서 자신의 출마와 더불어 앞으로 ‘비적격’으로 분류돼 사실상 총선 출마가 막힐 수많은 이낙연계 인사들에게 출마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사이의 협상 분위기에 쐐기를 박기 위한 기자회견이라는 관측이다.

남 전 실장이 대장동 의혹의 제보자라고 밝힌 마당에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향후 ‘이낙연 출당’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와의 협상 분위기를 다지려고 해도 개딸들 사이에서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도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민주당으로 돌아갈 길을 막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따라서 남 전 실장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상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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