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8일 출범시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는 평균적으로 젊은 비(非)정치인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명직 비대위원에는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민경우수학교육연구소의 민경우 소장,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구자룡 변호사, 장서정 돌봄교육통합서비스 플랫폼 대표, 한지아 의정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윤도현 샤인온라이트(SOL) 대표가 포함됐다. 당헌 96조에 따라 원내대표(윤재옥 의원)와 정책위의장(유의동 의원)은 당연직으로 포함돼, 비대위는 한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꾸려졌다.

[사진=YTN 캡처]
[사진=채널A 캡처]

20대와 40대를 전면배치했다. 지명직 비대위원 8명 중 여성이 3명으로 비중이 높다. 50세인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지명직 비대위원 8명 등 9명의 평균 나이는 44.4세이다. 지난 3·8 전당대회로 출범했던 김기현(64) 전 대표와 김병민(41)·김재원(59)·조수진(51)·태영호(61)·강대식(64) 전 최고위원 및 장예찬(35) 전 청년최고위원 등 7명의 평균 나이 53.6세보다 10살 정도 젊어졌다.

한동훈 비대위가 과감한 정치혁신을 통해 정치양극화 현상을 타파해 중도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비대위원에 지명된 8명 중에는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밝혀온 인물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미스터 쓴소리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한동훈 비대위는 앞으로 간단치 않은 화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인 위원장 한 사람만 보였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 고사했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한동훈 비대위에 참여...호남정서에 역행해온 ‘젊은 우파’

우선 당 인재영입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내과 의사 박은식(39) 호남대안포럼 대표가 참여한다. 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정치적 소신발언을 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일당독재의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호남 내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호남 통신’을 연재하는 등 ‘젊은 호남 보수 우파’를 자칭해왔다.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사업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펼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호남인이면서 호남 정서에 배치되는 주장을 거침없이 펼쳐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미스터 쓴소리이다.

[사진=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사진=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박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막바지 단식을 벌이던 지난 9월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실상을 저격했다. “이재명 대표님, 일어나세요. 그렇게 누워만 계시면 엉치에 욕창 생깁니다. 대표님께서 맞고 계신 수액이면 아무것도 안 먹어도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맞는 하얀색 수액에 대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전해질, 심지어 비타민까지 다 들어 있는 TPN(혈관 뷔페)”이라고 설명했다. ‘혈관 뷔페’라는 표현은 빠르게 확산됐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단식을 중단했다.

박 대표는 지난 인요한 혁신위원회 구성 당시에는 합류를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이 정치를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비대위에 합류함으로써, 박 대표가 한 위원장에 대해 각별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 불공정성 지적했던 구자룡 변호사도 발탁돼...보수정당의 ‘자정 능력’ 우위 강조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구자룡(45) 변호사도 논쟁적인 인물이다. 구 변호사는 다양한 방송활동을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분석했다. 그런데 여권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구 변호사는 지난 20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공천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자정 능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구 변호사는 “지난해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지방선거 있을 때 국민의힘이 가장 강했다. 그때 어떤 분이 저한테 찾아와서 ‘국민의힘 지방선거의 후보자로 나가고 싶은데 경선 과정에 불공정성이 있는 것 같다’며 사건을 의뢰했다”면서 “타당성이 있어서 국민의힘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경선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내가 이겨서 경선판이 완전히 뒤집어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번 인재영입 과정에서 그 부분과 관련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영입하시는 분이 그거에 대해서 ‘변호사는 원래 그렇게 하는 거다. 경선에 대한 질서가 그걸로 바로잡혔잖냐’고 말했다”면서 “반면에 민주당에서는 그걸 가지고 공천 서류 탈락시킨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자신이 ‘산 증인’이라며, “이렇게 극명한 차이는 국민들께서 평가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 불공정성을 지적했던 구 변호사가 비대위원에 지명됐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구 변호사는 워킹맘의 권리신장에 주력해온 보육·교육 플랫폼 ‘자란다’의 장서정(45) 대표, 전 세계보건기구(WHO) 담당관 출신의 한지아(45)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같은 1978년생이다. 40대 3인방인 셈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운동권 비판에 앞장 선 민경우 소장, “우상을 믿는 사람들 물러나야”

86 운동권 특권정치를 강도높게 비판해왔던 민경우(58) 민경우수학연구소 소장과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률(54)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가 비대위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향후 비대위의 화력을 가늠케 해준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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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는 주사파 운동권의 대표적 인물 중의 한 명이었다.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가 자퇴하고 다음해인 1984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 서울대 인문대학생회장을 지냈고 1995~2005년 주사파를 상징하는 ‘조국통일범민주연합(범민련)’ 남측 본부의 사무처장을 맡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내로남불 사태를 계기로 운동권 문화의 이중성과 자기모순을 자각해 정치적 입장을 선회해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지난 10월17일 한 토크콘서트에서 세대 갈등에 대해 “우상을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신념이) 깊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냐”면서 “새로운 세대가 올라와서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밀어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노인 비하’라는 비난이 제기됐지만, 신념에 도취된 86운동권의 퇴진이 새로움을 가능케할 것이라는 논리로 평가된다.

‘조국 흑서’ 펴낸 김경률 회계사, 운동권 특권층의 경제적 실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가져

지난 2020년 진중권 평론가 등과 함께 ‘조국 흑서’를 펴낸 김경률 회계사는 운동권 특권층의 기득권화 현상을 지적해왔다. 김 회계사는 당시 “돈의 흐름이 예전에 건설사나 지역의 토건세력, 그리고 토건세력과 연동돼 있는 구태 정치인 사이에서 오고 갔다. 이 올드(old) 기득권 세력의 주류는 현재 보수 야당 쪽 사람들이었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큰 뭉칫돈들의 흐름이 바뀐다. 건설 토건에서 바이오, IT,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성장 동력사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발을 걸친 사람들 즉,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뭉칫돈을 움직일 만한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586 세대”라고 설명했다.

기득계층으로 변질된 86운동권의 정치경제적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민경우 위원과 김경률 위원의 비대위 합류는 한 위원장이 극복 대상으로 지목한 이재명 대표와 86운동권의 특권정치의 정치경제적 실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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