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제출할 '김만배-신학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 관련 고발장을 들고 있는 모습. 피고발자는 전현직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주진우·최경영 씨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제출할 '김만배-신학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 관련 고발장을 들고 있는 모습. 피고발자는 전현직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주진우·최경영 씨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 중 하나인 '가짜뉴스'는 2024년에도 한 해를 크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해왔다는 비판을 받는 '가짜뉴스 조작자'들이 여전히 아무런 제약 없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펜앤드마이크가 기획취재에서도 다뤘던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이 생산했던 가짜뉴스에 대한 일언반구의 사과조차 없이 좌파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해서 누리고 있다. 그 외에 가짜뉴스 생산·유포 전력이 있는 다른 좌파 인사들과 언론들도 아무런 반성 없이 기존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생산 주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권·재계·연예계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가짜뉴스를 살포해왔단 지적을 받았던 유튜브 채널 'FuRi Creator'가 정부기관의 조치를 앞두고 지난 12월24일 자진 채널 삭제를 한 것이 확인됐다.

이 채널은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 도중 막걸릿병에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가수 홍진영이 결혼한다' '정치인 이준석의 결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축의금 1억5천만원을 냈다"등 황당무계한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담긴 쇼츠(1분 내의 짧은 영상)로 구독자를 5만4천명 이상 보유해 논란이 됐다.

이 채널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공식 심의를 시작하고 콘텐츠 삭제·차단 등 강경 조치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채널 운영자 측에서 채널을 자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씨 등 이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짜뉴스 생산 주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연합뉴스]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지난 7월 20일 자신의 유튜브 프로그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고의 배후에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교사가 교실에서 굳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다는 것인데, 그 사안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이 사안도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 본다"고 말했었다.

그의 발언이 시청자들에 의해 온라인상에서 대대적으로 확산된 끝에 급기야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당사자라는 '집단지성'의 결과물이 도출됐다. 한 의원이 유언비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하자 김씨는 하루만에 꼬리를 내렸지만, 사과가 아닌 '정정' 방송만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그는 "어제 아침에는 그때까지 취재한 바로는 국민의힘 3선 의원이 연루된 거란 취지로 말씀드렸다"며 "방송 끝나기 전에 추가 취합된 내용이 있어 정확하지 않은 정보였다고 정정하긴 했지만, 혹시 못 들은 분 있을까봐 다시 정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건은 추가 취재를 통해 보다 신뢰할 만한 정보가 취합되면 다시 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발언으로 한 의원이 입은 정신적 피해, 명예훼손을 감안했을 때 응당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음에도, 김씨는 끝까지 짐짓 뻗대는 태도를 보인 셈이라 '가짜뉴스'를 퍼뜨려놓고 책임지지 않는단 비판이 쏟아졌다. 

이 한가지 예를 보더라도 구독자 143만 명을 보유한 김씨가 FuRi Creator보다 여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훨씬 크단 평가다. 그럼에도 방심위가 김씨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BS에서 떠나 자체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는 김씨를 규제할 경우 언론의 자유 등의 사유를 들며 큰 반발이 터져 나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그는 TBS에서 뉴스공장을 진행하면서 받았던 출연료를 공개하란 요구를 직접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30일 TBS가 국민의힘 김규남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2018~2023년 방송통신위원회 제재 받은 방송인 출연료 내역'에 김씨의 출연료는 적혀 있지 않았다. TBS가 그에게 '2023년도 서울시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을 위해 출연료 정보공개 동의를 요청했지만, 김씨는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3년 7월까지 TBS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심의 의결 내역 89건 중 '법정제재'에 속하는 경고는 2건, 주의는 7건이었고 '행정지도'에 속하는 권고는 47건, 의견제시는 16건이었다. 또한 뉴스공장이 편향적이란 다수의 민원이 있기도 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에서 상당한 수준의 편파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면, 결자해지하기 위해서라도 출연료를 공개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요구를 당당하게 묵살한 것이다.

이러한 김씨의 태도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의 전력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 아니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가짜뉴스 기획취재 때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는 김씨에 대해 "원래 그런 사람이다. 음모론의 1인자 아니냐"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가짜뉴스 기획취재 과정에서 본지가 인터뷰했던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수석대변인은 가짜뉴스에 대한 궁극적 해법은 '시청자 빼앗기'라고 밝혔다. 즉 시청자가 허위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해 가짜뉴스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것이다. 

다만 이 방식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이다. 특히 좌우 대립이 극심한 한국에서는 더 긴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단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 교육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심지어는 상대 진영의 연횡책이라고 치부해버릴 가능성마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보고 있는 뉴스가 가짜뉴스일 수 있다는 자각마저 진영논리로 인해 이뤄질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국의 여건에서 '가짜뉴스 조작자'들은 총선 시즌에 더욱 활발히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펜앤드마이크 신년기획:리셋코리아 2024 목차]

1.3각 리스크’에 갇힌 이재명의 정치생명

2.반성없는 가짜뉴스 조작자들

3.21대 국회의 10대 막말

4.문제는 경제야! 고금리·고물가에 민생고

5.총선 승부 결정할 4대 변수

6.윤석열정부의 집권3년차 과제

7.태풍의 핵,‘트럼트 2기’

8.2024 화제의 인물①차기 대권주자의 향연

9.2024 화제의 인물②뉴페이스의 격돌

10.2024 화제의 인물③떠오르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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