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기술을 익혀 업무에 적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 지금 이 순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 알파고에게 참패한 인간

연말연시 사흘 연휴 동안 집안에서 뒹굴며 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를 탐독했다. 미래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박영숙·제롬 글렌 공저의 이 책을 탐독하며 인간이 곧 경험하게 될 가까운 미래의 낙관성과 비관성에 흠뻑 젖어 들었다. 이 칼럼은 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를 토대로, 이 책에서 제시한 중요한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쓴다.

세계 바둑의 일인자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알파고와의 세기적 대국이 벌어진 시기는 20163월이었다. 이 대국에서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대표 알파고와의 5번기에서 14패로 참패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AI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내용증명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AI 기술 수준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진행된 2016년과 비교하면 혁명적일 정도로 진보를 거듭했다.

2023년 단연 최고의 화두는 챗GPT·지니·클로바·알렉사 등의 인공지능이었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란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을 뜻한다. 현재 등장한 인공지능을 생성형 AI’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훈련된 딥러닝 모델을 사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스스로 창작하지 못하고 기존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콘텐츠를 표출한다. 때문에 기존에 생산된 데이터가 왜곡·편향·사실관계가 잘못되었을 경우 AI는 이를 학습하여 사실과 다르거나 편향된 내용의 콘텐츠를 표출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사실성·편향성·저작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본격 개막되었다. 과연 AI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본격 개막되었다. 과연 AI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 인공지능 산업 빅뱅

문제는 현재의 AI가 인간의 질문이나 요청에 답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들은 시와 소설을 쓸 수 있고, 작곡이나 원하는 그림까지 그려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놀라운 기능 덕분에 인간은 AI 신기술에 열광하고, 기업들은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올해도 AI 열풍은 뜨겁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생성형 AI의 시장 규모는 202229억 달러, 2023년엔 약 50% 늘어난 438,3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제품 디자인 개선이나 시제품 제작, 생산 공정 효율화에 도입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료기업은 질병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졌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제약회사는 암이나 노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받고 있고,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디어 기업은 새로운 콘텐츠 제작이나 마케팅 강화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AI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들은 절반 이상이 품질 개선, 신속한 제품 공급, 고객 서비스 수준 향상을 경험했다. 그 결과 업무 가치와 직원들의 행복감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 생활 속으로 파고든 AI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AI는 생활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예를 들면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 취향에 따른 콘텐츠·제품을 추천하고, 차량 흐름을 관리하는 스마트 교통신호등에도 AI가 맹활약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접목된 AI는 목적지까지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을 검색하여 안내한다.

의료기관이나 제약회사는 다양한 진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빨리 치료제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AI 덕분에 고객들은 주문한 물건을 보다 빠른 시간에 배송받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2021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 AI는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10년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한 단백질 접힘 문제를 30분 만에 해결했다. 이로써 인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을 예측함으로써 예방·치료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혔다.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면 개발 기간을 최대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이것이 인류가 AI 신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하는 진짜 이유다.

 

#. 인간 능력을 초월하는 AI 등장 예고

AI의 고도화로 인한 무인 자율주행차 대중화, 생명공학 기술 발전, 사람과 흡사한 로봇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계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장벽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그 결과 영화 시나리오를 AI가 쓰는 것이 현실화되자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을 하는 등 난리가 났다.

그런데 현재의 AI는 인간 뇌의 프로세스를 흉내 낸 인공신경망 시스템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즉 기존의 텍스트·오디오·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인간이 질문하면 그에 맞는 답을 제공하거나, 주어진 지시를 수행하는 제한된 능력만 보유하고 있어 한정된 환경에서만 가치를 발휘한다.

때문에 입력되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한 답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생성형 AI는 생각하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정도 AI의 등장으로 난리를 치고 있는데, 만약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인간처럼 생각하고 고뇌하는 AI가 개발되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행동하며 인간을 초월하는 AI인공일반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란 명칭을 부여했다. 이러한 인공일반지능이 앞으로 3~10년 이내에 등장이 예고되었다.

여기서 한 차원 더 발전된 AI가 초인공지능(ASI)이다. 이것은 인공일반지능에 비해 더 강력한 지능 체계를 갖추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여 지식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인공일반지능(AGI)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AGI는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스스로 학습하여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그 결과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가 냉장고에 없으면 알아서 주문을 한다. 사용자의 건강을 자동으로 체크하여 이상 있으면 스스로 구급차를 호출한다. 또 사용자의 기분 상태에 따라 음악을 선곡해 주거나 대화를 또 자율주행차를 자기가 알아서 목적지로 이동시켜주기도 한다.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까지 알아서 해결하는 수준의 인공일반지능(AGI) 등장하면 그들의 창의성은 상상할 수 없는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지능이나 인식구조를 초월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어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가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AI는 인간에게 순종하지 않고 인류 멸망의 뇌관을 터뜨릴 수도 있는 존재로 공포의 대상이다. 사진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SF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AI는 인간에게 순종하지 않고 인류 멸망의 뇌관을 터뜨릴 수도 있는 존재로 공포의 대상이다. 사진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AI

아서 클라크의 SF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할(HAL 9000),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 영화 매트릭스의 AI 등 그동안 발표된 SF 소설이나 영화에 수많은 종류의 AI가 등장했다. 이러한 SF 소설·영화 속의 AI는 모두 인간을 초월하는 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들이 인간에게 순종적이기는커녕 인류를 멸망시키는 존재로 등장한다.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것, 미지의 것에 두려움 느끼는 유전인자를 갖게 된 존재다. 때문에 AI의 등장으로 인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AI 전문가들은 윤리 문제 해결 없이 인공일반지능이 개발되면 인류 멸망 수준의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여론조사기업 유고브의 조사에 의하면 30세 미만 인구 중 60%AI가 인류의 종말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매버린과 AB컨설팅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 중 37%AI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40%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AI 전문가인 맥스 테그마크 MIT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을 때 네안데르탈인은 멸망했다. 지구상에 인간보다 더 뛰어난 외부 지능이 등장하면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AI가 세계정복을 꿈꾸는 사이비 종교 단체나 북한 같은 악의 축 국가 손에 들어가면 파멸적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AI 개발을 당분간 중단하고 안전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 AI의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나

그렇다면 SF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AI처럼 AI가 반드시 인류를 파멸하는 공포의 존재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이들은 AI가 증기기관·자동차·컴퓨터 등 인류가 경험한 모든 기술의 진보처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한다. 그동안의 혁신 기술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었듯 AI도 마찬가지 결과가 될 것으로 낙관한다. AI가 없다면 인류에게 닥친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자원 고갈,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현실 가능한 방법은 AI를 인간 통제하에 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보다 훨씬 똑똑한 AI에게 인간의 통제를 받으라고 하면 AI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말씀에 순종하겠습니다하며 명령을 따를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AI가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여러 가지 한계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AI에게 밀려나 가장 먼저 퇴출당할 직업군의 하나로 기자가 꼽혔다. 날씨·증권·스포츠 관련 기사 정도는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AI의 스포츠 기사가 모호하고 판에 박힌 표현을 반복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게다가 AI가 쓰는 기사는 다른 기자들이 쓴 수많은 기사의 패턴을 조합, 여기에 새로운 정보를 가미하는 형태다. 때문에 심층 탐사보도나,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소식을 전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AP통신은 출판 가능한 콘텐츠와 이미지를 만드는 데 AI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 신문 가디언도 AI는 인간의 감독과 수석 편집자의 허가 받는 경우에만 편집본으로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현재 수준의 AI로는 기자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 민주주의 파멸의 주인공이 될 수도

한편에선 AI가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AI를 사용해 페이스북·트위터에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실이 밝혀졌다. 그중에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뉴스도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가짜 뉴스가 유권자들에게 영향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의심 사례는 2017년 프랑스 대선, 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도 등장했다.

20223월에는 러시아 해커들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AI를 사용해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 투표 결과를 조작하려 시도한 사실도 밝혀졌다. AI를 이용해 거짓 정보 제공, 여론조작으로 선거에서 강력하고 엄청난 파급효과를 야기하면 민주주의 위협은 현실화될 것이다.

 

#. AI 덕분에 일자리 없는 미래우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AI 능력의 고도화 덕분에 블루칼라 일자리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세계경제포럼은 AI로 인해 향후 5년 내에 25%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AI로 인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6,900만 개인 반면, AI로 인해 소멸하는 일자리는 8,300만 개. 결과적으로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1,400만 개 줄어들 것이란 불길한 예측이다.

AI로 인해 창출될 새 직업군으로는 데이터 과학자, AI 및 머신 러닝 전문가, 디지털 혁신 전문가를 꼽는다. 반면 텔레마케터, 컴퓨터 입력 요원, 법률비서, 경리, 회계 관리사, 은행원 등은 사라질 위험이 큰 직업군으로 꼽혔다.

 

AI로 인해 창출도는 새로운 일자리는 6,900만 개, 없어지는 일자리는 8,300만 개. 결론적으로 AI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가 예상된다.
AI로 인해 창출도는 새로운 일자리는 6,900만 개, 없어지는 일자리는 8,300만 개. 결론적으로 AI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가 예상된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일자리 없는 삶, 실업 공포가 인류를 엄습하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면 인류 역사에서 노동의 미래가 안정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걱정했던 것처럼 대량 실업을 겪은 적도 없다. 어쨌거나 AI 관련 기술 덕분에 노동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과 AI 고도화로 한쪽에선 직업 상실을 우려하고, 다른 쪽에선 새로운 환경에 필요한 인재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내일 당장 내 일자리가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내 업무에 AI를 포함한 신기술 적용은 불가피한 시대가 되었다.

 

#.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에 적응하라

AI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업무가 변화되면 직원들은 새 업무로 유연한 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직원에게 새로운 업무 적응에 필요한 직무 교육이 요구된다. 쇠퇴하는 분야의 근로자에게는 새로운 직무·역할 수행에 필요한 기술 습득 교육(reskilling), 변화하거나 성장하는 분야의 근로자에게는 현재 수행하는 직무를 위해 새로운 기술 습득 교육(upskilling)이 시급하다. 세계은행은 AI로 인해 전 세계 근로 인력 34억 명 중 14억 명이 재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성형 AI가 당장은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인간의 보조도구로 활용되어 인간의 역할을 보강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리스킬링·업스킬링은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AI 관련 기술을 익혀 업무에 적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아닐까?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