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피하려고 대통령을 과도하게 지웠을 때...

 

경기 북부지역 국민의힘의 한 예비후보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평소 평소 게시물의 몇배에 달하는 주목도와 더불어 좋아요를 받았다.

그가 SNS에 올린 사진은 4일 있었던 국민의힘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찍은 것이었다. 한동훈위원장은 최근 모든 행사에서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거절하지 않고 셀카모드로 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사진중 한 장은 흑백으로 처리해서 마치 자신이 오래전부터 한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한 위원장과 같은 대학을 나온 점을 이용, “한 위원장과 오래전부터 대학 법조인모임에서 인연을 맺어 잘 아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대학 출신의 법조인모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후보가 올린 사진이 인기를 끌자 같은 지역의 국민의힘 또 다른 예비후보도 부랴부랴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 위원장과 사진을 찍은 뒤 자신의 SNS에 올렸다.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수십명의 예비후보들이 같은 목적으로 한 위원장과 사진을 찍었다.

최근 국민의힘은 사실상 한동훈 올인’, ‘한동훈 몰빵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당 단위로 열리고 있는 신년인사회 행사는 한동훈으로 시작해서 한동훈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위원장이 도착하기도 전에 행사장 입구에는 수십,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기위해 기다린다. 그가 행사장에 입장하면, 사회자의 유도와 함께, “한동훈! 한동훈!” 연호가 터져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한동훈의 입을 바라보고 있기에, 주최자인 시·도당 위원장이나 참석한 시·도지사는 인사말을 하는 등 마는 둥, 서둘러 끝낸다. 행사가 끝나면 시작할 때의 역순서로 같은 풍경이 벌어진다.

총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난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 출신 중 상당수는 지난달 12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명함이나 홍보물에 빠짐없이 넣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하나둘씩 한동훈 위원장과 찍은 사진으로 교체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과연 누가 공천권을 쥐고 있느냐는 것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덕을 보려고 했던 대통령실 출신 출마자들의 기류가 바뀐 것을 보여준다.

지난 4일 한동훈 위원장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공천권의 향배와 관련해 중요한 시그널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윤핵관의 핵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맡고 있었는데, 한동훈 위원장이 이를 겸임함으로써 사실상 이철규 위원장의 역할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국정지지도가 낮은 윤석열 대통령 및 정권심판의 무대로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이같은 정권심판론의 화살을 피하면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및 당의 주류인 586 운동권 세대들을 역공하는 카드로 선택된 국민의힘의 자구책이다. 총선에서 민주당 보다는 여당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준석 신당에 대한 적절한 견제수단이기도 하다.

여당이 전적으로 한동훈 위원장에게 올인하는 것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이듯 폭발적 인기, ‘한동훈 바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동훈의 인기에 업혀가는, 여당의 스타플레이어 정치는 역대로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이 한국 축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한동훈에 열광하는 대중들에게는 강력한 정치개혁. 혁신의 염원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훈 한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한동훈 바람에 비례해서 한동훈 리스크또한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총선과정에서 아직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하게 지워질 경우, 총선이후 발생할 국정운영의 난맥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옆에 있는 안철수 의원을 의식, “우리 국민의힘은 안철수를 보유한 정당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조크에 안철수 의원의 표정은 뻘줌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안철수 의원 모습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를 생각한 사람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