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 하세요"

(이 기사는 박순종기자가 조국 전장관에게서 직접 겪은 사건이기에 통상 기사 작성법과 달리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 사건의 발단: 조국과 나의 관계, 그 시작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0년 11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1의 단독 보도 〈[단독]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 사진 게시’ 기자 檢 송치… 명예훼손 혐의〉를 게재했다. 2020. 11. 10. [캡처=페이스북]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0년 11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1의 단독 보도 〈[단독]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 사진 게시’ 기자 檢 송치… 명예훼손 혐의〉를 게재했다. 2020. 11. 10. [캡처=페이스북]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1월10일 오후 4시 9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간 통신사 뉴스1의 기사 하나를 게재했다. 제목은 〈[단독]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 사진 게시‘ 기자 檢 송치… 명예훼손 혐의〉.

동(同) 언론사 박기범 기자가 작성한 해당 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서울동대문경찰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보수매체 소속 A기자에 대해 지난 2일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민영 통신사 뉴스1의 2020년 11월10일자 〈[단독]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 사진 게시’ 기자 檢 송치… 명예훼손 혐의〉 제하 기사의 내용. [캡처=뉴스1]
민영 통신사 뉴스1의 2020년 11월10일자 〈[단독]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 사진 게시’ 기자 檢 송치… 명예훼손 혐의〉 제하 기사의 내용. [캡처=뉴스1]

여기에서 보수매체는 ‘펜앤드마이크’요, ‘A기자’는 나다.

박기범 기자가 전하기를 펜앤드마이크 소속 박순종 기자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건을 무려 ‘기소 의견’으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고 밝힌 게 바로 수사기관인 ‘서울동대문경찰서’라는 것이다.

2. “‘피의사실공표죄’는 수사기관이 사람 죽이는 범죄… 엄단해야!”

조 전 장관이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검’(親檢) 방송인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며 피의사실공표죄가 수사기관에 의해 자행되는 끔찍한 범죄임에도 그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개탄했다고 한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수사권을 경찰에 주자고 했는데, 그런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배우 이선균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조 전 장관은 이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발언으로 규정했다.

조 전 장관은 진 전 교수를 비판하는 글에서 “피의사실공표와 망신 주기 수사는 검경 모두의 문제”라며 “1차 수사권이 어디에 있는가와 아무 관계가 없고, 수사권 조정 이전 검찰이 모든 수사권을 틀어 쥐고 있었을 때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게시물의 내용. 2024. 1. 1. [캡처=페이스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게시물의 내용. 2024. 1. 1. [캡처=페이스북]

그는, 이어, 자신이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확정했고 퇴임 이후 시행된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윤석열 정부가 깡그리 무시하고 있으며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과 언론의 유착에 따라 사람을 죽게 만드는 비극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특히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를 수정·보완해 법무부 훈령인 〈규정〉을 법률화하는 데에 민주당이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公表)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구구절절 지당한 말씀이라, 감히 이를 반박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3. 뉴스1 박기범 기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이처럼 정의롭디 정의로운 조 전 장관께서 나와 관련해 2020년 11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뉴스1의 단독 기사는 분명 내가 피의자였던 사건을 검찰로, 그것도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한 주체가 바로 ‘경찰’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나도 몰랐던 ‘기소 의견 송치’, 뉴스1의 박기범 기자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① 가능성1: 경찰이 뉴스1 기자에게 알려줬다.

기사는 내 피의사건을 송치한 주체가 바로 서울동대문경찰서라고 밝히고 있다. 기사가 전한 바를 문언(文言) 그대로 읽자면 박 기자는 내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대문경찰서 사이버팀 소속 수사관 박영관 경위 또는 박 경위에 대한 지휘 라인 내지 경찰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얻어 기사를 작성했을 테다.

박 기자의 기사 내용대로라면 경찰은 내 피의사실을 기자에게 공표한 것이고, 이는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를 구성한다. 서울동대문경찰서는 문제의 기사와 관련해 담당 책임자들로부터 공보 관련 결재가 이뤄진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② 가능성2: 조국이 뉴스1 기자에게 알려줬다.

기자는 취재한 사실을 그대로 기사화해야 하지만, 내 경험상 더러는 일부 사실을 각색해 기사를 쓰기도 한다.

어쨌든 박 기자가 내 피의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주체를 ‘서울동대문경찰서’로 특정한 만큼, 나는 나를 수사한 경찰관들에 대해 ‘피의사실공표죄’를 물어 그들을 동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특히 그 가운데 나를 직접 조사한 박영관 경위는 자신은 뉴스1 기사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고 기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다며 내게 직접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이 아니라면 누구일까? 수사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인물이 또 있다. 바로 내 피의사건의 고소인인 조 전 장관이다. 그는 내 피의사건에 대한 경찰의 결정 결과를 휴대전화 SMS 또는 우편 송달 등의 방법으로 통지받았을 테다. 조 전 장관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나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방배경찰서에 직접 제출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박 기자가 조 전 장관으로부터 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받고서는 정작 기사를 쓸 때에는 나와 관련한 피의사실의 공표 주체를 ‘경찰’이라고 적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문제의 기사가 뉴스1에서 출고된 건 2020년 11월10일 오후 3시38분. 조 전 장관이 해당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기까지는 불과 30분의 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조 전 장관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인지할 수 있었을까? 설마 박기범 기자가 해당 기사의 출고 사실을 조 전 장관에게 바로 알려준 것일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서울동대문경찰서가 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가 출고된 지 불과 30여분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게재했다. 2020. 11. 10. [캡처=페이스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서울동대문경찰서가 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가 출고된 지 불과 30여분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게재했다. 2020. 11. 10. [캡처=페이스북]

경위야 어찌 됐든, 기사는 경찰이 내 피의사실과 관련한 정보를 기자에게 알려줬다는 것 아닌가? 형법에서 정한 피의사실공표죄는 검찰의 공소 제기 이전에 범죄 수사에 관계한 이들이 특정인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처벌한다는 것 아닌가?

4. ‘정의로운’ 조국 씨, 나한테는 왜 그랬어요?

조 전 장관의 주장과 같이 검찰의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수사 주체가 검찰인지 경찰인지 여부와 전연 무관하다.

조 전 장관의 지론은 형사 사건이 확정되기 전까지 해당 사건의 피의자(피고인)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 아닌가?

만일 조 전 장관이 박기범 기자에게 내 피의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한 게 아니라면, 그리고 ‘검찰의 공소 제기 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는 엄단돼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관철할 요량이었다면, 조 전 장관은 뉴스1의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싣기 전에, 아무리 자신이 ‘피해자’라는 입장에 서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내 피의사실을 공표한 행위를 먼저 비판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그는 그 당시 무려 ‘무죄’로 추정되고 있던 펜앤드마이크 기자 박순종의 ‘명예훼손’ 피의사실이 기재된 기사를 자신의 수많은 추종자들 보란듯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런 조 전 장관의 ‘피의사실공표’ 관련 지론이 진정한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박기범 기자가 제3의 경로로 해당 사실을 취재해 기사화한 것이라고 한다면, 조 전 장관은 내 피의사실이 공표됐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를 구성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의 전말은 기사를 작성한 박기범 기자가 알고 있을 테다. 하여튼, 끝으로 정의롭디 정의로우신 조 전 장관께 한 말씀 올리련다─너나 잘 하세요.

참고로 나는 2022년 4월 무죄를 확정받았다.심지어 무죄 사건의 피의사실을 조국은 페북에서 공표한 것이다.이쯤되면 사과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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