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공천에 저항할 것”...유사시 이준석 신당 등 제3세력 합류 시사

김무성 전 의원의 15일 출마선언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김무성 전 의원의 15일 출마선언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22대총선 출마선언을 하자 많은 사람들은 20대 총선 패배와 이 총선결과가 시발점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5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번민 끝에 이번 총선에서 부산 중·영도 선거구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국민께서 정치와 국회가 나라를 망치는 만악의 근원으로 생각하시는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국가 미래 비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야 할 국회에서 저급한 막말 싸움만 일삼아 국회와 정치의 품격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타락한 정치와 국회를 바로잡아 합의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공적인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5대에서 18대까지 부산 남구을 선거구에서 내리 4선을 한 김 전 의원은 2013년 4·24 재·보궐 선거에서 기존 지역구인 부산 남구 대신 영도에 출마해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는 부산 중·영도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 지역의 현역은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국민의힘 탈당 과 더불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따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박성근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이재균 전 의원,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 어느 곳 보다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김 전 의원까지 가세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마땅한 이유가 있다면 수용하겠지만, 나이가 많다고 컷오프 같은 이유 없는 컷오프는 수용할 수 없다"며 "부당한 공천이 있으면 거기에 저항하지 않으면 공인이 될 자격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유사시 무소속 출마는 물론 이준석 신당 등 제3지대에 합류할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김무성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차인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쳐,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1당의 자리를 내주고 극심한 여소야대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인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활약으로 152석을 차지한 바 있다.

20대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는 당내 주류, 친박세력의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공천배제 방침에 반발해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잠적하는, 이른바 ‘옥쇄들고 나르샤’ 파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180석 가능’ 발언으로 심한 역풍을 맞아 총선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20대총선으로 만들어진 극심한 여소야대에 촛불파동이 벌어지자 김무성 대표는 탈당을 감행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앞장선 바 있다.

이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총선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장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김 전의원을 향해 "탈당을 해서 탄핵을 했던 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이 당에 편안하게 다선을 했던 사람들이 희생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정쟁의 정치를 하지 말라는 하는 상황에서 과연 그분을 다시 우리 당의 주자로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가 있지 않겠나"라며 김 전 의원의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 김무성 전 의원의 출마선언 및 공천요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혁신 및 물갈이 차원에서 한동훈 비대위가 부산 경남 등 영남권 다선 중진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을 본격화 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김 전 의원이 자신이 컷오프 당하는 등 부당한 공천에 저항하겠다고 한 것 또한 간단치 않은 의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벌어진 20대총선 참패와 이로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의 역사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압박용 무기로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부산 경남 대구 경북 등 10명 가까운 다선 중진 의원들이 불출마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 또한 추후 김 전의원이 말한 것처럼, 경선에도 들지 못하고 컷오프를 당할 경우 같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전 의원의 돌발행동이 국민의힘과 한동훈 위원장에게 적지않은 고민거리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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