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설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용산역을 방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이날 제3지대 합당이 이뤄지기 전이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설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용산역을 방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이날 제3지대 합당이 이뤄지기 전이다. [사진=연합뉴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격언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그가 최근 제3지대 4개 세력의 합당으로 이낙연 공동대표와 함께 제3지대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됐지만, 가장 열성적 지지집단이었던 2030남성들의 마음은 잃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제3지대 합당이 선언된 후 충격받은 열성 지지자들은 분노를 넘어 혐오·증오에 가까운 의견들을 이틀이 지난 11일까지도 계속해서 표출하고 있다. '원칙 없는 그저 세 불리기에 급급한 합당'이라고 비난하며 안티(反 이준석)로 돌아서는 기미가 온라인상에서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왜 빠(지지자)가 까(비판세력 혹은 안티)가 되면 무서운지 여기만 봐도 알지 않냐'란 제목의 글에는 "돌아선 까들이 '준청래'에 대해 더 속속들이 알고 여태껏 극렬하게 실드쳤던 부분이 다 약점인 것을 알기에 더 무서운 것"이란 주장이 담겼다.

이어 "'대깨준'들이 말도 안되는 실드 치는 것 지겨워서 (글 안쓰고) 구경만 했다"면서 "이제 진짜 '준청래'를 까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비꼬았다.

이는 이 공동대표 '까'로 한번 돌아서게 되면 이전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이 대표의 언행, 행적들이 순식간에 비판과 조롱 대상으로 전락하게 됐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공동대표를 '준청래(이준석+정청래)'라는 과거에는 없었던 표현으로 부르는 것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의미한다. 이들이 평소에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이 공동대표가 동급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을 상징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들이 평소 매우 싫어하던 정치인들의 글이 스스럼없이 인용되고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는 점도 열성 지지들이 완전히 돌아섰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 장예찬 수영구 예비후보가 제3지대 합당에 대해 '잡탕밥 개혁신당' '페미친문좌파 정당'이라 비난하며 쓴 글, '천아용인'에서 사실상 탈퇴하고 국민의힘에 잔류한 김용태 포천·가평 예비후보의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장예찬·김용태의 의견에 동조하게 될 줄은 몰랐다"라면서도 "이준석은 비판받아 싸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를 비판하고 있는 지지자들은 과거 자신들이 좋게 봤던 이 공동대표의 행적, 발언 하나하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장예찬 예비후보에 대한 발언 역시 '장예찬을 너무 하대하는 건방진 태도'라고 평가가 급변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를 비판하고 있는 지지자들은 과거 자신들이 좋게 봤던 이 공동대표의 행적, 발언 하나하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장예찬 예비후보에 대한 발언 역시 '장예찬을 너무 하대하는 건방진 태도'라고 평가가 급변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과거 이 공동대표가 장 예비후보에게 '잘했어 라이코스' '라이코스에서 토리로 업그레이드 해주겠다' 등의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서도 "장예찬이 지나치게 하대당했다"며 "장예찬이 이준석에 돌아설 만했다"는 평가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는 마치 운동권 세력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는 존재들이 운동권에서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인 것, 아이돌 그룹의 팬이 가장 강력한 안티가 되는 것과도 같다.

결국 이 공동대표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믿고 지지했던 2030 남성 위주의 열성 지지자들이 이른바 '잡탕' 합당에 반발해 극렬 반대파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합당 후 이 공동대표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해명의 시간을 가졌음에도, 이들은 '개혁신당'이란 이름만 남겼을 뿐 그 대가로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날려버린 졸속 합당을 해버렸다고 가열차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탁월한 영상 편집능력, 재빠른 정보 수집·발굴 능력을 바탕으로 이 공동대표의 행적과 발언을 온라인상에 홍보하고 퍼뜨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집단이다. 이제 이들이 완전한 안티로 돌아선다면 이 공동대표는 그들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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