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불화설, 책임지지 않는 축구협회, 클린스만까지...2024년 2월 한국 축구의 현실

선수들도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의 의미, 뼈저리게 새겨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팬들.(사진=선우윤호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팬들.(사진=선우윤호 기자)

이번엔 불화설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23 AFC 아시안컵 기간 동한 한국 축구대표팀 내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망)의 대립을 비롯한 선수단 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이 알려졌고, 이강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했다. 불화설 보도에 대해 일정 부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비난의 화살은 이강인을 비롯한 불화설과 관련이 있는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화살은 지금껏 쏴오던 과녁을 그대로 향하면 된다.

지난번 본지의 기사 말미에 '책임은 책임 질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표팀을 이끄는 사람은 감독이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감독이다. 감독이란 그런 자리이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책임을 지는 협회이고, 협회장은 정몽규 회장이다.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축구계 종사자들이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의 책임을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촌극'이 일어나고 있다. 협회는 선수단의 불화설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했으며, 아직까지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선우윤호 기자)
(사진=선우윤호 기자)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자면,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대표팀 내에서의 갈등도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빈번하게 '대표팀 불화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디 동네축구팀도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 그렇기에 국가대표라는 칭호가 붙는 자리이다. 선수들도 사람이기에 사적으로 가지는 주장들은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행동 하나하나를 할 때 '국가대표'답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붙을 이유가 없다.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축구대표팀이라면 그 무엇보다 축구에 전념하고 최우선 순위는 축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선당후사'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당이 먼저 그다음이 사적인 일'이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는 말이다. 물론,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정치인들 스스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선당후사' 정신으로 똘똘 뭉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선국후사'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국가가 먼저이고, 사적인 것은 뒤로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슴에 태극마크는 왜 붙이고 경기를 뛰겠는가?

책임지지 않는 모습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축구협회, 대회 기간에 불화설이 터진 국가대표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감독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며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2024년 2월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붉은 물결.(사진=선우윤호 기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붉은 물결.(사진=선우윤호 기자)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다.

2002년 국내 월드컵 4강, 2010년 첫 원정 월드컵 16강, 2022년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까지. 세계적인 선수인 박지성, 손흥민, 김민재 등을 배출하면서 유럽 리그에도 수많은 선수들을 진출시키는 등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타팀 감독들은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를 언급하며 경계하고, 한국 대표팀은 어려운 팀이라는 인터뷰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한국 축구는 올라온 것이다.

헌데 이 지경이다. 동네축구팀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이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모든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팬들이야말로 최대 피해자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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