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지난 2월 5일 조선일보에, 진화론자이며 동물행동학 및 생태학 학자인 최재천 교수와의 대담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출생률 회복이 능사 아니다”. 기사에서는, 최교수가 정말로 그렇게 말했는지, 받아쓴 기자가 과장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좋다“, “애 낳으면 바보!”, 또한 최근엔 “출생률이 회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 나아가 “저출생은 (인구과밀과 기후재앙에 대한) 지극히 진화적인 적응 현상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읽고 깜짝 놀랬다. 반어법 같지는 않았다. (이하 최교수가 발언한 부분은 따옴표 “...”로 표시된다) 

  “세계 인구가 10억에서 20억이 될 때까지 100년이 걸렸다. 그러나 60억에서 70억 되는 데는 11년 걸렸고, 80억에서 90억 되는 데는 9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다시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구로서는 재앙이고 딜레마다. 지구가 인류를 품을 수 있는 한계(human carring capacity)는 이미 넘은 지 오래다.” 또한 “전 지구적 관점에서도 인구는 줄어야 한다. 교통난, 주택난, 물 부족, 환경오염은 모두 인구 과밀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인구 밀도는 선진국의 20배 수준이다.” 이런 말들은 맬서스의 인구론을 생각나게 한다. 맬서스의 주장은 실제 1834년에 제정된 영국의 신구빈법에 반영되어, 사회적 의무이자 빈민의 권리로서 인식되던 빈민구제는 배척되었다. 즉 빈곤은 개인의 게으름과 자기 절제의 결여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말서스가 주장한 인구폭발에 의한 식량부족은 “과학적 농업”으로 해결되었다.

  맬서스의 영향을 받아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였다. 다윈주의자 최재천교수는 말한다. “다윈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줄 알았던 인간이 불과 오륙백만 년 전에 침팬지, 보노보와 같은 종이었다는 것을 일깨워준 거다. 세상에 이처럼 인간을 겸허하게 만드는 사실이 또 있을까.” 그러나 필자는 인간으로서 겸손한 것은 좋으나 보노보 수준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인간이 보노보처럼 평화를 위해, 아무 때나 아무하고나, 하나의 거래로서, 섹스할 수 없지 않은가.

   최교수는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줄고 나라 경제가 무너진다는 지적에 대해 “지구는 현재 포화 상태로서 출생률이 회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앞에 닥친 기후 재앙은 또 얼마나 절망적인가. 저출생은 (인구과밀과 기후재앙에 대한) 지극히 진화적인 적응 현상이다.” 그러나 불임은 병이다. 젊은이들의 섹스리스(sexless), 저출산, 그리고 최종적 인류의 소멸이 적응적 진화가 될 수 없다. 필자는 저출생은 “비적응 행동”의 결과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인구가 줄어든 것은 기아, 전염병, 전쟁, 영아살해, 인종청소(genocide) 같은 것이었다. 이런 범죄가 진화적 적응일 수 없다. 기후재앙의 이면에 유물론적 진화론이 있는 것 아닐까?  

  진화론은 유물론으로서, 이후 막시즘과 정신분석과 우생학의 태동을 자극하였다. 우생학(優生學, eugenics)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인류학자 프랜시스 골턴(Sir Francis Galton, FRS, 1822~1911)이 시작하였다. 그는 노동자들이 사는 지역에서 엄청난 범죄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이들을 격리하고 그들의 피가 사회에 퍼지도록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후 우생학은 정치적으로는 나치즘, 파시즘 또는 스탈린식 전체주의의 근거가 되었다. 북한의 “성분“ 위주 사회가 전체주의적이다. 현재는 우생학은 인간의 유전형질 가운데 우수한 것을 선별, 개량하여 인류 전반의 유전적 품질(genetic quality)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유사과학적 신념으로 취급되고 있다.  

  우생학은 막시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인 생어(Margaret Sanger 1879–1966)를 자극하여 1910년대부터 가족계획 운동(planned parenthood movement)이 시작되었다. 인구론, 진화론, 유물론, 막시즘, 정신분석 및 우생학 등은 1960년대 성혁명과 더불어 여성인권운동과 낙태 합법화 운동에 영향 하였다. 

   최교수는 “지금이 국가 정책 기조를 바꿀 때”라고 주장한다. 최교수는 “적은 수의 국민으로도 인간답게 행복을 누리며 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우생학을 연상하게 한다. 최교수는 “지금까지는 강대국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덴마크나 벨기에처럼 적은 인구에도 높은 국민소득을 올리며 사는 나라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작은 나라들의 안보 능력은 어떨지 걱정이다. 

   또한 이민을 받자고 말한다. 인구감소가 바람직하다면 이민도 받을 필요가 없다. 내버려 두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교수는 “국경을 열고, 출입국을 쉽게 해 노동인구의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초고령 사회로 가지 않으려면 이민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민 정책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결국 인종차별 문제가 생겨 날 수 있기 떄문이다. 현재 서구 국가들이 이민 때문에 사회정치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교수는 “이 얘기를 출산율이 1.08명으로 떨어진 2006년부터 줄곧 해왔는데 아무도 듣지 않더라.”로 말한다. 왜 한국인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당시 한창 왕성하게 한국 사회가 발전하고 있었는데, 그 기반이 여전히 전통적 가족적 가치관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진화론자이자 동물학자로서로서 최교수께서는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짝을 짓고, 무리를 형성해 함께 살아남는 것이다.” 또한 “모든 생물은 번식을 못 하게 하는 게 어렵지, 번식하게 하는 건 쉽다. 어느 정도 환경이 괜찮으면...”라고 하였다. 이 말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환경이 어떤 환경이어야 할지 궁금하다. 그 환경에 관련하여 최교수께서는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그들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머리를 조금만 굴려서 계산해보면 결혼은 물론 출산, 육아, 교육 등 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저출산 대책에 몇백 조를 썼다고 하는데 대부분 엉뚱한 사업에 들어간 돈이고 보육 환경을 바꾸는 데 든 예산은 별로 없다. 이제 와 돈만 퍼준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아이를 맘 놓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구조를 과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교육 제도, 복지 제도로는 어림없다.” “출산율이 0.7명대라는 건 그만큼 복구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앞으로 수십 년 걸려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자해도 될까 말까다.” 이는 어차피 그 많은 돈이 마련되기 어려우니 출산율 높이기를 포기하자는 말로 들인다. 

   어쨋든 사회 전체가 아이를 맘 놓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구조란 어떤 것일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가난해도 아이는 많이 낳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인들은, 2021년 Pew Research Center가 조사 보고한 바에서 보듯이, “가족”보다 물질적 웰빙(돈)을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돈이 결정한다는 가치관이 저출산 해결의 걸림돌이다. 

   또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코로나 때 가을 하늘'을 언급하며,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자연이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의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최교수의 유튜브는? “10여년 전 제인 구달 박사님과 ‘생명다양성재단’을 만들고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그런데 운영비 마련이 힘들더라. 기업 도움 받기도 쉽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어떤 분이 유튜브로 돈 벌어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데 최교수가 ’애 낳으면 바보다’ 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의 유튜브가 떡상(급상승이란 뜻의 인터넷 속어)’을 거듭하는 중이라 한다. “순식간에 구독자가 10만명이 됐다. 무서운 속도였다.” 그런데, 그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요즈음 젊은이들은 권위와 전통을 억압으로 느끼는 듯 하다. 그들을 부추기면 앞으로 저출산은 더 가속될 것 같다. 

   출산율 저하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세대나 차세대에서 사상적 오염을 덜어내야 한다. 그들이 인구론-진화론-우생학-가족계획-낙태-프리섹스 그리고 돈에 의한 결정론 등에 의해 지배당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된다. 대신, 삶과 생명의 중요성과, 부부와 부모와 자식들로 구성된 가족의 행복을 가르쳐야 한다. 1930년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과장이었던 맥라렌교수의 말처럼, “유물론적 사상이 큰 바윗덩어리들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며 무자비하게 마냥 굴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민성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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