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준연동형제 유지"…한동훈 "필연적 근거 없어".  2024. 2. 5.(사진=연합뉴스TV , YonhapnewsTV)
이재명 "준연동형제 유지"…한동훈 "필연적 근거 없어". 2024. 2. 5.(사진=연합뉴스TV , YonhapnewsTV)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선거제도의 기본은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여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선거는 국민들이 후보자 개개인의 능력과 품성을 평가하여 투표하는 것보다는 소속 정당에 따라서 투표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그래서 정당을 선거의 실질적 당사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구 선거는 국민들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여 당선자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지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기존 선거제도에 대해 비례성 및 대표성의 약화, 나아가 그로 인해 민주성의 약화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구 선거를 소선거구-다수대표제에서 중선거구-소수대표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상당히 강하게 대두되었으나, 이는 지역구 내에서 1위로 50%의 지지를 얻은 후보와 2위로 15%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똑같이 1석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선거의 비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로 인해 선거제도 개혁의 대안으로 최근에 주장되었던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고, 지난 2020년 선거 직전에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와도 다르고, 스웨덴 등에서 시행되는 순수 비례대표제와도 구별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선거제도 개혁의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결과는 무참한 실패였다.

순수대표제는 지역구 선거 없이 정당투표만으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의 비례성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지역대표성을 완전히 포기하게 된다. 

반면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 중의 일부만을 비례대표의 석으로 정하고,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서 비례대표의 석을 배분한다.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를 혼용함으로써 비례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비례성의 정도는 비례대표의 석의 비율에 따르게 되므로 순수 비례대표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 제도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전체 의석의 배분은 정당투표의 득표율에 따라서 하되, 지역구 선거도 함께 하면서 지역구 당선자에게 우선적으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구 선거를 함으로써 지역대표성을 확보하면서 전체 의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서 결정함으로써 선거의 비례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이 1:1에 가까워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왜곡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된 의석수보다 그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숫자가 많은 경우에는 이른바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되어 의석수 조정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일 이재명 대표의 결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제로 당론을 정하면서 이변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 개정 없이 현행 제도대로 총선을 치르게 됐다.2024.02.05(사진=연합뉴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일 이재명 대표의 결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제로 당론을 정하면서 이변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 개정 없이 현행 제도대로 총선을 치르게 됐다.2024.02.05(사진=연합뉴스)

왜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나?

독일은 대표적인 후발 선진국이다. 주변의 영국, 프랑스 등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이 뒤처져 있다가 20세기에 들어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은 1870년 통일 이후부터 군사대국이었고, 성장잠재력이 컸던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특히 정치적 후진국이었다는 점은 독일 최초의 민주공화국이 1919년 바이마르 공화국이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독일의 선거제도는 순수비례대표제였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최초의 민주공화국에서 순수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것은 매우 중대한 모험이었다. 한편으로는 정당정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러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이러한 선거제도에 익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했다.

결국 바이마르의 선거제도는 –비록 선거제도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민주적 국가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새로운 선거제도의 도입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인 것이다.

종래의 순수비례대표제를 버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창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역대표성의 강화 필요성 때문이다. 당시 독일에서는 비례대표제의 장점, 즉 비례성의 강화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영국, 미국 등의 소선거구-다수대표제를 좇아 비례대표제 자체를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했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연방국가인 독일(통일 이전에는 서독)의 국가구조에 따라 주(州) 단위로 비례대표 명부를 만드는 방식으로 시행하되, 지역구 선거와 함께 치르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주목할 점은 지역구의 소선거구-다수대표제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주(州) 단위의 정당투표가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더 큰 의미와 비중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체 의석이 300석인 경우에 A정당이 40%의 득표를 하면, 그 정당의 의석은 120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A정당의 후보가 지역구 선거에서 50명 당선되면, 이들에게 A당의 의석 50석을 우선 배분하고, 남은 의석 70석을 비례대표 명부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다만, 지역구 당선자가 120명이 넘는, 이른바 초과의석이 발생한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단순히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서 배제하는 방법, 다른 정당들에서 초과의석을 가진 정당의 의석수에 맞춰서 정당별 득표율이 계속 유지되도록 보정의석을 주는 방법 등이 시행된 바 있다.

그밖에도 최근까지 의석 배분과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연동이며, 그것도 지역구 중심이 아닌, 비례대표 중심(정당투표 중심)의 연동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야 비례연합 난항 예고…진보당 지역구 할당 요구 변수로.2024. 2. 17.(사진=연합뉴스TV),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2.13(사진=연합뉴스)
야 비례연합 난항 예고…진보당 지역구 할당 요구 변수로.2024. 2. 17.(사진=연합뉴스TV),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조성우·박석운·진영종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2.13(사진=연합뉴스)

왜 독일과 뉴질랜드는 성공했고, 헝가리와 루마니아는 실패했나?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매우 새로운 시도였지만, 독일에서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도입한 뉴질랜드에서도 훌륭하게 성공한 제도로 평가된다. 반면에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원인은 다각도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지만, 가장 뚜렷한 원인은 제도의 변형 내지 왜곡에서 발견될 수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1인 2표제 투표를 통해 지역구 의석 70석과 비례대표 의석 50석, 총 120석의 의석을 결정한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정당별 득표율을 통해 각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한 후에 지역구 당선자에게 의석을 먼저 배정하고, 남은 의석을 각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배분한다. 다만, 뉴질랜드는 규모의 차이로 인해 각 주(州) 단위로 권역별 명부를 채택한 독일과는 달리 전국을 하나의 단위로 하는 정당명부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뉴질랜드의 선거제도는 독일의 제도를 수용하고 있지만, 뉴질랜드의 인구 규모, 정당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부분적인 수정을 가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에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경우에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였으나, 비례대표 의석의 비중이 작아 연동형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형태로 변형⋅왜곡됨에 따라 비례대표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헝가리의 경우 1989년 민주화 이후 2010년 선거법 개정까지 시행되던 혼합형 선거제도가 일종의 변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총 386석의 의석 중에서 176석은 소선거구-다수대표제로, 최대 152석(통상적으로 125~130석)을 광역선거구 비례대표제로, 나머지 의석을 전국구 비례대표제로 선출되었다. 이 중에서 전국구 의석만을 연동형으로 하였고, 그로 인하여 연동형에 의한 불비례성 보정효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과대대표의 문제가 심각하였다.

루마니아의 경우 2008년 도입된 선거제도가 일종의 연동형으로 평가된다. 먼저 소선거구-다수대표제에 따라 과반 득표자를 당선시키되,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43개의 광역선거구를 기준으로 정당별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선거제도에 따라 불비례성은 낮게 나타났지만,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 따른 지역구 투표의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왜곡이 초래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결국 루마니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어 2012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순수비례대표제로 회귀하였다.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더불어민주당으로 통합. 2021. 12. 27.(사진=연합뉴스TV)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더불어민주당으로 통합. 2021. 12. 27.(사진=연합뉴스TV)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이나 뉴질랜드보다는 헝가리 방식에 가깝다. 즉, 제도의 변형과 왜곡으로 인하여 실패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이는 비례대표 선거와 지역구 선거를 연동하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위성정당의 출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21대 총선뿐만 아니라, 50일 가량 남은 22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 출현이 예정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제도를 만들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접어 두더라도, 왜 독일이나 뉴질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위성정당이 대한민국에서는 출현하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정확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위성정당 출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초과의석에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본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적기 때문에 정당투표를 통해 배분받을 수 있는 의석수는 작고, 지역구 당선자의 숫자는 이렇게 배분받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초과할 수밖에 없는 거대 정당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배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비례대표 의석배분을 위해 별도의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이쪽에 정당투표를 받을 경우에는 형식상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에 초과의석과 무관하게 정당득표율에 상응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겨냥하여 위성정당이 만들어진 것이지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위성정당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일종의 꼼수이며, 국민의 정치불신을 더욱 키울 뿐이다.

둘째, 위성정당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위성정당으로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한 이후에 모체가 되는 정당과 합당하는 것도 정상적인 정치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공직선거법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실상 탈법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시도로서 위헌⋅위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는 것이 가장 간명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열린민주당과 같이 위성정당이 아닌 것으로 구성되지만, 색깔을 같이 하는 정당이 나타나고, 차후에 합당할 가능성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위성정당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도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여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드는 것이 중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1:1이고, 뉴질랜드는 1.4:1이다.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비슷할 때, 연동형의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의석수 비율은 5.4:1이다. 연동형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성정당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패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는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사진편집=조주형 기자)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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