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민주당 정반대 컷오프 풍경...부잣집과 가난한집 차이?

 

 

각 정당이 현역 의원 중 일정 비율을 정해서 공천을 주지않는, 이른바 ‘공천물갈이’는 유권자인 국민에게 혁신 내지 쇄신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표를 받기위한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까지 여야, 원내 1, 2당의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은 평균 30% 이상, 40%에 육박했다. 국회의원 10명중 4명은 재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은 역대 그 어느 총선때 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아예 공천을 주지않는 진정한 의미의 ‘컷오프’ 대상자를 지역구 국회의원 평가 하위 10%, 7명으로 대폭 줄였다. 대신 하위권 20~30%에 대해서는 경선점수에서 20%를 감점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컷오프는 아예 없애고, 지역구 국회의원 평가 하위 10%에 대해서는 경선점수 30% 삭감, 하위 20~30%는 20%를 삭감하는 룰을 적용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같은 룰을 적용한 경선이 끝나야 현역의원 탈락자 비율이 나오겠지만, 양당 모두 역대 총선에 비해 물갈이 폭은 낮아질 으로 보인다.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온 다선(多選), 중진 의원이라면 20% 정도의 삭감폭은 충분히 극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차례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해당 지역구에서의 탄탄한 기반을 보여준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하위권 10%로 통보받은 의원들의 반발은 극심하다. 경선점수 삭감폭이 국민의힘에 비해 10%P나 높은 30%나 되기에, 경선 상대방이 신인일 경우 받는 최고 30% 가산점을 극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컷오프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에서 하위 10%에 들어 공천이 불가능해진 의원들이 ‘조용한 퇴장’을 선택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하위 10% 의원들은 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를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사건을 두고 “무기징역감”이라고 비난한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에서는 23일 하위 10%로 알려진 두명의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 불출마선언을 했다. 윤두현(경북 경산시), 최춘식(경기 포천 가평) 의원이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담담하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위 10% 평가기준이 잘못됐다”는 말도 없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나 정영환 공관위원장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에서 10% 통보를 받은 박용진 윤영찬 설훈 김영주 등 비명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이재명 대표와 친명 지도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당내 친명계로 분류돼온 이수진 의원은 10% 통보를 받은 뒤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저주와 막말 수준의 험담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은 22일 민주당 탈당선언을 하면서 “위기때 마다 이재명 대표를 도왔고, 당 대표를 만드는데 그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지금은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백현동 사건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는 무기징역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양당의 이같은 상반된 컷오프 풍경은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 공천이 철저한 비명계 처내기, 계파싸움 양상을 보이는 것이 첫째 원인이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객관적 평가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위 10% 거의 대부분이 비명계라는 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풍경 차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통상 부잣집일수록 재산분배 등으로 갈등이 심한 것처럼, 지난 총선에서 무려 180석 거대정당이 된 민주당은 애당초 친명-비명간 대립 같은 분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내 계파갈등은 과거 민자당 같은 거대정당이 일반적으로 겪는 현상이었다.

이와함께 21대 국회에서 초거대 정당 민주당이 보여준 입법폭주, 내로남불 행태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통적으로 개인 보다는 당의 총선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편에서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성향, 성격 차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미국 사회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자신을 둘러싼 불행이 생길 때 주로 “내탓”을 하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남탓” 또는 “잘못된 세상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공천때 인성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총선때 민주당의 핵심 보직을 맡아 180석 대승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인사는 “그때 우리가 이기는 후보 만들기에만 급급해서 몇몇 사람의 인성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명백한 법적 하자가 없는 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공천후보자 평가에는 인성평가도 필수항목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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