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차례 총선 민주당 싹쓸이...최근 여론조사 정당지지도 ‘변화의 조짐’

 

지난 2018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제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원희룡 당선자가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제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원희룡 당선자가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 국회의원 선거구는 제주갑,을과 서귀포시 모두 3개다.

선거구의 명칭과 경계는 변동이 있었지만 2004년 17대 총선부터 지난 2020년 21대 총선까지 5차례의 총선에서 민주당은 단 한석도 뺏기지 않고 전승을 거뒀다.

2000년 16대총선에서 한나라당 당적으로 출마한 현경대 후보가 제주시에서 당선된 것이 국민의힘이 제주도의 총선에서 거둔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 승리였다.

21세기와 더불어 제주도가 ‘민주당의 섬’이 된 것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신한국당이 제주도 3석을 ‘싹쓸이’ 하기도 했지만, 이전까지 제주도는 유독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던 곳이었다.

노태우 정권때인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제주도 3곳 모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1988년 13대 총선때도 무소속이 2석,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1석을 가져갔다.

전두환 정권때인 1985년 12대 총선때도 여당인 민정당과 무소속이 1석씩을 나눠가졌다.(당시 선거구는 2개). 5공화국 벽두인 1981년 11대총선에서도 제주도민들은 두 선거구 모두에서 여당인 민정당 대신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심지어 유신치하인 1978년 10대 총선에서도 공화당과 무소속이 각각 1명씩 당선될 정도였다.

제주도의 이런 무소속 전통은 4·3 사건의 여파에 따른 육지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과 함께 끼리끼리 뭉치는 제주도 특유의 ‘궨당문화’로 설명된다. ‘궨당’은 제주 사투리로 친인척, 동네 삼촌을 이르는 말이다. 지역이 좁고 서로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 후보 보다는 아는 사람, 친인척을 뽑아주는 유권자 문화가 정착됐다.

제주도의 궨당문화와 무소속 전통은 돌아가면서 제주지사를 역임했던 ‘제주정치 거물 3인방’, 김태환 신구범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정치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김태환 전 지사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제주시장에 당선된 뒤 재선은 무소속으로 했고, 그 다음 도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후보, 다시 다음 도지사선거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우근민 전 지사는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 소속이었다가 민주당으로 간 뒤, 무소속-민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당적 변신을 거듭했다.

신구범 전 지사 또한 무소속으로 제주지사에 당선된 뒤 민주당-무소속-한나라당-무소속-창조한국당-무소속-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이들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특정정당에 입당해서 다시 출마하면 여지없이 낙선되다 보니 중간중간 무소속을 선택했던 것이다.

2014년 새누리당 후보로 제주도지사가 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2년 뒤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재선에 도전할 때는 무소속을 선택해야만 했다.

무소속 전통이 강했던 제주도가 점차 ‘민주당의 섬’으로 변모한 것은 4·3사건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4·3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 정부때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돼 노 전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해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무려 3차례나 4·3추념식에 참석했다. 4·3 문제 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혀온 보상금 지급도 현실화했다. 4·3 희생자와 유족이 제주도 전체 인구의 14%(9만80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영훈 제주지사도 4·3 유족이다.

이와함께 1946년 제주가 별개의 도(道)로 분리되기 전까지 행정구역상 전남에 속했던 역사도 지적된다. 제주도에서 배로 가장 가까운 항구는 전남 목포이고, 제주도로 유입된 육지 인구의 본적 비율도 전남 출신이 가장 높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제주도 유권자들의 이같은 민주당 지지성향에 일정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현지 및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 의뢰로 지난 22일, 23일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6%, 민주당 25%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인구비율상 제주도민은 단 14명만 표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현역의원 교체 여부와 관련해 무려 83%가 “현재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응답한 점 등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이 인구가 적은 강원도와 제주도를 하나로 묶어 통계를 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둔 제주도의 정확한 민심을 읽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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