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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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11월에 10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미국의 2명 대통령 하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했고 12명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조언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외교업적 중에서 특히 미중관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의 사망은 미중 협력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키신저는 미중 협력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신냉전의 원인의 일부는 그에게서 기인한다. 그는 ‘피상적인’ 미중 우호관계를 주장하여 왔다. 이러한 피상적인 우호관계는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하여 오히려 관계를 과도하게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양국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중재하여 중국에 유리하게 봉합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하여 발전한 중국이 이제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 현재 미중 신냉전의 핵심이다. 

중국에 대한 키신저의 관점과 실제 행동을 분석하면, 왜 미중관계가 파탄이 나서 현재 양국간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키신저는 세력균형을 신봉하는 현실주의자로서, 미소 냉전 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1972년 미중 화해를 통해 중국을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올려놓았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에 빠져 있어 국력이 극도로 피폐해 있었고 중소대립으로 인해 외교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해 있어, 중국을 과도하게 대우한 측면이 있다. 

둘째, 냉전이 끝나서 미국과 중국의 공동의 적인 소련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는 중국을 미국에 상응하는 국가로 대우하면서 미중 협력을 강조하고 중국이 경제발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는 평생에 매년 1, 2회씩 100여 번을 방중하여,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면담했다. 그가 미중관계의 중재역할을 했다고 하나, 중국이 그를 최고의 예우로 접대하는 것을 보면 중국에 유리했던 중재인 것으로 보인다. 미중 신냉전이 한창인 작년 7월에도 그는 노구를 이끌고 방중했고, 중국은 열렬히 환영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미 관계 발전을 추진한 역사적 공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그를 칭송하고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는 뜻)‘로 표현했다.

셋째, 그의 친중국 논리는 2011년에 발간된 ’On China‘라는 책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선 “미중 양국은 모두 너무 덩치가 커서 지배를 받을 수 없고 너무나 특별해서 변할 수 없으며, 서로에게 너무 필요해서 고립을 감당할 처지도 아니기 때문에, 양국이 그런 상호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진정한 파트너십과 협력에 기반을 둔 세계질서를 조금씩 발전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한편, “미국과 중국은 국민국가였다기 보다는 문화적 정체성의 대륙적 표현이다. 두 나라 모두 역사적 보편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두 국가는 세계무대에서 만나면 상당한 긴장이 조성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국경에서 멀리 밀어내려 할 것이며, 미국은 중국의 주변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이런 일은 미중 간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구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미중협력은 꼭 필요하다.” 

넷째, 그는 태평양에서 미중간 전략적 이해가 상호보완적으로서, 양국은 충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양국은 공진화(co-evolution)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럽의 EU(European Community)와 같이 환태평양 공동체(Pacific Community)를 확립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을 억지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아시아로부터 몰아내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략적 불신이다. 태평양 공동체라는 개념은 그 두 가지 두려움을 모두 완화시켜 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현실은 달랐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허용하여 발전을 이룩한 중국은 공격적인 외교를 통하여 세계 패권을 꿈꾸고 있다. 시진핑은 2023년부터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간 중국은 “광활한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같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여 왔다. 이제는 태평양을 지구로 확대한 것으로서, 중국이 동아시아를 넘어 셰계에서의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키신저가 그간 가져왔던 친중국 논리의 문제점을 보기로 하자. 첫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호보완적이라는 그의 주장이 오판이었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는 수년 전에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이제는 러시아와 편을 먹고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세력균형 관점에서 이제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뒤늦게 생각한 것이다. 둘째, 그는 중국의 잠재력이 커서 발전을 막을 수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발전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었다. 셋째, 냉전 후 그는 중국의 동아시아의 패권을 막기 위해 중국을 견제했어야만 했다. 미국의 기본적인 대외정책은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패권국가 출현을 방지한다는 ’세력균형정책‘이다. 세력균형주의자인 키신저는 이러한 미국의 기본 대외정책을 지키지 않았다.

현재 키신저의 친중국 논리는 미국 내에서 많이 사라졌다. 미국 내 다수 의견은 중국을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패권국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몸을 낮추던 중국은 세(勢)가 상대를 능가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힘을 과시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며, 미국은 더 이상 중국에 속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중국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한 위대한 전략가의 오판은 미국의 외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의 사망은 미중 협력관계와 그의 대중외교 유산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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