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모쪼록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교통방송(TBS)은 방송 편성표를 김어준, 변상욱 등으로 채워 역사 유튜버 황현필의 역사 해석을 방송에 무분별하게 내보냈다. (사진=SNS 캡처)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교통방송(TBS)은 방송 편성표를 김어준, 변상욱 등으로 채워 역사 유튜버 황현필의 역사 해석을 방송에 무분별하게 내보냈다. (사진=SNS 캡처) 

‘역사학자’ 황현필은 요새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승만 영화 ‘건국전쟁’의 여파를 막아보겠다며 나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기 진영에서 도통 참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익 매체에서는 황현필을 사방에서 난타하는 중이다. 궁금할 것이다. 대체 왜 자기를 구하러 달려오지 않는지 왜 아무도 지원사격을 않는지. 그러나 그를 제외한 다른 좌파 인사들은 다 안다. 그동안 우익의 지적 게으름 덕분에 날로 먹었던 反이승만 논설이 이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황현필은 말마다 팩트를 강조한다.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서는 ‘건국전쟁’을 비판하는 이유가 이 영화가 공중파에서 방송될지 모르는 까닭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건국전쟁’은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감독의 세계관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 해야 한다고 가르침까지 주신다. 바로 그 팩트 때문에 자신이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모르는 듯 하다.

(사진=SNS 캡처) 
(사진=SNS 캡처) 

팩트 체크도 좀 하고

‘역사학자’ 황현필을 사실에 기반해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람은 신문 연재 ‘땅의 역사’로 유명한 박종인 기자다. 박종인은 황현필의 ‘건국전쟁’ 반박 동영상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그를 추궁한다. 이미 영상을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 두 개만 간추려 소개한다. 먼저 황현필이 주장하는 이승만의 라디오 방송이다. 자기는 대전으로 도망가 놓고 서울 시민들에게는 거짓 전황을 전하며 서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는 설명이다. 박종인은 그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소개하거나 1차 사료를 전혀 읽지 않았거나 혹시 읽고도 그랬다면 영어 독해 실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말로 일단 가볍게 한 방을 먹인다. 이승만의 해당 연설은 지금 남아있지 않다. 다행히 미국 해외방송 감청부의 감청기록이 있는데 이승만의 연설을 받아 적어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이 문서를 보면 이승만은 국군이 의정부에서 패해 적군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밝힌다. 원조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맥아더의 전보도 공개한다. 그리고 적을 피해 피난을 가는 상황은 당연하지만 용맹하게 싸워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용기와 힘 그리고 결단력을 보여야 세계 가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감청문 그 어디에도 황현필이 말한, 지금까지 (국군이) 잘 싸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하는 표현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다.

영어 공부도 좀 하고

한강 다리 폭파도 황현필이 거품을 물고 이승만을 씹는 주요 소재다. 황현필은 ‘코리안 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에 등장하는, 프랭크 기브니의 당시 증언을 인용한다. “우리 앞에 있던 트럭에 타고 있던 군인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죽은 자와 죽어가는 시체가 다리 위에 흩어져있었고 민간인과 군인도 있었습니다. 혼란이 완료되었습니다. 부상자들과 죽어가는 이들의 비명을 배경으로 수많은 난민들이 필사적으로 다리를 뛰어내려 밤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얼핏 봐도 참 이상한 문장이다. ‘죽어가는 시체’는 뭐며 ‘혼란이 완료되었다’는 또 무슨 뜻인가. 우리는 이런 해괴한 문장을 가끔 접한다. 번역기다. 이 대목에서 박종인은 황현필의 치밀하지 못함과 영어실력을 안타까워하며 기사의 원문 해당 부분을 직접 번역기에 돌린다. (해당기사 링크 :www.koreatimes.co.kr/www2/common/viewpage.asp?newsIdx=113597&categoryCode=362 )

이 기사에 실린, 황현필이 인용한 대목은 “All of the soldiers in the truck ahead of us had been killed. Bodies of dead and dying were strewn over the bridge, civilians as well as soldiers. Confusion was complete. With the cries of the wounded and the dying forming the background, scores of refugees were running pell-mell off the bridge and disappearing into the night beyond.”다. 이걸 구글 번역으로 보니 정말 황현필이 인용한 것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수많은 난민들이 필사적으로 다리를 뛰어내려 밤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는, 다소 시詩적으로까지 보이는 문장의 올바른 해석은 이렇다. ‘많은 난민들이 허둥지둥 달려 다리에서 빠져나가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원문은 아예 읽어보지도 않은 거다. 이걸 팩트라고 들고 나온 황현필은 용감한 것일까 무모한 것일까. 바로 이게 좌익 진영에서 지원사격을 하지 않는 이유다. 누군가를 옹호할 때 무작정 나서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진다. 죄다 틀린 팩트만 늘어놓는 사람을 돕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다. 황현필을 옹호했다가는 똑같이 바보 취급을 받고 그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하여 황현필은 앞으로도 쭉 혼자 가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오류는 쌓여서 산이 될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모쪼록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와서 물러서면 쪽팔리잖아. 예전에도 6.25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 해놓고 꿋꿋하게 버텼고. 그러니 힘내라 황현필, 100만 명 구독자의 체면을 걸고 기개와 자존심을 만방에 떨쳐라.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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