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소단샘', 15일 송파구민회관서
"시조는 'KㅡSOUL', 한국의 찐  정서!"
평균나이 70세..열정은 젊은이 못잖아
시조 30편을 음악,무용,가곡과 함께 
"K-콘텐츠 시조의 다양한 변용 실험"

문화예술극단 '소단샘' 단원들.  서있는 단원 기준 왼쪽부터 권태희, 김명호 단장, 황명숙, 이건, 김복실, 신정숙 단원. 강민자 단원은 맨 앞 의자에 앉아 있다. 
문화예술극단 '소단샘' 단원들.  서있는 단원 기준 왼쪽부터 권태희, 김명호 단장, 황명숙, 이건, 김복실, 신정숙 단원. 강민자 단원은 맨 앞 의자에 앉아 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대금과 거문고 연주가 무대위에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송도삼절' 황진이의 시조 한수가 절절이 듣는이의 심정을 파고든다. 

(해설)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추상적 개념인 '시간'을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한 표현이 탁월한 작품입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의 외로운 여심이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즉 긴밤을 두 동강 내어 꽃 피는 춘풍 이불속에 깊이 간직하겠다고 합니다. 

'서리서리 넣었다가'와 '구뷔구뷔 펴리라'와 같은 음성 상징어의 활용과 표현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 냈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돋보입니다. 

시조의 예술성과 품격을 한 차원 높이는 절묘한 경지입니다.  

영국은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황진이 시조 6수를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고 할 수 있지요. 

여러분!! 유네스코에 등재할 만 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전통 가락과 곁들여진 시조 낭송에 이어 시조시인이며 한국시인협회 부이사장인 최은희 씨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극단 '소단샘'의 최고령자인 강민자 단원이 시조를 낭송하며 열정적인 표정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극단 '소단샘'의 최고령자인 강민자 단원이 시조를 낭송하며 열정적인 표정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무대에서 '황진이'역을 맡은 김복실 단원이 서경덕 역을 맡은 이건 단원과의 정담 연기 후 황진이 시조를 낭송하고 있다.  
무대에서 '황진이'역을 맡은 김복실 단원이 서경덕 역을 맡은 이건 단원과의 정담 연기 후 황진이 시조를 낭송하고 있다.  
극단 '소단샘'의 이건 단원이 "장검을 빼어들고..."로 시작하는 남이 장군의 시조를 낭송하고 있다.  
극단 '소단샘'의 이건 단원이 "장검을 빼어들고..."로 시작하는 남이 장군의 시조를 낭송하고 있다.  

우리 전통시조의 유네스코 등재 움직임이 최근 활발한 가운데 평균 나이 70세의 아마추어 시니어 극단인 '문화예술극단-소단샘'이 모두 30편의 시조를 주요 대본으로 한 '한국판 뮤지컬'을 들고 무대에 올라 화제다. 

작품 타이틀은 '풍류연인'으로 오는 15일 오후 3시 송파구민회관 대강당 무대에서 공연된다.  

전통 시조는 중국의 한시, 일본의 하이쿠, 유럽의 소네트와 어깨를 어깨를 견주는 우리 고유의 시가(詩歌)로 202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시조 관련 국내 문학단체들을 중심으로 영자지 시조저널과 관련 다큐 제작 등 시조 국제화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두 31편(전통시조 23편, 현대시조 8편)을 '뮤지컬' 형태로 풀어낸 이번 공연 작품도 그같은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70세 전후반의 시니어들이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과 리허설이 한창인 소단샘은 단장 김명호 씨 포함 권태희, 신정숙, 이건, 황명숙, 김복실, 강민자 씨 등 모두 7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령자는 강민자 씨로 80세다. 

그러나 공연 모습을 지켜보면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열정이 넘친다. 

사랑이 어떻더니 둥굴더니 모나더니

/길더니 자르더니 밟고 남아 자일러니

/하 그리 긴 줄은 몰라도 끝 간 데를 몰래라. 

-이명한

강민자 씨가 조선 중기의 문신 이명한의 시조를 낭송할 때 표정 연기는 K-POP 가수들 뺨칠 정도다. 

2019년 소단샘 극단을 창단한 김명호 단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극단 설립 동기에 대해 당시 "시니어를 위한 일을 찾다가 '힘들어서 안된다'고 '위해주는 척'하며 오히려 시니어를 소외시키는 사회에서 공연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기 실현을 하는데 연극 공연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단샘이란 극단 이름은 작을 소(小), 짦을 단(短)에 '옹달샘'의 '샘'에서 따왔다. 김 단장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피곤한 나그네에게 생명수가 되고 싶다는 기원에서 그처럼 지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출발은 아마추어 시니어극단이지만 전통 시조와 가락을 창의적으로 결합해 '뮤지컬 형태'로 재창조한 이번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정기적으로 연극 애호가라면 공연장을 찾고 싶은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극단 소단샘 단원들이 공연에 앞서 대본연습을 하고 있다. 주 1회 교회의 빈 공간을 빌려 연습을 한다. 
극단 소단샘 단원들이 공연에 앞서 대본연습을 하고 있다. 주 1회 교회의 빈 공간을 빌려 연습을 한다. 

여기에는 시조시인이기도 한 김 단장의 역할도 크다.  정년 퇴직전 문체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에 근무하며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부문을 섭렵했다. 그리고 공직자 근무시절 익힌 노하우를 십분 살려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도 한다.

그동안 소단샘은 '풍류정인', '풍류가인', '위풍당당 노자' 등의 작품을 광화문아트홀, 창덕궁 소극장 등에서 올렸다.  2021년 공연된 '아 나혜석'은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성악에 창작 무용도 가미돼 "뮤지컬 같다"며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외에도 '일타홍', '순정만'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황금만능으로 치닫는 우리 시대의 단면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코난도일 원작의 '얼룩끈의 비밀'을 연극 작품으로 각색해 선보여 연극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작품도 단순한 시조낭송회의 수준을 넘어 라무무용단 소속 장루시아, 나상희의 전통춤 '태평무', 바리톤 성악가 박범수, 예찬건 대금 이수자, 거문고에 강혜진 월하문화재단 예당악회 악장 등이 합세해 흥미진진하게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단원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드는 김복실(64) 씨는 "다소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시조에 해설을 곁들이고 지루하지 않도록 만든데다 음악,무용, 가곡등의 다양한 장르가 어우려져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해설을 하는 한국시조협회 최은희 부이사장이 구수한 입담으로 작품해설을 해 관객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최 부이사장은 '바보 용칠이'로 유명한 소설가 최태응(1917~1998)의 막내딸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고익자 출신의 김명호 소단샘 단장은 "이번 공연 작품이 우리 전통시조의 유네스코 등재에 보탬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고익자 출신의 김명호 소단샘 단장은 "이번 공연 작품이 우리 전통시조의 유네스코 등재에 보탬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부이사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의 전통시조가 인류 보편적 문화자산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국민 모두에게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김명호 단장은 "이번에 무대에 올리는 작품  '풍류연인'은 'K-콘텐츠'로서 시조의  다양한 변용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자리"라며 공연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김 단장은 "700년 역사를 지닌 시조는 한 편 한 편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현재까지 우리 고유 정서와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몇 안 되는 콘텐츠로 차세대 '찐 K-콘텐츠'로서, 'K-SOUL'로 부상할 것"이라며 "이번 작품 역시 시조의 대중화와 무형유산 등재,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경택 기자 sportsmunh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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