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 '미신고 불법집회' 개최 혐의로 입건됐으나 '불송치' 결정
지난 2022년 12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음향장비·구호제창한 혐의
대법원 판례는 집회 신고 않고 路上에서 음향장비 사용해 구호제창하면 '불법집회'라는데
"불법행위 중이다" 경고해 놓고도 수사 결론은 "언론사에 취재 요청했으니까 괜찮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인 ‘적기지 서제 타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일본을 규탄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기자회견’의 성격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파악하고도 ‘불송치’ 결정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이 야권 성향의 유력 권력자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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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2월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 등이 일본 정부의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 선언에 대한 항의 서한을 전달한다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2. 12. 20. [사진=연합뉴스]

18일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2022년 12월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라는 단체 명의 기자회견을 벌여 ‘미신고 불법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입건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에 대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3월 ‘불송치’ 결정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이사장 등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은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이 이른바 ‘반격(反擊) 능력’ 보유를 선언한 것을 규탄한다며 ‘일본은 식민지배부터 사죄하라’ ‘일본은 평화헌법 9조를 훼손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어보이며 음향 장비를 사용해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어 이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대일(對日) 항의 서한을 대사관 측에 전달하겠다며 대사관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해 경찰과 대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한 일본대사관 일대 인도상에서 통행상 지장이 초래됐다.

이와 관련해 펜앤드마이크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이사장 등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벌인 ‘기자회견’ 명목의 행사가 구호 제창과 피케팅 등 ‘집회 형태’를 보여 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현재 미신고 집회를 진행 중”이라고 경고 방송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펜앤드마이크가 확인한 당시 영상에서도 경찰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에 대해 “대사관의 안전을 위협하고 시민 통행 불편을 야기하는 미신고 불법집회는 경찰이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로 차량 방송을 통해 ‘불법행위’가 진행 중임을 분명히 했다.

경찰의 경고 방송에 대해 단체 측은 불법행위를 중단하는 대신 “일본군 선제 공격 능력 보유 규탄한다”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 음모 중단하라” 등의 구호로 대응했다.

하지만 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미신고 불법집회’를 진행 중임을 경고하기까지 한 서울 종로경찰서가 이 이사장 등을 ‘미신고 불법집회 개최’ 혐의로 입건해 놓고도 이들을 ‘무죄 방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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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20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측 기자회견과 관련한 서울 종로경찰서의 공문. [자료=제공]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이사장 등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측이 사전에 언론사에 취재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단체 관계자들의 행위에 비춰 볼 때 주한 일본대사관의 기능과 안녕에 대한 위험을 예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데에다가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같은 경찰서가 단체 측에 ‘미신고 불법집회’를 진행 중임을 경고한 내용과 완전히 반대되는 수사 결론인 것이다.

게다가 이같은 수사 결론은 대법원 판례에도 완전히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새누리당(국민의힘 前身) 당사 앞에서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19도16885).

대법원은 A씨가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장소가 차도와 보도가 함께 있고 식당 등 상가가 밀집한 노상인 데에다가 당시 현장엔 일반 시민들과 차량이 통행하고 있었다며 A씨 등이 참가자들과 함께 음향장비를 사용해 구호를 제창하고 진행한 퍼포먼스는 불특정 다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2021년 12월2일 외교부 등에 동(同) 대사관 인근에서 반복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적절히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2021. 12. 2. [자료=서울특별시경찰청]
주한 일본대사관은 2021년 12월2일 외교부 등에 동(同) 대사관 인근에서 반복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적절히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2021. 12. 2. [자료=서울특별시경찰청]

이와 관련해 반(反)수요시위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측 관계자는 “2021년 12월 주한 일본대사관은 우리 외교부와 경찰 등에 ‘구상서’(口上書) 제하 공식 공문을 보내 대사관 인근에서 반복되고 있는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며 “이 이사장은, 말하자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야권 성향 시민단체의 ‘우두머리’격(格) 인물인데, 이 이사장에게 ‘혐의 없음’ 판단을 한 것은 경찰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억지 논리’를 만들어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부터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한 일본대사관 일대는 사실상 좌파의 ‘해방구’가 됐다”며 “이 모든 책임은 다름아닌 경찰에 있다”고 강조했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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