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기 전 앵커. [사진=연합뉴스]
백운기 전 앵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백운기의 정치1번지'를 운영 중인 언론인이자 유튜버 백운기 전 KBS 앵커가 지난달 유튜브 방송 중 '신문도 뉴스도 보지말고 오로지 내 유튜브만 봐라'란 식으로 말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 약 40여년 간 언론인이었던 그가 정작 뉴미디어에 몸담자 레거시미디어(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시청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비판 역량)를 해치는 듯한 발언을 했단 이유에서다.

백 전 앵커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는데, 그 전문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꼭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신문 보지 마세요. 그리고 텔레비전 뉴스 이런 것도 보지 마십시오.

완전히 보면...오늘도 경향신문 기자가 여기 나와 있어가지고  신문 보지마라고 하기가 좀 뭐한데. 있다가 소개를 하겠습니다. 경향신문만 보십시오. 헷갈립니다.

그리고 완전 이거 위험합니다.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가 이번 선거판 들여다 보려면 '백운기의 정치1번지'만 보시면 됩니다."

백운기 전 앵커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신문도 뉴스도 보지 마라"라고 말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백운기 전 앵커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신문도 뉴스도 보지 마라"라고 말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그는 다른 방송 회차에서 이미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자신의 방송을 즐겨 보는 야권 지지자들에게 일종의 '충성맹세'를 요구했다고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면 그의 민주당 지지 선언은 어땠을까.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제가 공식적으로 제 성향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그것도 뼛속까지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민주당원이 아니기에 민주당 이념과 정강정책까지는 잘 모르지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지금 이 시대에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가치가 필요하고 우리 미래세대가 제대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보다도 5·18을 현장에서 직접 겪었던 저로서는 그 뿌리를 이어가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또 그걸 떠나서라도 지금의 저 무도한 윤석열 정부의 국민의힘은 결코 지지할 수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백운기 전 앵커가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 밝히는 모습. [사진=유튜브]
백운기 전 앵커가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 밝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언론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각자가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입' 노릇을 하는 경우가 있고 정치로 진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에, 백 전 앵커의 민주당 지지 선언 자체를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신문도 뉴스도 보지 말고 내 유튜브만 봐라"라는 발언이다. 일반인도 지인들에게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균형감각이 없고 정치에 빠져 있다며 이른바 '정치병 환자'로 취급받기 일쑤인데, 한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 KBS 앵커까지 했던 언론계 원로가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1958년에 태어난 백 전 앵커는 그가 27살이던 1985년 KBS에 입사해 KBS1TV 간판 프로그램인 KBS뉴스9 앵커를 맡는 등 맹활약했으며,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MBN 뉴스와이드를 진행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이러한 경력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개인의 정치적 스탠스가 있을지언정 시청자에게 '설령 보수를 지지하더라도 진보의 의견도 청취하시라. 진보를 지지하더라도 보수 쪽 언론도 보시라'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냔 지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 전 앵커의 이와같은 발언은 레거시미디어에 평생 몸담았던 언론인이 레거시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함과 동시에 시청자가 미디어에 대해 가져야만 하는 비판 의식을 함양하기는커녕 해체시켜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2020년 진중권 전 교수가 지적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그해 1월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 출연해 유튜브를 위시한 뉴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해 독자들이 적개심을 느끼게 하고, 음모론적 선동을 하기도 하며, 대중들로 하여금 망상을 믿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의 토론 상대로 나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는데, 진 전 교수의 말을 들은 유 전 이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져 유명해지기도 했다.

지난 2020년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서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들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져 화제가 됐다. [사진=유튜브]
지난 2020년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서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들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져 화제가 됐다. [사진=유튜브]

 

시청자에게 올바른 미디어 리터러시를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대신 특정 정치 진영의 추종자로 만들고 세뇌하려는 행위를 40년 경력의 언론인이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 미디어문화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펜앤드마이크TV '허현준의 굿모닝 대한민국'을 진행하고 있는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 비판하는 데 사력을 다해 온 백운기 전 앵커가 야당 지지층에게 던지는 메시지 치고는 신박하다"며 "한겨레도 보지 말고, 오마이뉴스도 보지 말고, MBC도 보지 말고,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도 보지 말라는 거 아니냐. 좌파 매체를 제대로 디스한 셈"이라 꼬집었다.

이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백운기의 정치1번지만 보지 마라'고 말하지 않겠냐"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으로 선동하는 백운기 전 앵커의 발언은 마음 속의 파시즘"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품격 있는 언론인'의 자세가 무엇일지 백 전 앵커에게서 그 반면교사를 찾아야 한단 지적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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