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인터뷰 내용 부풀려 보도
"한국은 호감 있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 말했을 뿐인데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로 발언 내용 바뀌어
요새는 정보 접근도 쉽고 외국어 잘 하는 사람도 많은데, 언론도 표현 하나에 신중 기해야

세계적 프로야구 선수인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 씨의 방한에 온 나라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1조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이지만, 현대자동차의 소나타가 그의 애마(愛馬)로 알려지는 등, 오타니 선수는 그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대내외에 표출해 왔다.

그런 오타니 선수의 방한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겠지만, 국내 언론들이 오타니 선수가 실제 하지 않은 말을 과장해 전하는 등 과도한 액션을 보여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앙일보는 2024년 3월16일자 〈오타니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아내와 좋은 추억 될 것 같다”〉 제하 기사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응한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캡처=중앙일보]
중앙일보는 2024년 3월16일자 〈오타니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아내와 좋은 추억 될 것 같다”〉 제하 기사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응한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캡처=중앙일보]

오타니 선수는 방한 이틀째인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소재 고척스카이돔에서 기자회견에 응했다.

해당 기자회견 내용은 국내 여러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는데 주로 오타니 선수가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꼽았다고 발언한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8일자 〈“한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태극기 4번 인스타에 올린 오타니〉 제하 기사를 통해 오타니 선수가 12년 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출전을 위해 방한 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한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며 “그때도 즐거웠는데,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6일자 〈오타니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아내와 좋은 추억 될 것 같다”〉 제하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오타니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는 “한국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로 시작했다.

경향신문 〈말도 참 잘하는 오타니 “한국, 가장 좋아해…아내와 좋은 추억”〉, KBS 〈12년만에 한국 찾은 오타니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 등 여타 언론들도 보도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국민일보는 19일자 고세욱 논설위원의 〈‘오타니 앓이’와 안산의 ‘반일 몰이’〉 제하 논평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양궁 선수 안산 씨의 “매국노” 발언 논란을 대비시키며 “한국인이 (오타니의) 실력에만 환호하는 게 아니”라며 오타니가 인성이 좋고 한국을 진정 사랑한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이 ‘오타니 앓이’를 앓고 있다면서 “인터뷰에선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오타니 선수는 정말 그날 인터뷰에서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고 발언했을까?

오타니 선수의 인터뷰 전문(全文)을 확인해 보니 이들 언론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소 괴리가 있었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인터뷰 내용을 전한 NHK의 기사 중. 오타니 선수는 한국과 관련해 “호감이 있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 했지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캡처=NHK]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인터뷰 내용을 전한 NHK의 기사 중. 오타니 선수는 한국과 관련해 “호감이 있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 했지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캡처=NHK]

NHK가 16일 소개한 오타니 선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보면 오타니 선수는 “이전에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해 변화를 느꼈는가?”하는 질문에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좀 다르고, 그때부터 당연히 (한국은) 호감이 있는 나라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あの時から好きな国のもちろん一つなので), 그 당시엔 대만과 한국 정도밖에 가 본 적이 없었다는 의미에서 특별했다”며 “또 이렇게 야구로 다시 돌아와 이제부터 시합을 하게 된 점은 내 자신에게 있어서도 특별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맥상 오타니 선수는 단순히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여러 나라들 중에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을 뿐인데, 국내 언론들은 오타니 선수가 사용하지도 않은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마치 오타니 선수의 한국 사랑이 유별난 것처럼 독자들을 오도한 것이다.

장사도 한철이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것도 맞겠지만, 과도한 ‘국뽕’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또, 요즘 시대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용이하고 외국어도 곧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소한 표현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언론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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