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3월 30일 – 미국,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매입 

알래스카에 있는 맥킨리 산. [사진=연합뉴스]
알래스카에 있는 맥킨리 산. [사진=연합뉴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67년 이뤄진 ‘알래스카 매각’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푸틴 대통령이 옛 러시아와 소련의 부동산을 찾아내고 관련 권리 등록과 법적 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지시하는 명령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되찾을 일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한때 러시아가 지배했던 알래스카와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지의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보수 민족주의자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알래스카’는 알래스카반도 등에서 사용되는 알류트 어로 ‘섬이 아닌 땅’, ‘위대한 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이 ‘위대한 땅’ 알래스카를 처음 발견한 때는 18세기였다. 당시 황제 표트르 1세는 아메리카와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있다는 황금의 섬 ‘가마랜드’로 가는 뱃길을 찾기 위해 탐사대를 파견했다. 비투스 베링 대령을 대장으로 한 탐사대는 1741년 알래스카 해안과 알류샨 열도를 발견했다. 귀국 도중 태풍으로 배가 표류하며 베링을 비롯한 대부분 대원은 추위와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베링의 탐사대가 항해했던 그 바다는 지금도 ‘베링 해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에 알래스카를 팔았던 1867년 무렵, 러시아 제국은 크림전쟁의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 캐나다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군이 알래스카를 점령하면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알래스카를 잃을 수도 있었다. 당시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는 차라리 얼마간의 돈이라도 받고 미국에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1867년 3월 초, 주미 러시아 공사 에두아르트 스퇴클에게 협상을 지시했다. 상대는 미국 국무장관 윌리엄 헨리 슈어드였다. 

 매매하는 양측의 의지가 분명해서였을까? 그 넓은 땅을 거래하는 협상이었지만 합의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월 30일, 미화 720만 달러(현재 가치 미화 16억 7,000만 달러, 한화 약 2조 170억 원)에 매매하는 조약이 체결되었다. 미국 본토의 1/5, 한반도의 일곱 배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가 1에이커(약 4,033㎡)당 2센트라는 헐값에 거래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일부 미국 국민은 이 거래를 반기지 않았고 오히려 ‘슈어드의 어리석은 짓’, ‘슈어드의 냉장고’라 비방했다. ‘북극곰 정원’이라 불리던 그 머나먼 지역을 사들이느라 무모하게 많은 돈을 들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의장 찰스 섬너는 이 조약을 적극 지지했다. 러시아는 남북전쟁 내내 귀중한 동맹국이었고 영국은 적이었으니 영국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라도 러시아를 돕는 것이 마땅해 보였던 것이다. 또 아직 캐나다가 독립하기 전이었으므로 “아메리카 대륙에 아무런 간섭도 하면 안 된다”라는 의미를 영국과 프랑스에 전달할 목적도 있었다.  

 4월 9일, 섬너는 알래스카의 역사, 기후, 자연, 인구, 자원 등을 언급하며 지지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섬너는 유명한 학자들, 지리학자와 항해자의 증언을 인용하며 “실질적인 경쟁으로, 어떤 사업에 종사하기 위해 혹은 애국심을 위해, 두려움을 모르는 항해자들이 떼지어 해안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상업이 새로운 무기를 찾을 것이며, 국가는 새로운 방어자를 찾을 것이며, 새로운 손에 의해 국기가 높은 곳에 게양될 것이다”라고 알래스카의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이날, 미국 상원에서 열린 투표 결과 37 대 2의 압도적인 표 차로 조약 체결이 승인되었다. 그러나 알래스카 매입 비용에 따른 세출 승인은 하원의 반대로 1년 이상 지연되었다가 1868년 7월에야 승인되었다. 

 알래스카에 대한 할양식이 1867년 10월 18일 시트카에서 열렸다. 총독 관저 앞에서 러시아와 미국 군인들이 열병식을 한 후 예포 소리와 함께 러시아 국기가 내려지고 미국 국기가 게양되었다. 러시아의 알렉시스 페스트초로프 대위가 “로소 장군, 나는 러시아 황제의 권위로 알래스카의 영토를 미국에 인도하겠소”라고 말함으로써 알래스카는 미국 땅이 되었다. 미국의 제퍼슨 데이비스 장군이 총독으로 부임했고 몇몇 상인과 종교인을 제외한 러시아인 대부분은 알래스카를 떠났다. 미국에서는, 이날 10월 18일을 ‘알래스카의 날’로 기린다. 매년 3월 마지막 월요일에는 ‘슈어드의 날’로 알래스카 매입을 별도로 기념하고 있다.

 알래스카를 매입한 지 100년 후인 1967년 알래스카 프루도만에서 석유가 발견되었고, 1977년 노스슬로프에서 태평양 연안의 부동항 밸디즈까지 잇는 송유관이 완공되었다. 석유 외에도 알래스카에는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알래스카에서 채굴한 철만도 미화 4,000만 달러(현재 가치 미화 92억 7,000만 달러, 한화 약 12조 원) 어치에 달한다. 석탄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석탄의 10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 매장되어 있다. 또 금과 구리, 침엽수림의 목재나 석탄, 천연가스 등 기타 자원들까지 합친다면 알래스카는 현재 가치로 몇 조 달러 이상의 자원을 품고 있다. 알래스카는 이름 그대로 ‘위대한 땅’임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황인희 작가(다상량인문학당 대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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