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매체 기고문서 
"의사 파업 시에도 
...필수의료 중단되지 않아야"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족이 의료진을 등진 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족이 의료진을 등진 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25일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사직할 수 없는 이유'를 다른 교수에게 호소해 주목받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미정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최근 '청년의사'에 기고한 '사직을 망설이는 L 교수의 답장'이라는 글에서 사직과 관련한 본인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20일 단국대 의대 교수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을 논의할 당시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들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도 돌보던 환자는 물론 환자들을 맡기고 간 전공의들을 위해서라도 교수들은 현장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는 새로운 업무를 맡기 전인 3월에 사직해 나갔지만, 교수들은 1~2월에 이미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한해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수 집단 사직에 대해선 '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청년의사' 기고문의 관련 부분. 

지금 이 시기에 교수 사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정말 한 달 후에는 병원과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도 '교수의 사직서 제출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쇼"를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쇼"가 아닌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정말로 한 달 있다가 병원, 학교를 떠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달 후에 병원을 떠나실 수 없을 겁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쇼"를 우리가 한다면 복지부, 정부에게 눈과 귀가 가려진 국민들은 "'의사 새x'들이 우리를 버리고 떠나더니 이제는 '의사 새x 애미애비'도 우리를 버리는구나"라고 욕을 더 할 것입니다. 

그러면 떠난 우리 아이들이 더 크게 욕을 먹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눈과 귀를 열었던 국민들도 다시 눈과 귀를 닫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정부는 의새를 이길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의새는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사직할 때 우리에게 중환자, 응급환자를 포함한 필수의료를 맡기고 떠났습니다. 그들이 떠날 때 우리에게 인계를 했기 때문에 '의료 대란'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떠나면 정말로 '의료 대란'입니다.

이 교수는 기고문서 위처럼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국민의 생명권' 유지와 같은 사회의 필수 서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단국대병원 제공]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단국대병원 제공]

그는 "의사가 파업할 경우에는 응급의료와 암 수술 등의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의사 파업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다"며 "그전에는 비록 지치고 힘이 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의사의 역할을 모두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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