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두고 국민의힘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현금을 풀어 대응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집행력 없는 야당의 ‘현금 살포 매표 공약’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인순(송파병), 송기호(송파을), 이 대표, 조재희(송파갑). 2024.3.24.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인순(송파병), 송기호(송파을), 이 대표, 조재희(송파갑). 2024.3.24.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코로나 지원금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현금을 살포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당시에는 집권여당이어서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야당으로서 직접 줄 수 없는 돈’을 가지고 사탕발림식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나 이 대표가 실행할 수 없는 정책을 ‘말의 향연’으로 포장해서 유권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심지어는 가구당 25만원을 살포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13조원을 ‘손톱’ 정도로 비유한 것도 다수 국민의 정서와 어긋나는 대목이다.

이재명, 돌연 가구당 25만원 지원금 제안...집권 여당처럼 처신

이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 특단의 긴급구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며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등 취약계층의 경우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규모에 대해선 “13조원”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그동안 퍼준 부자감세와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기만적 선심 공약 이행에 드는 900조~1000조원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인플레에 기름 붓는 것”...추경호, “빚더미 장부를 현 정부에 떠넘긴 민주당, 또 현금살포로 매표 시도”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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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하는 윤희숙 전 의원은 25일 국민의힘 서울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경제 전문가로서 어제 이재명 대표께서 하신 말씀을 좀 되돌려 드리고 싶다”며 “어제 이 대표께서 정부 여당을 향해 이 무식한 양반들아 13조 쓰면 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제가 그 말을 돌려드리자면 ‘이 무식한 양반아 그냥 계속 대파나 흔드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파를 들고 전국에서 쇼를 하고 있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해롭지 않지만, “13조 원을 쓰라고 얘기하는 것은 겨우 잡혀가고 있는 인플레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제안을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경호 민생경제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역시 2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4년 전 코로나를 이유로 총선에서 재미 본 공약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라며 “민주당은 실컷 빚잔치하고 빚더미 장부를 현 정부에 떠넘겨 놓고, 또 엄청난 빚을 내 무차별 현금 살포로 매표하겠다는 그 뻔뻔함이 정말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 위원장은 “어제 발표를 보고 국민들께서는 ‘25만원 받고 셰셰(고맙습니다) 하면서 표 찍으란 말이냐, 전 국민에게 법카 지급하지 그러냐, 주는 돈은 어디서 나오냐, 민주당 의원 개인 주머니에서 나오냐, 다 빚이고 세금 아니냐’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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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추억= 2020년 총선 직전 100만원 재난지원금 살포하고 압승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2020년 3월 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원’을 띄웠다. 총선 국면은 선별 지급과 보편적 지급을 두고 ‘어떤 것이 옳은지’ 다투는 양상으로 변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전 국민에게 가구당 50만원을 주자’며, 민주당을 뒤쫓는 공약으로 대응해 주도권을 뺏겼고, 선거를 불과 5일 앞두고 민주당의 주장대로 가구당 100만원 지급이 결정되면서 선거에서 참패했다.

따라서 이 대표가 집행력이 없는 야당 대표로서 4년 전과 똑같은 ‘재난지원금’ 공약을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추억과 공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25일 유튜브에서 “이 대표가 4년 전 민주당 계열이 180석을 석권한 데 대한 추억이 있다”며 “바로 그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버리면 민주당은 큰일 난다는 공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재난지원금’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냥 생색만 내는 것으로도 절반 정도를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표 예상과 달리 정부여당이 이 대표의 재난지원금 제안을 덜컥 받아버리면 자신의 제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26일 MBN에 출연한 윤경호 퓨처미디어 연구소장은 “지금 민주당이 저 얘기를 먼저 꺼낸 거, 아마 국민의힘이 굉장히 아플지 모른다. 왜냐? 집권여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예산권도 없는 민주당이 “우리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해서 예산 이렇게 쓸 수 있도록 표를 몰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선 직전에도 돈 풀려고 했던 이재명, 당시 문 대통령이 거부해

이재명 대표가 선거 때 돈을 풀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부터 연 25만원부터 시작하는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7월 “임기 개시 다음 연도인 2023년부터 첫해에는 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1인당 25만원으로 가구당 100만원으로 1회 지급하고...”라고 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기본소득 외에 이 대표는 2021년 10월, 대선후보로 ‘재난지원금’ 공약까지 내걸었다가 20일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지 않은데다 ‘초과 세수’를 활용한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26일 MBN에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이 대표의 재난지원금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거부한 이유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20년 코로나 시국에 풀린 재난지원금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그 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함께 출연한 강전애 변호사는 “코로나 때 우리 세금으로 나간 지원금이 과연 경제에 그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물음표”라면서 “이 대표는 1인당 25만원씩 나눠주면 ‘소고기도 사먹고 돈이 돌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확실한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예산을 함부로 써도 되는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앞두고 돈 풀자는 정치, 이제 그만

하지만 고물가에 가처분소득이 줄어서 생계가 위험한 계층에는 일정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채널A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이런 계층에는 일정 정도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선거를 앞두고 돈을 푸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병묵 평론가는 “4년 전 코로나지원금도 사실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본다”면서 “당시 문재인 정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지 않았지만, 매수 및 이해유도죄라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전범(典範)을 만들어, 선거 때마다 집권층이 돈을 푸는 관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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