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별세에 美정치권 '애도 물결' 이어져

미국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

미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5일 오후 4시28분(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매케인은 이날 애리조나 주 히든밸리에 위치한 자택에서 부인 신디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의원실이 밝혔다.

매케인은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오다 같은 해 말부터 의회에는 나오지 못한 채 애리조나 자택에서 치료에 집중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이기도 한 6선의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내 영향력 있는 대표적 원로로, 의회 내에서 초당파적으로 존경과 인기를 누려온 거물급 인사로 꼽힌다.

그는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자신의 소신을 밝혀 '개성이 강한'이라는 뜻의 '매버릭’(Maverick)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와 각을 세워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미 해군에서 22년 복무하면서 베트남 전쟁 때 5년간 포로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전쟁영웅'인 매케인 상원의원은 1982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86년 상원에 입성, 내리 6선을 지냈다.

매케인은 군인 집안 출신으로 1936년 8월 미국령 파나마 운하를 지키는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출생했다. 스코틀랜드계와 아일랜드계의 조상을 뒀으며 아버지 존 잭 매케인과 할아버지 존 슬루 매케인은 모두 해군 제독으로 항공모함 전략을 세운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29세 때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쟁 중 공산당에 포로로 붙잡혀 5년 반 동안 고문을 당했다. 6·25 때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해군 제독 아버지(잭 매케인)가 미 태평양 사령관으로 부임하자, 부담을 느낀 베트콩이 그에게 조기 석방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매케인은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 수칙을 내세워 동료부터 풀려나게 했다.

1981년 대령으로 퇴임한 그는 이듬해 정계에 입문해 애리조나주 하원의원(재선)을 지냈고, 1986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내리 연임했다. 2008년 미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섰으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매케인은 대북 강경파로 한반도 문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 뛰어들었으나 당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2008년 대선 때는 공화당 후보로 지명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다. 매케인은 당시 전국 정치무대에서 무명과 다름없었던 40대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 한때 '페일린 돌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는 악성 뇌종양이 발병한 가운데서도 왼쪽 눈썹 위에 혈전 제거 수술의 흔적이 역력한 채로 의회에 복귀, 연설을 통해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 여부 논의를 일단 계속하자는 안(案)의 가결을 끌어내는 투혼을 발휘해 박수를 받았다.

앞서 가족들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그는 생존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었지만, 병의 진행과 노쇠해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면서 의학 치료를 중단했다고 밝혔고, 미국 언론들은 "매케인이 이제 '마지막 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같은 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뛰어든 이후 종종 그와 언쟁과 설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매케인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정작 그의 이름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앙금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트위터에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은 정파를 떠나 매케인 의원을 "영웅"이자 "친구", "멘토"로 표현하며 조국에 헌신한 고인의 삶을 기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존 매케인은 강한 신념의 소유자이자 최고의 애국자였다"면서 "내게는 매우 그리워하게 될 친구"라고 고인을 기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는 "그는 조국을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자주 당파심을 제쳐뒀고, 옳은 일이라면 틀을 깨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라고 추모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자신과 매케인 의원이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좀 더 숭고한 것, 즉 수세대에 걸친 미국인과 이민자들이 똑같이 싸우고, 전진하고, 희생했던 이상(理想)에 대한 신의"는 공유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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