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이 개최됐다. 그러나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공개 연설도 없었다.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막 연설에 나서 경제 재건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주석단에서 중국 서열 3위 리잔수 전국 인민 대표 대회 상무위원장과 러시아, 쿠바, 베네주엘라, 이란, 시리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특사 등과 열병식을 지켜봤다. 김정은이 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이른바 ‘정주년’에 열린 주요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대신 연설에 나선 김영남은 "전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경제 개발을 위한 전투도 준비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나서면 북한주민들을 의식해 연설 내용이 강경해지고 미국을 자극할만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 협상 상대인 미국을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권수립 70주년 성과로 내세울만한 경제 외교적 성과가 없어 본인은 빠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이날 열병식에는 ICBM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신형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두고 전형적인 ‘로키’ 즉 억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이미 지난 4월 핵프로그램의 완성을 선언했고, 지하 핵 갱도 입구를 폭파시키고 위성발사대를 해체하면서 경제문제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후 여름 내내 지방의 공장과 경제구역에 현지시찰에 나섰다”며 “북한이 열병식에 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향후 비핵화 대화를 위한 문을 여는 동시에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열병식의 주제는 평화와 경제발전이었다”며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핵미사일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믿지만 이것은 북한으로부터 온 중요하고 매우 긍정적인 성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땡큐 김정은! 우리 두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며 “서로를 좋아하는 두 사람의 대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