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제헌절 73주년]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전격 대담 공개
[7·17제헌절 73주년]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전격 대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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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8월15일 열린 대한민국 정부출범 1주년 기념행사 속 중앙청 모습.2021.07.04(사진=도서출판 백년동안)
1949년 8월15일 열린 대한민국 정부출범 1주년 기념행사 속 중앙청 모습.2021.07.04(출처=도서출판 백년동안, 편집=조주형 기자)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지난 1948년 7월17일, 제헌국회는 대한민국의 정부의 골격인 '제헌헌법'을 공포한 날이다.

당시 7.17 제헌을 통해 건국된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로서 지난 73년 동안 눈부신 발전상을 이뤄냈다. 그 정점에는 바로 '헌법'이 존재한다.

우선, 최초 헌법인 제헌헌법의 큰 특징으로는 국가기관에 관한 것에서 드러난다. 즉, ① 국회 ② 정부 ③ 법원으로 국회는 임기 4년 단원제(제헌국회는 2년)로 구성됐고, 대통령(정부) 임기는 4년 1차 중임 가능제, 법관(법원) 임기는 10년 연임제로 채택됐다.

이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헌법은 73년 동안 9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가장 마지막 개헌은 1987년 이뤄졌는데, 주요 특징으로 대통령 직선제 및 5년제로 전환됐고 헌법재판소가 신설됨에 따라 헌법의 실체적 현행화를 좀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은 현재 어느정도 위치에 와 있을까. 통상 추상적인 개념으로써 비춰지고 있는 헌법의 핵심은 무엇이며, 추후 개정 예고안의 '알맹이'는 무엇이어야 할까.

기자는 지난 16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장영수 헌법학 교수와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영수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헌법의 궁극적 수호자는 국민"이라며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헌법에의 의지'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펜앤드마이크는 '7.17 제헌절 73주년'을 맞아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헌법학자 중 한 명인 장영수 교수와의 대담 일부를 공개한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 교수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이번에 제헌절 특집 기사를 써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 방향을 못잡고 있습니다. 제헌절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접근하면 좋겠습니까?

▲ 일단, 독자 층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겁니다. 아는 분들은 너무 상식적이면 곤란하고, 아예 모르는 분들 입장에서는 너무 전문적이면 뜬구름 같을 것이고요. 전부 망라해서,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최근의 사건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방향이 나을 것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있어서 민주주의에 대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데, 민주주의는 해야 한다는 그 이야기, 그 지점을 짚으면 좋지 않을까요.

- 사실, 지금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워낙 방대하다는 특징도 있다보니...근데, 그럼에도 헌법이 지향하는 바가 있을텐데, 우리나라에서 헌법이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 입헌주의에 대해, 특히 헌법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구의 근대 시민혁명에서 강조하지만 지금은 많이 잊혀져 있습니다. 입헌주의, 헌법주의. 영어로 컨스티튜셔널리즘(Constitutionalism)이라고 하죠. 헌법을 중심으로 국가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왜 오늘날에 와서, 우리나라에 와서 왜 잊혀지고 있고 중시되고 있지 않을까요? 그건 헌법에 대한 공감, 헌법을 위한 투쟁이 없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자신이 직접 겪지는 않았어도 역사를 통해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은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일 때는 부정선거 등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말입니다. 즉 근대 시민혁명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얘기됐던 것은, '왕이 제멋대로 하는게 아니라 국민이 제정한 헌법에 따라 국가가 움직여야 한다'라는 겁니다.

- 헌법의 관건은 '선출된 권력이 제멋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라는 겁니까?

▲ 그게 입헌주의거든요. 이런 입헌주의가 민주주의와 맞물려서 함께 진행되는데, 우리는 거기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어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만 하지, 실제로 국민의 의사를 담은 헌법 없이 국민의 이름만 앞세웁니다. 문재인 정부가 늘 하는 것처럼 말이죠. 선출된 권력이니까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입헌주의와 전혀 맞지 않습니다. 헌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헌법 정신에 부합해야 하는데, 위임된 권력 혹은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유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나 헌법재판소 위에 대통령이 군림하는 것에 이어 검찰을 저런 식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괜찮다는 등, 대법원장이건 검찰총장이건 상관없다라는 논리가 먹혀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입헌주의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1948년 5월 31일 대한민국 제헌국회 개회 기도문 모습.(사진=이승만기념관, 편집=조주형 기자)
1948년 5월 31일 대한민국 제헌국회 개회 기도문 모습.(사진=이승만기념관, 편집=조주형 기자)

- 교수님,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입헌주의'의 시초나 마찬가지인 제헌헌법의 경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 실제로, 해방과 동시에 헌법부터 제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드릴게요. 우리는 1948년 8월15일을 정부수립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헌법이 있어야 헌법에 근거해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제헌이 먼저 있고, 그 헌법에 기초해서 정부가 수립될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헌법이라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만 올바른 국가권력의 구성과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마치 헌법에 의해서 구성된 국가권력이 헌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오히려 헌법 제정 당시, 1948년 당시 인식보다도 작금의 정치권의 인식은 오히려 후퇴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어떻겠습니까.

- 정치권이 오히려 헌법에 의해, 그렇게 구성된 나라가 헌법을 좌지우지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 조 기자님, '나라'라고 말씀하시기 보다는 '정치권력'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 아닐까요? 왜냐하면 대한민국 전체라고 한다면, 그건 국민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관건이죠.

- 문재인 정부 초반기 헌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 그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그 때 당시에는 헌법 개정 의도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다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지만, 대통령이 개정안 발의해서 바로 국회에 던지는 게 아니라 어떤 헌법이든 여야 협의를 통해서 해야 합니다. 일단 던졌다는 것 자체가 통과시키든지 말든지 양당 간 결정하라는 뜻이 됩니다. 제대로 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초안을 만드는데 야당 의견은 어떻고 국민 의견은 어떤지 수렴 조정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쳤어야 합니다. 그것도 없이 발표하자마자 대통령 개정안이니까 확인하라는 그런... 일단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내용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그건 아예 안하겠다는 뜻이죠. 야당은 반대할 텐데, 국민과 야당과 함께 협의해서 추진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백기투항을 유도하거나 '너희들이 거부했다'라고 몰고 가는 등의 수인데 당시 이 수법에 당한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2018.3.1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2018.3.13(사진=연합뉴스)

- 제가 우리 헌법 전문을 들여다보다가 독특한 용어를 봤습니다.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우리 헌법 시작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나오는데요. 이것이 지난 9번의 헌법 개정에서 다 담겨 있던 게 강조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 생긴 겁니까?

▲ 제헌헌법 당시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것들은 대부분 독일에서 이야기된 다음에 우리도 하자고 해서 갖고 온 겁니다. 인권 이야기 할 때에도, 헌법 제10조에 인간의 존엄을 줄여서 인간의 존엄이라고 말하는데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독일기본법 제1조에 들어간 내용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봐야할 부분은, 우리 헌법이 1948년 제헌됐지 않습니까? 독일기본법은 1949년 제정됐습니다. 세계대전 이후인데요. 독일은 당시 전범국가니까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는데 나치에 대한 반성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고요. 그렇게 탄생한게 인간의 존엄이고요. 독일기본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러니까 제헌헌법 당시에서는 우리가 기존 외국 헌법을 참고해 가면서 만들었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요. 게다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나치에 대한 반성,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겁니다.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못하게 지탱하는 일종의 '기준'이라는 해석이군요?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알기 위해서는, 다음을 아셔야 합니다. 독일 바이마르 당시 민주주의는 절대적으로 '다수결'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습니다. 그것의 딜레마가 뭐냐하면,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다수결의 결정으로 전체주의로 들어가버리는. 그랬을때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기조가 주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치가 민주주의 하지 않고 전체주의 하겠다면서도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있지만, 전체주의 몇 년 해보고 다시 돌아가자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민주주의는 '이것' 없이는 붕괴돼버린다는, 나치처럼 된다는, 다수의 지지를 받더라도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국민주권이나 인권, 사법 독립 및 권력 분립 등이 깨지면 민주주의가 깨지고 이것은 다수라고 해도 안된다는 것이죠. 독일에서는 '현재적 다수보다는 인류 역사의 경험을 통해 검증된 역사적 다수가 우선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시적인 선전선동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히틀러를 유능한 지도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보니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확인되면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정당이나 개인을 위헌심판을 통해 다스려야 한다는, 엄격한 요건을 통해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 핵심 요건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문제에서 그 문제가 다뤄진 겁니다.

장영수 교수가 쓴 '헌법학(홍문사, 제12판)'/2021.07.16(사진=조주형 기자)
장영수 교수가 쓴 '헌법학(홍문사, 제12판)'/2021.07.16(사진=조주형 기자)

- 교수님께서 쓰신 '헌법학(홍문사, 제12판)'을 보면 '다원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의 개념이라면서 인정해달라고 하는데, 다원주의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 다원주의가 다수결과 맞물려 있는 겁니다. 다양한 주장을 관용(寬容)한다는 것이죠. 톨러런스(Tolerance), 프랑스어로 '똘레랑스(Tolérance)'라고 하죠. 서로 하나만이 무조건 옳다라는 것은 서로 하나만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전체주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용인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히틀러나 나치당 같은 것을 용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죠. 유태인 학살을 또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원주의의 한계, 다수결의 한계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절대적인 다수결이 옳다고 했다가 히틀러에 의해 바이마르 공화국이 파괴됐는데요. 역사적인 교훈을 살려 똑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용인할 게 따로 있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을 어떻게 용인하겠습니까. 통합진보당의 경우,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용은 결국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내용이 담긴 강령을 보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 '강령'보다도, 실제 행동을 봅니다. 강령에서 그 의도를 숨깁니다. 예전에는, 사회주의 이념이나 공산주의 이념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통진당에서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이름 등으로 바꿉니다. 대외적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내부 문서나 활동 양상을 보면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을 추진하는 그런 은폐된 목적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죠. 특정 계급의 폭력혁명을 주장하는 게 어떻게 민주주의냐는 것이죠.

- 그럼 '위헌정당해산심판' 이런 것에 대해, 그걸 위한 또다른 법률이 국가보안법인가요?

▲ 그건 조금 다른데요. 정당 해산은 조금 더 특수한 경우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오히려 반(反)국가단체 문제죠. 북한은 반국가단체인데요, 영토의 문제, 헌법 제3조의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헌법 제3조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점에서, 북한 지역도 우리 영토라고 하는 것이고요. 일명 '진보'라는 입장에서는 '사문화(死文化)됐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관련해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2013.9.4(사진=연합뉴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관련해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2013.9.4(사진=연합뉴스)

-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故 박원순 씨가 그런 주장을 변호사시절 자신의 책인 '국가보안법연구 3편-국가보안법 폐지론'에서 했었습니다.

▲ 문제는, 이게 어떤 배경에서 도입됐고 어떻게 지금까지 운용됐으며 앞으로 어떤 개념으로 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봐야합니다. 시작은, 5.10 총선인데요. 당시 북한이 응하지 않아서 '남한 만의 자유총선거' 이렇게 됐지 않습니까? 그로인해서 UN 감시하에 '한반도 유일합법정부',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들어갔던 것이 맞습니다. 이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제기돼지 않았고요. 그러다 헌법 제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가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1980년대 이후 동구권과 교류하고, 남북 기본 합의서가 채택되고 유엔 동시 가입되는 등 이렇게 되니까 우리가 북한을 인정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점거하고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그게 이어져서 4.27 판문점 선언 등으로 나타났고 유엔 동시 가입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은 게 아니냐'는 이런 류의 주장이 많이 나옵니다.

- 지난 2008년, 대법원은 북한에 대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라고 판시했었죠.(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이런 걸 '양면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겁니까?

▲ 여기에 대해서는, 양면성을 갖는다는. 다시 말씀드리자면 북한은 그런 불법 집단으로서 대한민국을 적화통일 시키려는 위협요소라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전쟁을 통한 통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통일의 대상, 교류와 협력의 대상인 점, 현실적으로 두 가지가 같이 존재하니까 같이 봐야 한다라는 게 헌법재판소 판례의 핵심입니다. 독일 동서독 기본 조약이라고 있는데요. 동독과 서독간 조약을 체결하면서 위헌이라는 주장이 서독에서 나왔는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풀이하면서 양면성이 있으므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고, 제가 그 판례를 번역하고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걸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였습니다.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있다는 것이죠. 이 점을 전제로 해서, 국가보안법도 필요하고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법률도 모두 필요하다는 겁니다. 교류하니까 저쪽에서 하는 걸 무조건 믿을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현실적으로 판단한 겁니다. 그 바탕에서 대법원에서도 그런 흐름에서 헌법 제3조는 유효하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탈북민의 경우, 원래 우리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귀화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습니다. 그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외교부가 중국내 탈북자들을 제대로 보호 안하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헌법 제3조는, 그런 부분에서 유용한 조항입니다.

- 그외 다른 유효력은 없겠습니까?

▲ 북한이 붕괴가 됐다, 동독처럼. 그런데 중국이 나서서 흡수하려고 한다? 우리가 나설 수 있는 근거입니다. 외국이라고 한다면 중국도 우리나라와 동등한 입장이 되는데요,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인데 중국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고 말할 근거가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논리라면 우리는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반적인 외국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헌법 제3조입니다.

- 헌법 제3조는 무조건 남겨야 하는 조항인 것 같은데요?

▲ 맞습니다. 이른바 '진보'라는 사람들이 이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편향된 생각입니다.

- 헌법 제3조가 이미 73년 전 제헌 헌법에서부터 나왔다고 밝히셨는데, 당시에 이같은 의미를 가진 조항을 만든 겁니까?

▲ 그렇습니다. 제헌 국회가 구성된 것은 5.10 총선 이후입니다. 최초의 국회를 구성한 것이죠. 그 제헌 국회는 5.10 총선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고요. 제헌 국회에서는 5.10 총선에 대해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를 만들었던 정당한 선거였고, 북한이 참여하지 않은 게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라는 조항을 넣은 겁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운영을 위해 법률 제1호로 제정한 정부조직법으로 11부 4처로 정부의 조직이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2021.07.16(출처=국가기록원/편집=조주형 기자)
대한민국 정부의 운영을 위해 법률 제1호로 제정한 정부조직법으로 11부 4처로 정부의 조직이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2021.07.16(출처=국가기록원/편집=조주형 기자)

- 73년 전에 이런 개념을 만들었다는 게 되는데, 이게 73년을 내다봤다고 평가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낙관적으로 생각했었다가 북한이 남침하면서 시작된 6.25전쟁으로 공고화되버린 거죠.

- 헌법 제4조에서 '평화적 통일'을 언급합니다.  북한과의 '평화적 통일 정책'이 가능할 수가 있겠습니까?

▲ 북한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 북핵을 개발하는 과정도 모두 거짓으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그 때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포기 대가로 경수로 건설 운운했는데, 그 이면에서 몰래 만들었잖아요? 지금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압박하는데, 그런 북한을 믿고 핵의 위협아래 우리 국민들을 놔둬도 되는것이냐, 그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겁니다. 우리가 군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전쟁을 준비함으로써 전쟁을 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핵에 대해서 항상 최악을 생각하면서 대비를 해야지, 안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운영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 교수님,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이야기 할 수가 있는 겁니까?

▲ 거꾸로, 우리는 그렇지 않으면 통일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적화통일은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겁니다. 일부 급진적인 사람들은,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도입한들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할 바에야 통일을 하지 않는게 낫다는 겁니다. 결국 궁극적인 가치, 헌법에서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모든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월남 통일된 것처럼 남한 사람들 떼죽음 당하기 위해서 통일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통일을 한다는 것은, 통일된 국가가 그 이전보다 적어도 국민들의 인권 측면에서 나아져야 하는 겁니다. 그 조건이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이고요. 민주주의의 근본가치, 그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 대한민국 헌법이라는 것은 결국,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빼놓고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겠군요?

▲ 그렇습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핵심. 다양한 주장들, 다양한 의견들 다 이야기되지만 최소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인류 역사를 통해 검증된 부분이라는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이비 민주주의, 대표적으로 인민민주주의나 한국적 민주주의 하는 것들. 이름만 붙여서 독재를 민주주의로 둔갑하는 것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제대로 갖춰지고 있고 존중되고 있는지 봐야 하는 것이죠.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검찰이 공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RO' 조직체계도와 압수품.2013.9.26(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검찰이 공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RO' 조직체계도와 압수품.2013.9.26(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서 제일 특징적인 부분이, '민주주의'라는 용어만 쓰는데요. 헌법에서는 '자유'라는 말이19번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가?

▲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다릅니다. 민주주의를 넓게 말하면, 자유민주주의도 있고 사회민주주의도 있다는 겁니다. 독일도 양대 정당 중 기민당, 사민당. 사회민주당이거든요.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세력은 많습니다. 그 때 그 사회민주주의는 북한식의 공산주의나 구소련의 볼셰비키즘, 이런 것들과는, 즉 맑스-레닌주의와는 구분됩니다.

- 구분점이 있습니까?

▲ 거기에 핵심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말을 했는데요.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을 해산시킨 적이 있습니다. 위헌정당이라고 해서요. 같은 사회주의인데 왜 공산주의는 안되고 사회민주주의는 되느냐는 것인데, 이는 명칭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용인하고 있느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것이고요. 독일 사민당은 이걸 받아들였지만 공산당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가 문제가 됐어요. 하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또다른 하나는 폭력혁명입니다. 당시 독일 공산당이 이를 관철시킬 능력은 없었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정당이 커지면 민주주의를 뒤집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는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해산당한 통진당의 경우, 폭력형이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있습니까?

▲ 불씨를 지폈던 게 바로 이석기 RO(지하혁명조직) 사건 등입니다.

- 그러면 교수님, 인민민주주의 라는 것도 민주주의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겁니까?

▲ 조 기자님, 명칭 보다는 알맹이를 보시면 됩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당되는 부분, 권력분립이 아니라 일당독재이냐는 것. 민주주의라고 이름을 달아놓고서도 일당 독재를 한다거나, 권력 분립하지 않거나 의회를 통한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라는 명칭을 달고 있더라도 알맹이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 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 그 의지를 판단하는 것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의 상황에 와 있는 것인지?

▲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더 맞을 겁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민주헌법의 핵심이라는 것, 그것을 지키는 것이 헌법을 지키는 것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수 있는 힘은 개인에게 없습니다. 그것은 정당을 비롯한 거대 단체들에게만 그럴 힘이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히틀러. 나치당이 없었다면 히틀러가 그렇게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헌법의 수호자가 누구냐고 물을 수가 있겠어요. 우리는, 과거 독일에서 대통령이냐 헌법재판소냐라는 논쟁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 기관만 수호자가 되어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 기관이 헌법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히틀러는 집권 이후 스스로 깼는데, 권력자 스스로 침해할 때에는 어떡하느냐하면, 결국 헌법의 주인에게 향합니다. 헌법 주인은, 민주국가라면 국민입니다. 궁극적으로 국민이 헌법을 알고 국민이 헌법을 지켜야 합니다. 궁극적인 헌법의 수호자는 국민 스스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헌법에 대한 관심도 있고, 적극 나서야 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헌법에의 의지'라고 합니다.

- '헌법에의 의지'라고요?

▲ 니체가, '권력의지'라는 말을 했잖아요? 그걸 빗대서 '헌법에의 의지'라고 말씀드립니다. 주권자 스스로가 남일처럼 볼게 아니라 내가 나서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헌법에 대한 자기 확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헌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헌법을 지킬 의지가 나오겠어요? 이 헌법이 좋은 헌법이고, 이것으로써 우리나라가 보다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 교수님, 오늘부터 정말 헌법학 공부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장영수 교수가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양인재개발원에서 2월 임시국회 전략수립을 위해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개헌 관련 특강을 하고 있다.2018.01.29(사진=연합뉴스)
장영수 교수가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양인재개발원에서 2월 임시국회 전략수립을 위해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개헌 관련 특강을 하고 있다.2018.01.29(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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