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 안보에 구멍을 내려던 일당이 지난 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던 국내 안보위해 세력의 존재가 증명됨에 따라, 현 집권여당이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 철폐론은 상당한 저항여론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 안보 위해 세력에 대해 이들 3명의 존재가 적발됨으로써 뿌리째 확인됐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3명인데, 이들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더불어민주당 노동특보단으로 활동했었다. 현 정치세력권과 무관치 않은 만큼 향후 안보수사에 대한 압력이 없을 것이라고도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기관은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이다.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이들을 추적한 기관은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대한민국 중앙정보기관인 국정원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연합뉴스)

국정원은 지난달 29일부로 '박지원 체제 1년'을 맞이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6월4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간첩전력자 신영복의 손글씨체(體)가 담긴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에 참여했다가 원 안팎에서 비판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기서 관건은, '신영복'의 간첩 전력이다. 그는 1968년 지하혁명단체 '통일혁명당 사건'에서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학생지도책'을 맡았다가 20년간 복역했다가 1988년 가석방된 인물이다.

문제의 '통일혁명당' 사건과 이번 '북한 지령에 따른 스텔스 반대 도입 여론전(戰)'에 나선 일당에 대한 안보수사 상 연관성은, 이들이 갖고 있는 특징에 기인한다. 바로 ▲ 산발성 ▲ 점조직성 ▲ 각계다양성이라는 점이 상통하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공작망(工作網)'이라고 불리는 '간첩망(間諜網)'으로 향한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실제 간첩수사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된 '간첩망'의 존재를 밝힌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1. 대한민국 최대 공안사건 '통일혁명당' 속 간첩망(間諜網), 여전히 유효하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대공수사(對共搜査) 보고서 내용이 담겨진 30년 전 작성됐던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서는 北 공작사업지침서 등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수록됐다.

지금까지도 북한에서는 통일혁명당에 대해 '재남 운동권 혁명단체'로 소개하며 우표를 발간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혁명당 속 공작망의 실체는 이번 사건의 숨겨진 모습과 오버랩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일혁명당의 '간첩망(間諜網)'은 <<북한대남공작사업 제1권>> 속 내용에 따라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 단선연계 조직화 ▲ 합법적 보장조치 ▲ 재남 각계각층 역량 축적보존 사업 등이 관건이다.

특히 '단선연계 조직화'의 경우, 최근 기자가 만난 원로 대공수사 관계관은 "지하당을 조직하면 연결망 형태를 단선과 복선으로 만드는데, 단선의 경우 공작원이 정계 등에서 A를 전취(포섭)하면 B와 C까지 엮어내는 일종의 공작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자는 앞서 예고한 단선 연계형 조직화 방식을 비롯한 이 세 가지 조직화 준칙에 따라 통혁당 사건의 전말과 현 정치세력과의 연관자들을 밝히고자 한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2. 현 정부 주요 인사 모두 엮인 '통일혁명당'···대체 어떤 조직이길래?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한다고 밝힌 故 신영복은, 지난 2017년 1월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1기 추모식 주인공이 됐다. 이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리를 참석했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내년에는, 선생님이 강조한 '더불어숲'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신영복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육군사관학교 교관을 지냈다. 그는 1966년 2월 통혁당 위원장 김종태에 이은 김질락 민족해방전선 책임비서에게 포섭돼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 및 '청년학생 지도책'을 맡았다.

'민족해방전선 조직비서 및 청년학생 지도책'으로써 신영복은, 이종태·노인영(과학기술처 행정주사)·박성준(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남편)·이수인(법무장관 비서, 공군 정훈장교)·심재주('청맥' 기자)를 포섭하기에 이른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그가 조직비서로써 활동했던 '통혁당 민족해방전선'은 8개 대중단체를 만들어 기층민중을 잠식해 나기기 위한 첫 작업에 돌입했다. 일종의 '당 사업'이었는데, 세포조직인 '통혁당 소조'를 만들어 여타 혁명 인자(因子)를 늘려나갔다.

그에게 포섭됐던 서울대 출신 이종태는 서울대 상대를 중심으로 한 '경우회'를 만들었고, 노인영 또한 서울대 문리대를 중심으로 '동학회'를 조직화하면서 기세춘과 김형래 등을 끌어들이기에 이른다. 기세춘은, 훗날인 2021년 4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역기획관으로 임명 지명하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의 부친이다.

그외에도 신영복이 포섭했던 박성준은, 기독교 계통의 학생을 기반으로 둔 기독청년경제복지회를 조직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내 한명숙(훗날 대한민국 제37대 국무총리 및 故 노무현 대통령 장의위원장)을 포섭한다. 이수인 역시 그의 아내를 끌어들였다.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최근 통일혁명당에 대한 간첩수사 보고서 내용이 담긴 30년 전 주요 문서집 사본 일부를 확인했다.2021.08.07(사진=조주형 기자)

#3. 대한민국 사회 각계로 뻗어나간 간첩망(間諜網)···통일혁명당은 '단선형 조직'

통일혁명당은 1968년 적발됐는데, 주요인물 3명(김질락·김종태·이문규)를 포함해 수백 명이 가담했다가 사형·무기징역형을 받는 등 분단시대 70년사 중 '초특급 간첩사건'이었다.

이같은 통혁당의 사건 내막 중 특이한 점은, 이들이 '단선(單線) 연계형 조직화 형식'으로 통혁당을 구축했다는 데에 있다. 세포 인원 간 횡적 연계가 없는 형태를 뜻하는데, 보안상 상호 노출을 방지하려는 데에 용이한 방식이다.

통혁당의 조직화 형태는, 제1단계 정점(頂點)인 北 조선노동당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재남 운동권 지하단체를 구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재남 지역에는 정당·사회기관·언론기관·교육기관·경제기관·군경 등에 제2단계 정점(頂點)을 심음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혹은 재남 지하당을 정점(頂點)로 각기관에 뿌리내리는 형태다.

하부 조직화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단계가 길어질수록 세포조직 단위가 생기며, 조직·인원은 중복되지 않는다. 말그대로 '단선 형태'로 뻗어나가는 식이다.

이는 모두 "남한 혁명의 주체는 남한 인민"이라는 북한의 대남사업 지침을 따른 것인데, 그 근거는 조선노동당 규약 제2장 제20조에 명시된 "당 중앙위원회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당 조직 형성을 따로 결정한다"라는 데에 있다.

대한뉴스(KTV) 제 685호 뉴스(지하간첩 일망 타진). KTV는 1968년 7월26일 임자도 고정 간첩단 사건을 검거 내역을 공개했는데, 통일혁명당 사건도 함께 공개됐다.2021.08.07(사진=KTV, 편집=조주형 기자)
대한뉴스(KTV) 제 685호 뉴스(지하간첩 일망 타진). KTV는 1968년 7월26일 임자도 고정 간첩단 사건을 검거 내역을 공개했는데, 통일혁명당 사건도 함께 공개됐다.2021.08.07(사진=KTV, 편집=조주형 기자)

#4. 수차례 월북했던 통혁당 지도부···간첩망 2단계 수준으로 '추정'

그렇다면, 통혁당은 어떤 식으로 시작됐을까. 이는 김종태의 행적으로 통해 알 수 있다. 김종태의 친형 김상도가 제3대 국회의원이었는데,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던 것으로 인해 투옥됐다.

그러다 출소하여 '한국노동신문' 발간에 관여했으며, 후일 월북(越北)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北 평양에 4일 동안 체류하게 된다. 북한으로부터 '청년학생을 포섭하고 <청맥>지를 발간하라'는 임무와 함께 당시 800만원의 공작금을 받은 그는 친조카 김질락과 그의 친구 이문규와 함께 <청맥>지를 발간했다.

그런 그는 1965년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다. 다시 돌아온 그는 '삼창산업'을 설립했고, 북한으로부터 7만 달러를 받아 통일혁명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그동안 그가 北에 1회별 체류했던 기간은 불과 4일 혹은 7일에 그친다. 대외적으로 '사업상 지방 출장'이라는 명목이었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2016.1.15(사진=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당시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사람이 먼저다'가 적힌 목각을 들고 있다. 2012.12.12(사진=연합뉴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 2016.1.15(사진=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당시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사람이 먼저다'가 적힌 목각을 들고 있다. 2012.12.12(사진=연합뉴스)

그에게 포섭됐던 친조카 김질락 또한 북한으로 들어갔다. 경남매일신문사 논설위원이었던 그는, 통일혁명당의 핵심 고리인 <청맥>의 주간(主幹)으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그는 그의 후배인 신영복을 포섭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자다.

하지만 그는, 7·4 남북공동성명 직후인 1972년 7월15일 사형이 집행됨에 따라 세상을 떠났다.

여기서의 관건은, 재남 지하당 지도부로써 2단계 정점(頂點)은 김종태·김질락·이문규라는 것. 재남 지하당의 최전선 지도부인 '민족해방전선'과 '조국해방전선'이라는 3단계 과정의 정점(頂點)으로 김질락과 이문규, 신영복이 활동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이하 소조 세포로써, 이들에게 포섭된 자력 인자(因子)들이 통혁당의 손과 발이 됐다.

그렇다면 이번 '美 스텔스 전투기 도입반대 여론전'에 나섰다가 적발된 이들은 어떠할까.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 특보단은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017.5.4(사진=연합뉴스) /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2021.08.10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 특보단은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017.5.4(사진=연합뉴스) /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2021.08.10

#5. '스텔스기 반대 여론전' 지령 수수자들, '간첩 세포망' 추정···총책은?

이번에 드러난 '북한 지령에 따라 미국의 스텔스기 도입 반대 여론전(戰) 사건'을 추적한 기관은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중앙정보기관 국정원이다. 국정원은 이들 충북 청주 지역의 간첩혐의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국가보안법 4조(목적수행)·7조(찬양·고무)·8조(회합·통신)·9조(편의제공)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밝힌 통일혁명당 사건의 간첩망 조직 내막을 비춰보면, 이들은 3단계 공작망 이하의 세포조직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그보다 더 높은 단계에 있는 사회 각계각층의 단선형 조직체계 속 주요 인사들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같은 추론은, ▲ 이들 간첩혐의자 4명이 사회 각계에서 활동했다는 점 ▲ 문재인 대통령 당시 대선 후보자의 노동특보로 일했다는 점 ▲ 산발적이었다는 점으로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간첩 연계 의혹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놀랍게도 통일혁명당 사건 속 주요 인사들의 가족들은 현 정부 요직 곳곳에 포진해 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였던 인물까지 있는데다, 현역 청와대 인사부터 요직을 거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故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17.1.15(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故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17.1.15(사진=연합뉴스)

그중에서도 통혁당 사건 피의자 신영복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1기 추모식에 자리하기도 한 것도 모자라 지난 2018년 2월5일 신영복이 '春風秋霜(춘풍추상)'이라고 쓴 글귀가 담긴 액자를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선물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 6월4일, 대한민국 안보수사 주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심장부에 '신영복 글씨체(體)'를 꽂아넣었는데, 박지원 국정원장은 제막식 기념사진이라며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등 기상천외한 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68년 세상을 놀래킨 통일혁명당 사건은 이번 美 스텔스기 도입 반대 여론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셈이다. 현 집권여당의 내막을 알아챈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29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29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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