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창출 최고 공신에게 빈 찬합을?"...尹·국힘에 돌아서는 2030
"정권창출 최고 공신에게 빈 찬합을?"...尹·국힘에 돌아서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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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자신의 SNS에 "손절이 웬말이냐, 익절이지"란 짧은 글을 올렸다. 이는 '(이 대표를 몰아내려는 시도가) 손해를 덜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이득을 볼 만큼 보고 이뤄지는 징계'로 풀이된다. '토사구팽'당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페이스북 캡쳐]
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자신의 SNS에 "손절이 웬말이냐, 익절이지"란 짧은 글을 올렸다. 이는 '(이 대표를 몰아내려는 시도가) 손해를 덜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이득을 볼 만큼 보고 이뤄지는 징계'로 풀이된다. '토사구팽'당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페이스북 캡쳐]

"정권 교체·창출에 최고로 기여한 사람에게 빈 찬합을 보낸다고?"

2030이 국민의힘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혐의 관련한 윤리위 심의를 하루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의 한 축인 2030의 여론이 돌아서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빈 찬합이란, '삼국지'에서 조조가 순욱에게 보낸 일종의 전언, 정치적 신호다. 순욱은 조조의 최고 핵심 참모로서 조조가 삼국지 최대 세력으로 등극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조조는 '순욱은 나의 장자방, 가히 왕좌지재(王佐之才)라 할 만하다'며 총애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순욱의 앞날에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조조의 '위왕(魏王)' 등극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면서부터였다. 순욱은 조조가 한(漢)을 위해 거병했으니 한의 승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순욱은 조조의 '왕좌지재'에서 '눈엣가시'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 조조는 순욱에게 '빈 찬합(그릇)'을 보냈고, 그 뜻을 알아차린 순욱은 조용히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순욱은 지금까지도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되곤 한다.

2030 국힘 지지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준석 대표의 징계를 '토사구팽'당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단순히 국힘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를 지지한다는 어느 네티즌은 "자칭 순혈보수들은 20대 표가 필요없다고 한다"며 "투표율 제일 낮은 세대의 말을 왜 들어줘야하냐고 그런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 거지같은 당은 사실상 강용석이 당대표다", "가세연당 부활" 등 이준석 대표의 혐의를 처음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도 자신이 '토사구팽'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손절이 웬말이냐. 익절이지."라는 짧은 글을 게시했다. '손절'이란 '손절매'의 줄임말로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버리는 것을 뜻하지만 '손을 끊는다=관계를 끊는다'는 파생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익절'은 '손절'에서 변형된 신조어로 '이익을 보고 팔아버리거나 관계를 끊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대표가 자신이 '손절'이 아니라 '익절'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 데에는 당대표로서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당 지지율을 상당히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결국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상황 인식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이 대표는 지난 6월 22일 자신을 '스키피오'에 비유하며 토사구팽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한 적 있다.

지난 6월 22일 이 대표가 자신을 스키피오에 비유한 글을 올림으로써, 공을 세운 자신에게 정치적 모략이 들어오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페이스북 캡쳐]
지난 6월 22일 이 대표가 자신을 스키피오에 비유한 글을 올림으로써, 공을 세운 자신에게 정치적 모략이 들어오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페이스북 캡쳐]

2030 지지층은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라고 지칭한 당내 의원들이 이 사태의 표면적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장제원 의원에 대한 감정은 단순히 싫어하는 것을 넘어 '혐오'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으로 친소 관계가 바뀌는 정치판에서, 이준석-장제원 간의 알력 다툼은 거의 '구원(舊怨)'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12월 초 이준석 대표는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 쇄신안 마련 논란에서 비롯된 잠행 도중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한 바 있다. 이는 이 대표의 잠행을 비판했던 장 의원을 우회적으로 공격하는 행보로 해석되기도 했다.

2021년 12월 1일 이준석 대표는 잠행 중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 당협사무실을 예고 없이 방문한 바 있다.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장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 1일 이준석 대표는 잠행 중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 당협사무실을 예고 없이 방문한 바 있다.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장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일부 2030 지지층은 핵심 '윤핵관' 외에 기타 의원들을 매우 싫어하기도 한다. 박수영 부산 남구 갑 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5일 '윤희숙 의원은 사퇴하는데 이 대표는 왜 안하냐'는 글을 본인 SNS에 올려 논란이 된 바 있으며, 다음날인 6일에는 국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에도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지난 6월 29일 "두 이씨가 자기 살기 위해 당을 망치는 데칼코마니"라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박 의원은 5일 윤 대통령이 새로이 임명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음주운전은 무려 21년 전에 음주운전을 한 것"이고 "이런 기준을 들이댄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박 장관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박 의원의 해명 역시 '불난 데 기름 붓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영 부산 남구 갑 의원은 수 차례에 걸쳐 이준석 대표를 공격한 바 있다. 국힘과 민주당 양 당의 '이씨(이재명, 이준석)'을 데칼코마니라 칭하며 "자기가 살기 위해 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페이스북 캡쳐]
박수영 부산 남구 갑 의원은 수 차례에 걸쳐 이준석 대표를 공격한 바 있다. 국힘과 민주당 양 당의 '이씨(이재명, 이준석)'을 데칼코마니라 칭하며 "자기가 살기 위해 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페이스북 캡쳐]

2030 국힘 지지층이 윤핵관이나 이 대표와 갈등을 빚는 의원들을 매우 싫어하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근본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이 모든 상황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이러한 확신이 공유되기 시작한 것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박성민 비서실장이 사퇴하고 난 직후였다. 현재는 "윤석열(대통령)이 전국선거 2번 이긴 이준석을 선거 때만 이용해서 표 빨아먹었다"며 "이제 선거 2년 뒤니 역대급 토사구팽, 역대급 먹버(먹고 버리는)한거다"라며 강한 어조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윤석열을 뽑은 이유로 '정권교체+이재명을 막기 위해서일 뿐'이 1등을 차지했다. 반면 '윤석열 개인에 대한 호감'은 꼴찌를 차지했다.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윤 대통령을 뽑은 이유'에 '정권교체+이재명을 막기 위해'가 1등, '이준석 때문에'가 2등을 차지했다. '윤석열 개인에 대한 호감'은 꼴찌를 차지했다. [에펨코리아 캡쳐]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윤 대통령을 뽑은 이유'에 '정권교체+이재명을 막기 위해'가 1등, '이준석 때문에'가 2등을 차지했다. '윤석열 개인에 대한 호감'은 꼴찌를 차지했다. [에펨코리아 캡쳐]

어느 지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서야 다 이해가 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힘에 입당했을 때부터 이준석 대표를 패싱한 것부터 '윤핵관'들이 저렇게 이 대표를 몰아내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지지자는 지난 1월 이 대표가 토사구팽 당하리란 내용이 담긴 글을 '예언글'이라며 재소환하기도 했다. 여기엔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자에게 자기 주장을 하는 공신의 존재는 성기실 수밖에 없다"고 되어 있다.

2030 지지자들은 단지 당 일각에서 이 대표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만으로 윤 대통령과 국힘을 비판하는 것은 아닌 걸로 판단된다. 윤 대통령 비판 의견에는 ▲ 여가부 폐지에 미온적인 태도 ▲ 도어스테핑에서의 각종 발언 논란 ▲ 잘못 지적에 전 정부 소환하는 등 내로남불식 자세 ▲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본격 행보 등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다만 젊은 정치 고관여층이 보기에 이러한 사안들은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반면 이 대표와 관련된 문제는 당이 '혁신'하느냐, '구태'에 머무르느냐의 본질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에, 이 대표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반대 세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6월 5주차 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는 긍정 44.4%, 부정 50.2%로 긍정은 2.2% 하락한 반면 부정은 2.5% 상승했다. 20대는 긍정 43.8%, 부정 47.0%로 긍정이 2.2% 상승하긴 했지만 부정이 높은 상태다. 30대는 긍정 37.8%, 부정 57.9%로 긍정이 2.9% 하락하여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내일 윤리위 판단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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