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최태원에 혼인관계 파탄 주된 책임 물어놓고 SK 재산과는 철저히 분리시켜
법원은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600억원대 재산을 분할해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이혼 소송을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34년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일대 주목을 받았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둔 결혼 생활은 최 회장의 2006년경 시작된 외도로 파탄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외도 관계 전모를 적시하며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고 판결내리면서도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분할에 대해선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 일가의 SK그룹 자산 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한 바가 없다는 이유였다. 항소한 노 관장은 2일 공개된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과의 결혼 생활을 털어놓으며 SK 재산 형성 과정을 항소심에서 더욱 정확하고 상세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노소영 관장은 인터뷰에서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예상 못한 결과"였다며 "특히 이 판결로 인해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그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그 금액보다 그동안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며 "이번 판결로 수십년을 함께 한 배우자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받으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50%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종가 기준 1조 3586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결혼 뒤에 이뤄진 SK C&C(직전 대한텔레콤)와 합병을 통해 SK㈜의 최대 주주가 된 만큼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이 SK주식은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며 "최 회장이 1994년 11월경 아버지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 8000만 원으로 인수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이후 인수, 합병, 액면분할, 증여 등을 거치면서 현재 SK주식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여러 도움도 있었다. 항소심에서 SK 재산 형성 과정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문을 받아들고 나서 재판을 더 받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면서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눈길을 운전하면서 '엄마 혼자 너무 힘드네. 여기서 멈출까'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딸이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대답했다.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