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근로자의 날'에 발생한 분신 사망 사건을 동력 삼아 반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일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50) 씨가 분신해 숨진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때문이라는 것이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양씨 빈소를 강원 속초에서 서울로 옮긴 뒤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전신화상을 입은 양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숨졌다.

앞서 검찰은 양씨와 건설노조 강원지부 조합원 2명 등 도합 3명에 대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양씨 분신 당일인 1일 오후 양씨를 포함한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 탄압 중단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상급 총연맹인 민노총은 오는 10일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선포 결의대회, 11일 전국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소와 지방노동청 앞에서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민노총은 5월 총궐기, 7월 대규모 총파업을 계획 중이었던 차에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이 노동자 분신 사망을 불러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한껏 키우기 시작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일 빈소를 찾아 "정부의 토벌대식 탄압이 양회동 지대장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며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지지 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건설노조를 매도하는 현실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끝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토끼몰이식 강압 수사와 탄압을 중단하라"고 했다. 민노총이나 한노총이나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요구를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동맹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우선 양대 노총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 3일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 등 노동시장에서 공정과 노사 상생의 관행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중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노동 개혁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69시간 근로제'로 알려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폐기 수순으로 알려졌으나 노동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금체계 개편도 마찬가지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만든 상생임금위원회를 통해 연공(여러 해 일한 공로)형 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전환을 연구하고 있다.

'고용 세습'으로 불리는 채용 관행, 불공정 채용 등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공정채용법 입법도 준비 중이다.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이달 초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노동 개혁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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