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日정부,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부' 동원상의 범죄를 방조하거나 조장"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국가면제’를 인정해 ‘각하’(却下) 판결한 원심의 결정을 뒤집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일본 정부가 원고들이 청구한 각 2억원의 위자료를 전부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구회근 황성미 허익수)는 23일 이용수 씨 등 15명의 소위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다.

23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법원 밖을 나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두 손을 번쩍 든 이용수 씨. 2023. 11. 23. [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법원 밖을 나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두 손을 번쩍 든 이용수 씨. 2023. 11. 23.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 원심에서는 한 주권국가가 다른 주권국가를 재판 관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국가면제’의 원칙이 인정됐으나 이번 항소심에서는 이같은 원심의 판단이 뒤집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일본에 대한 국가면제 인정 여부는 법원(法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국제관습법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일본의 행위는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법정지국 국민인 피해자들에 대해 자행된 불법행위로서 일본의 국가면제가 부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일본이 당시 점령 중이던 한반도에서 피해자들을 납치ㆍ기망ㆍ유인해 위안부 생활을 강요한 행위를 불법행위로 구성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라며 “피해자들 대부분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대한민국 민법을 근거로 일본에 그 책임을 묻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은 이 사건의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태평양전쟁 당시 군인들의 사기 진작 등 목적으로 ‘위안소’를 설치ㆍ운영하면서 10대 내지 20대에 불과한 여성들을 기망-유인하거나 납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안부’로 동원해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일본 정부가 당시 일본 정부가 승인한 인신매매 근절 관련 국제 조약을 위반하고 ‘위안부’ 동원을 조장하거나 방조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한 사람당 2억원의 위자료를 일본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헤이그 송달협약에 따른 송달이 반송돼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원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는 이번 재판에 참여하지 않아 원고들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이번 항소심 판결 내용에 강력 반발하고 윤덕민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우리 정부 측에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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