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5일 홈페이지에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선전화 여러 장을 실었다. 2018.1.15(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5일 홈페이지에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선전화 여러 장을 실었다. 2018.1.15(사진=연합뉴스)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대남혁명전술은 통일전선(統一戰線)이다. 통일전선이란 공산혁명의 주적을 타도하는데 공산세력의 힘만 가지고 불가능할 때 비(非)공산세력을 포함하여 필요한 동조세력을 획득하고 그들과 일시적인 동맹체를 형성하여 투쟁하는 전술이다. 특히 주적 타도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제휴했던 비공산세력을 모두 고립화시켜 제거하는 것이 통일전선의 악랄함이다.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공산혁명판이다.

통일전선은 1921년 개최된 제3차 코민테른(국제공산당)대회에서 공식 채택되었고 1935년 제7차 코민테른대회에서 ‘디미트로프 테제’(반파쇼인민전선)로 발전된 이래 대표적인 공산혁명 전술로 활용되어 왔다. 특히 김일성은 이른바 남조선혁명이 세계 최강의 미국을 상대로 하는 혁명이므로 반미구국전선 등 전민족적 통일전선을 형성하여 전략적 차원에서 전개하라고 지시한바 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는 통일전선을 ‘전략’으로 간주할 정도로 남한혁명 과정에서 중시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때 북한의 통일전선공작이 초고속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채택은 북한의 최상층 통일전선공작의 백미(白眉)였다. 북한 통일전선의 정교함은 상대방이 통일전선에 놀아난 지도 모르고 감격(?)해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교하게 전개하는 통일전선을 파악하는 독해법을 유형별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 ‘민족’이란 용어를 내세우며 우리에게 제안하는 각종 회의, 통일관련 방안, 강령, 방침, 구호 등은 거의 대부분 통일전선의 일환이다. 

예를 들면, 북한이 매시기마다 우리 정부에 제안하는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1948), 대민족회의(1973), 전민족회의(1979), 민족통일촉진대회(1981), 남북연석회의(1988), 민족통일협상회의(1989) 등과 북한이 통일방침으로 제안한 조국통일 5대강령(1973), 조국통일 5개방침(1990), 범민족대회(1990),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1993), 민족대단결 5대방침(1998), 우리민족대회(2000), 전민족대회(2017) 등이 통일전선차원의 제안이다.

둘째, 북한이 1990년대 이래 ‘조국통일’, ‘자주적 평화통일’ 이란 기치 하에 이른바 조국통일 3대헌장 등 북한의 연방제통일방안을 선전, 선동하고, 남북한 및 해외동포를 연계하여 전개하고 있는 행사들은 대표적인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다. 

북한이 통일운동이란 미명하에 남북한 및 해외동포를 연계하여 개최하는 각종 민간급 회의나 행사들이 중층-하층 통일전선의 장(場)으로 활용되고 있다. 1990년 이후 매년 8월 15일만 되면 개최되는 ‘범민족대회’,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범민련 공동의장단회의, 6.15 우리민족대회, 8.15 민족통일대축전, 전민족대회 등이 그것이다. 또한 북한이 주도하여 2005년 결성한 ‘6.15 민족공동위원회’도 대표적인 통일전선체이다. 

셋째, 북한이 온라인(사이버공간)- 오프라인(현실공간)을 배합하며, 민족대단결,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등의 기치를 내세우며 전개하는 “주한미군 철수” 등 각종 대남선동공세도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다. 특히 자주(반미자주화), 민주(반독재민주화), 통일(연방제 조국통일) 즉 ‘자민통’이란 구호도 통일전선 구호이다. 2021년 적발된 청주간첩단은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이며, 올 초에 적발된 창원간첩단의 명칭이 ‘자주통일 민중전위’인데 여기의 자통(자주통일)도 자민통의 약칭이다. 

넷째, 북한이 제7차 당대회(2016) 시 사업총화를 통해 이른바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조국통일방침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김정일이 구사하는 통일전선의 핵심 지침이 집약되어 있다. 

김정은은 제7차 당대회 연설을 통해 ① 우리 대에 조국통일을 해야 한다. ② 조국통일노선은 조국통일 3대헌장에 전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③ 북과 남은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는 위에서 연방국가를 창립해야 한다. ④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 평화보장과 연방제 실현, 이것이 조국통일 3대헌장을 관철하여 조국통일의 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당의 투쟁방침이다. ⑤ 이를 위해 “대조선적대시정책 철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남조선 침략군대(미군)와 전쟁장비 철수, 전쟁연습 중단, 대북 심리전방송과 삐라살포 중지, 화해와 단합에 저촉되는 각종 법률적·제도적 장치(국가보안법, 국정원 등 안보수사기관 해체 등 의미)의 제거” 등의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2017년 1월 6일 공개한 통일을 주제로한 새 선전화(포스터). 2017.06.26(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2017년 1월 6일 공개한 통일을 주제로한 새 선전화(포스터). 2017.06.26(사진=연합뉴스)

다섯째,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18년 판문점선엄 이후 대폭 확대된 이른바 남북 민간급교류는 북한의 통일전선공작에 합법적인 장(場)으로 충실히 활용되고 있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및 판문점선언 이후 조성된 합법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술, 문화, 종교, 체육, 방송 및 분야별 각종 민간교류(엄밀히 말하면 한국의 민간단체와 북한당국의 교류임)를 통해 정교한 친북통일전선의 구축에 진력하고 있다. 심지어 금강산관광 등 경제협력사업도 통일전선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한은 남북교류시 우리국민들의 민족공조의식을 확산하고, 대북경계의식과 안보의식을 희석시키기 위해, “6.15 ·10.4선언 이행관철,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이행, 한미공조 배격 및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민족대단결” 등의 구호를 내세워 북한에 대한 감상적 동포애와 반북의식의 희석화와 종북편향의식을 유도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교류를 통해 하층 통일전선과 중층 통일전선을 배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북한이 남북교류라는 명분 하에 상당한 경제적 이득(방북사례비 등)과 대남사업 성과를 챙기고 있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남북교류를 주도하는 인사들이 상당수 친북좌파성향의 단체들과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한측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민간단체요원으로 위장한 통일전선부 요원들이다. 이들은 남북교류가 마치 그들의 전유물인 양, 북한과의 연대투쟁의 장(場)화하고 북한의 통일전선공작에 동참하고 있다.

여섯째, 북한을 합법적으로 방문하는 방북자들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이른바 ‘영향공작’(Influence Operation)도 통일전선의 일환이다. 북한은 방북자를 대상으로 반북적대의식의 희석화와 친북의식화를 꾀하는 영향공작을 정교히 구사하였다. 북한은 부산 아시안게임(2002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2004년)와 8.15 민족통일축전시 남북통일축구대회(2006년)에 대규모 미녀응원단을 참가시켜 화려한 응원을 연출시키는 공세적인 방남(訪南) 영향공작을 구사하기도 했다. 

일곱째, 남북당국자 간에 진행되는 각종 최고위급회담, 장관급회담, 차관급회담, 각종 경협회담, 군사실무회담 등 각종 남북대화도 상층통일전선의 일환이다. 일찍이 김일성은 남북대화를 상층통일전선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교시한바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의 의도에 관계없이 북한의 남북대화를 통일전선의 창구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전략관점에서 볼때, 6.15 공동선언(2000년), 10.4선언(2007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2018년)은 ‘최상층 통일전선’의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켜 일거에 국내에서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희석화되고, 북한에 대한 우호적 의식, 감상적 통일관, 안보의식이완이 확산된 것 등은 우리 입장에서는 역기능이지만, 북한측 입장에서는 최상층통일전선 성사의 열매인 것이다. 

특히 평양공동선언 부속 남북군사분야합의서(2018.9.19.) 채택은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분야에서 남북한 최상층 통일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군의 대적관을 무력화시키는 사례이다. 

아홉째, 북한이 미국신문 등 국제언론 매체에 게재하는 대규모 광고공세도 국제통일전선공작의 일환이며, 북한이 각종 교류명분을 내세워 중국, 독일 등 제3국에서 개최하는 각종 행사 또는 각종 명분을 내세워 북한에 세계 지도층인사를 직접 초청하는 행위도 궁극적으로는 국제 상층통일전선의 일환이다. 이외 남북해외 3자 연대를 주장하면서 해외에 있는 교포들을 상대로 ‘친북반한의식’을 주입하는 등 통일전선의 국제화를 꾀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북한은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최상층 통일전선을 시도하여 성공시켰다. 대통령실,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경찰-기무사(현 방첩사) 등 안보수사 당국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우호적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정책을 수립, 실행하였다. 올초 적발된 일련의 간첩단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점이 문정권 때였다. 당시 안보수사당국은 간첩을 적발하고도 사법처리하지 못했다.

북한 상층 통일전선공작의 영향력이 대한민국 안보수사 당국에 까지 미치고 있었다. 김정은은 자기 시대에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공작이 하층-중간층-상층(최상층 포함)에 결쳐 완성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6.25 남침전쟁 실패 이후 김일성의 평생 소원이었던 조국통일(적화통일) 위업 달성이 손자인 김정은 시대에 들어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유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편집=조주형 기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편집=조주형 기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