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회의에서 발언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취지의 입법(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略)을 추진 중인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강한 반대 입장을 냈다.

김 총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職)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떤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지난해, 70년만의 대대적 형사사법제도 변화가 있었다”며 “큰 폭의 변화가 있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점과 혼선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전가(轉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총장이 언급한 ‘대대적 형사사법제도의 변화’란 일반 형사사건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을 제한하고 경찰에 사건 종결권을 부여한 ‘경·검 수사권 조정’이 지난해 1월1일을 기점으로 시행된 것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범죄를 중점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된 것 등을 말한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새로운 제도 도입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면서, 제도 안착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되기도 전에 검찰 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검찰의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여타 선진국의 법제에서 그 유례(類例)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12일 의원 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당론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고 검찰에 남은 소위 ‘6대(大)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하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회의에서의 김오수 검찰총장 모두 발언 전문(全文).

여러분, 반갑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해 일선을 이끌고 계시는 검사장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해 70년만의 대대적인 형사사법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큰 폭의 변화가 있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점과 혼선이 발생하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전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제도 도입 당시 법무부차관으로 재직하였던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면서 제도 안착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행된 지 1년 여 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되기도 전에, 검찰 수사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납니다. 부패, 기업, 경제,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됩니다. 사건처리는 더욱 늦어지고, 국민은 더 많은 불편을 겪습니다.

결국 검찰 제도가 형해화되어 더 이상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 할 수 없습니다.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옵니다.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검사장 여러분!

충실히 직무를 수행해 온 우리 검찰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이 무척 답답할 것입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여기 계신 일선 검사장님들께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함께 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검찰 구성원 모두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대검은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年 4月 11日

검찰총장 김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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