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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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6월 초에 양국 국방장관회담을 제의했고, 이어서 블링컨 국무장관과 옐런 재무장관이 각각 6월과 7월에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5월에 개최된 G7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대신에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라는 표현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양국 간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는 인상을 주려 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장관회담 요청을 거부했고, 미국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의 방중을 마지못해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우선 철회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중국에 대화를 요청함에 따라, 미중관계가 조만간 개선될 것인가? 미중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추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2017년에 시작한 미중 신냉전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며, 미중관계가 조만간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첫째, 미국은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갖고 있다. 둘째, 미국은 다시는 더 순진하게 중국에 속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냉전 직후 미국은 “권위주의체제인 중국을 민주체제로 바꿀 수 있으며, 양국이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을 갖고 중국을 포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자신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이러한 실수를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최근 미국은 왜 중국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가? 첫째, 미국은 그간 중국에 대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차단인 ‘기술 디커플링’을 기정사실화 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중국에 보여주려는 것이다. 둘째,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 간의 무력충돌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왜 미국의 대화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첫째, 미국이 중국의 패권 추구를 막겠다는 의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해 보아야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디리스킹’ 용어가 미국의 언어적 포장이며,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이라고 보고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에 계속 저항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특히 미국의 ‘기술 디커플링’을 해제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번에 미국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이 방중했지만 양국관계에서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단지 양측은 양보 없이 각자 입장을 거듭 명확하게 개진하고 향후 대화채널을 유지한다는 데에 합의했을 뿐이다. 

한편, 미국이 사용하는 ‘디리스킹’은 '디커플링'의 상대개념으로서,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위험을 관리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이 채택된 것은, 현재 유럽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유지를 원하고 있음에 따라 미국이 수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미국은 앞으로 중국과의 ‘기술 디커플링’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경제를 살리려는 뜻도 있다. 따라서 ‘기술 디커플링’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무역은 양국 간에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에게 ‘기술 디커플링’의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반중 여론이 8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양보를 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미중 신냉전은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는 양국이 서로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이 조만간 쇠락할 것이며, 미국에 대해 ‘버티기’를 하면 1등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공세적 외교를 계속 구사하려 한다. 

시진핑 주석은 금번에 블링컨 국무장관 면담 시,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이 언급에서 그간 중국이 언급해 왔던 ‘태평양’을 ‘지구’로 대체했으며, 이제는 중국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의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싱하이밍 중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라는 사실상 중국 대사의 훈시를 들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대표가 중국 대사로 하여금 한국 외교정책을 공개 비판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대변인은 “대중국 수출 부진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데 정치적 사안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조차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데 윤석열 정부 혼자 중국과 싸우려 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미중관계와 한중관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 첫째, 미국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둘째, 미중 양국은 상호간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며,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신냉전이 지속될 것이다. 

셋째, 현재 한국 정부는 중국에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니라, 한중 수교 30년 동안 나타났던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양국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돌려놓고 있는 중이다. 그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선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압적으로 대하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중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돌려놓은 이후에 ‘상호존중의 입장’에서 양국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최근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양국 간의 외교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양국 간의 경제구조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향후 호혜적인 관점에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재설정하는 한편, 셰계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해답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우리에 대해 사용하는 이간책에 우리가 이용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심리전, 선전전에 능한 나라이다. 특히, 현재 우리 정부가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상호존중의 정상적인 관계를 돌려놓으려 함에 따라, 중국은 심리전을 통해 한국 내의 대중국 외교에 대한 분열을 부추길 유혹을 더 갖게 될 것이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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